붉은 다리와 고립된 섬, 샌프란시스코의 이야기를 담은 한 시간
골든게이트 베이 유람선(Golden Gate Bay Cruise)
샌프란시스코 해안을 따라 운항하는 유람선이다. 크루즈는 약 1시간 동안 진행되며, 크루즈를 통해 주요 명소인 금문교(Golden Gate Bridge)와 알카트라즈 섬(Alcatraz Island)을 바다에서 감상할 수 있다.
승선 시간이 되어 유람선에 오르자 배는 천천히 출발했다. 유람선은 드넓게 펼쳐진 바다 위를 넘실거리며 금문교를 향해 나아갔다. 금문교는 샌프란시스코 만과 태평양이 만나는 좁은 해협을 가로지르는 붉은 오렌지색 다리이다. 1937년에 수많은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완공된 이 다리는 건축 공학의 걸작으로 불리며, 대공황 시기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 회복의 상징이 되었고 지금은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남아 있다. 다리를 보기 위해 바깥 갑판으로 나가니 거센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이날은 다리의 상단부가 구름 속에 유유히 잠겨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유람선이 다리 바로 아래를 통과하자, 가까워지고 있던 다리는 어느새 멀어지기 시작했다. 멀어져 가는 다리와 유람선이 남기는 하얀 물살을 보면서, 이 순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처음 보는 풍경이었지만 묘하게 마음에 와닿는 그리움이 있었다.
이윽고 유람선은 알카트라즈 섬 앞을 지나갔다. 섬에 가까워지자 낡은 구조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 섬은 1934년부터 1963년까지 미국 연방 교도소로 운영된 곳이다. 허물어진 건물들과 커다란 물탱크, 굴뚝은 쇠락한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고립된 섬은 폐허가 된 교도소의 삭막한 분위기를 그대로 담고 있었고, 그 잔해를 마주하자 압도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알카트라즈 섬에 일반인의 출입이 가능한지 궁금했는데, 가까이 다가가자 섬에 관광객들이 있는 것이 보였다. 건물 외벽에 빨갛게 쓰인 “INDIANS WELCOME”과 “INDIAN LAND”라는 문구도 눈에 띄었다. 이 글씨는 교도소 폐쇄 후 버려져 있던 알카트라즈 섬을 미국 원주민이 점거했을 때 남겨진 것이라고 한다.
알카트라즈 섬을 지나자 금문교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다. 나는 갑판에 서서 유람선이 자아내는 물살을 바라보았다. 다리와 섬을 뒤로하고 앞으로만 나아가는 유람선 위에 서 있으니,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 있는 듯한 감각이 들었다. 문득 뮤지컬 팬텀의 노래 You Are Music이 떠올라 바다를 향해 작게 내뱉으니, 유람선 위를 가득 채운 바람 소리가 그 선율을 부드럽게 삼켜 주었다. 유람선이 선착장에 가까워지자 구름에 가려졌던 햇살이 차츰 드러났고, 바닷물은 그 빛을 받아 반짝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