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by 문강

단지 숨을 멈추고 죽음을 기다렸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안락함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메꿔주는 누구보다 가련한 나의 소중한 연인이자 사랑이며 가장 따뜻한 위로였다.


언젠가 죽을 수 있다는 기대는 헛된 희망으로 밤하늘에 떨어지는 차가운 공기 속의 메아리처럼 나의 마음을 멍들였다. 안개가 자욱한 지평선 너머의 닿을 수 없는 꿈이면서 희망이었다. '우리는 모두 죽을테니, 그 순간 삶의 영원이 고요하게 나를 떠나갈테니.'

죽음보다 삶이 더 두려웠다. 어느 날 그렇게 막연하게 찾아올 영원한 반려를 기다렸다.



그렇게 어느 순간 어느날의 몸이 달아올라 온몸이 그저 다정함게 굶주려 배곯으면, 누구라도 상관없었다.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온몸을 내던졌다. 타인이 주는 온기가 주는 따스함으로 거머리처럼 달라 붙었다. 추위를 견디지 못해 그렇게 하나가 되는 매 순간 누군가 나를 안아주길. 세상의 모든 다정함에는 그저 유통기한이 존재한다는걸 깨닳았으니 그저 그 순간이 오래 지속되길. 변질되고 상해서 오늘의 당신이 어제의 그대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침대 속의 온기가, 서로 다른 채취가 섞이면 그것은 모두 나의 것 이었다. 그 순간이 주는 영원함이면 충분했다.


세상을 비관적인 시선으로 보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누군가를 탓하며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건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누군가를 무척 사랑하는 아름다운 삶을 살지도 못했다. 손에 넣을 수 있는 아름다움은 언젠가는 나를 아프게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형한 아름다움을 쫓는 현실과는 조금 뒤떨어진 그런 사람이 되었다.


손에 잡히지 않았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타인의 눈동자를 보면 영혼을 느끼고 사랑을 깨달을 수 있다고, 눈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고 누군가 말했으나 내가 보는 타인의 눈동자는 그저 공허하고 흐릿하기만 했다. 사랑이란 게 세상에 존재한다면 그렇다면 나는 왜 혼자일까. 나를 낳아준 부모조차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그 누가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그리고 조금 더 나이를 먹으니 결국 가질 수 없는 아름다움은 나를 보다 더 비참하게 만든다는 걸 깨달았다. 어느 날은 불행하고 비관적이고 우울한 나 자신이 너무나도 싫었다. 세상 그 누구보다 무기력했지만 나의 삶에서 무기력 또한 사치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가능하다면 뇌를 꺼내서 먹어버리고 싶었다. 감정이 없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고 싶었다. 눈물 바람 흘린다고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우울한데 어쩌라고. 나를 지배하는 게 감정이라면 오늘을 버텨내는 게 너무나 벅차기만 했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도움이 되리란 건 알고 있었다. 삶에서 희망을 찾는 게 바늘구멍으로 들어가기보다 어려워서, 눈앞에 펼쳐진 현실이 온통 흙탕물이라서 아무리 발버둥 치고 노력해도 더럽혀지기만 할 뿐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매 순간 인간은 죽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던 어느 날 밤. 그냥 그렇게 언젠가 내 숨이 멎기를. 더 이상 나의 삶이 이어지지 않기를. 더 이상 나의 삶에 아침이 찾아오지 않기를. 눈을 뜨고 감아도 온 세상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으로 나를 인도하기를. 언젠가의 나에게 불현듯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가 찾아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