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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영 Jan 31. 2023

두 번째 책 출간기 2편 : 조금씩, 꾸준히, 나답게

지난 1편에 이어 ⟪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 출간기 2편을 써보았습니다.

1편의 형식대로 주변에 계신 분들, 또 DM 등을 통해 질문 주신 분들의 이야기를 엮어 자문자답 Q&A로 구성했습니다 : )

1편이 ⟪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의 내용과 기획 배경에 대해 다뤘다면 2편은 제가 글을 쓰는 루틴과 집필 에피소드 등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https://brunch.co.kr/@moonkka/141



Q8. 

회사 생활을 하면서 글을 쓴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집필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한 권 분량을 쓰는 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지도 궁금하고요. 


A8. 

솔직히 회사 일만으로도 바쁘다 보니 주중에는 거의 글을 쓸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주말에 아예 글 쓰는 시간을 따로 정해놓고 토요일, 일요일 이틀간 목표한 분량을 써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주중에는 주말에 쓸 글의 주제에 대한 글감을 틈틈히 생각해두며 준비했어요. 

다만 1편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이번 책은 자료조사도 깊이 있게 해야 해서 글을 쓰는 속도가 전작인 ⟪기획자의 독서⟫보다는 확실히 좀 더 오래 걸렸어요. 대중들에게 비교적 익숙지 않은 브랜드를 소개할 때는 제가 쓰는 워딩 하나가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으니 적확하고 명확한 표현을 찾는데도 집중해야 했거든요. 


본격적으로 원고를 쓴 기간은 7-8개월 정도 되는 거 같은데 계산해 보면 한 달에 2-3편 분량의 글을 쓴 셈이네요. 대신 퇴고 작업에만 또 6개월가량의 시간이 걸렸으니 이번 책은 초고를 쓰는 데 절반, 퇴고하고 완성해 내는 데 절반을 사용한 것 같아요. 그래서 나중에 최종 원고를 편집자님께 드리고 나서는 진짜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



Q9. 

전작에서도 그랬고 이번 ⟪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에서도 그렇고, 작가님 책에는 주변 인물들이 한 말이나 작가님과 주고받은 대화를 인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인상 깊었습니다. 

그런 대화들은 평소 다 수집해놓으시는 건가요? 작가님만의 자료 수집(?) 방법이 궁금합니다. 


A9. 

우선 책에 담긴 주변 인물들과의 대화는 제가 직접 메모해놓거나 따로 저장해 둔 내용이 90% 이상이에요. 저는 일상생활에서도 '와 이 말 너무 좋다.'라고 생각되면 그게 TV에서 흘러나오는 말이든, 제 친구가 한 얘기든 까먹지 않게 빨리 메모앱에 옮겨놓는 편이거든요. 그렇게 모은 말들을 자주 훑어보는 걸 좋아해요. 그러다 보면 '이 글을 쓸 때 이 내용을 활용해야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가끔은 '이 문장에서부터 새로운 글 한편을 출발해 볼 수도 있겠다' 싶은 내용들이 있어요. 


그렇게 쓴 원고들은 꼭 당사자에게 보내주고 확인받는 작업을 거칩니다. 제가 기억하고 메모해둔 내용에 틀린 것은 없는지, 또 이런 방향으로 활용되는 것에 동의하는지 원작자의 허락을 구해야 하니까요. 

다행히 아직까지 불허를 하신 경우는 없었어요. 대부분 본인의 말이 책에 담긴다고 하면 쑥스러워하시면서도 한편으로 신기해하시더라고요. 



Q10. 

혹시 집필 중에 글이 막혀 잘 써지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이 상황을 극복하는 본인만의 루틴이 있으신가요?


A10.

사실 글을 쓰다 쉽게 풀리지 않는 순간은 뾰족한 수가 없는 것 같아요 ㅎㅎ 제 경우에는 글을 쓰다 가장 고민이 깊어지는 순간이, 제 머릿속으로는 그려지는 개념이 글로 정확하게 옮겨지지 않을 때거든요. 몇 번을 읽어봐도 뭔가 개운치 않은 느낌이고 나름대로 적절하다 싶은 비유들을 붙여봐도 딱 와닿지가 않을 때요.

그럴 땐 하는 수없이 시간을 두고 천천히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럼 어느 순간에 이르러서는 제가 끙끙대고 껴안고 있던 그 실타래에서 한 절반 이상은 까먹고 말거든요.  그때 다시 처음의 마음가짐으로 들여다보려고 노력해요. 뭔가가 안 풀릴 땐 어느 정도 덜어낸 다음 접근하는 게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Q11. 

⟪기획자의 독서⟫에서 재미있게 다가왔던 포인트 중 하나가 각 챕터 마지막에 있는 '북마크'라는 자투리 글이었어요. 이번에도 그런 게 있을까 기대하며 ⟪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를 펼쳤는데 'TAG'라는 이름으로 달려있어서 너무 반가웠던 기억입니다. 

혹시 글 뒤에 이런 장치를 두는 건 작가님만의 시그니처 일까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지도 궁금합니다.


A11. 

본편의 글 뒤에 작은 글들을 덧붙이기 시작한 건 전작인 ⟪기획자의 독서⟫의 샘플 원고를 쓸 때부터 시작한 방법이었어요. 사실 한 편의 글을 풀어낼 때는 미리 여러 갈래의 방향을 생각해 보거든요.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는 하나지만 거기까지 도달하는 데 어떤 길을 만들어볼까 하는 고민을 하는 거죠. 

그러다 A라는 방법을 택했는데 B라는 방법에 쓰려고 했던 내용이 좀 아깝게도 느껴지는 거예요. 그래서 글의 본문에 실린 결이랑은 살짝 달라도 한 번쯤 재미 삼아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들을 담아봤는데 편집자님께서도 다행히 좋은 포인트로 봐주셨습니다.

그 뒤로는 이걸 하나의 시그니처처럼 활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본문의 맥락에서 조금 다르게 가지치기한 내용을 넣기도 하고, 짤막한 상식을 넣어보기도 하고, 주제를 다시 한번 환기할 수 있는 내용을 써보기도 해요. 가끔은 '아 이건 맨 뒤에서 따로 한 번 짚어주는 게 임팩트 있겠다' 싶어서 의도적으로 글이 끝난 다음 배치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Q12. 

혹시 이번 책을 쓰면서 재밌었던 에피소드나 유달리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을까요? 


A12. 

이번 책에서 다루는 브랜드 중 하나가 '프리미어리그'인데요, 프리미어리그 편 원고 안에서 제가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 등장하는 대사를 인용한 부분이 있어요. 워낙 재미있게 본 드라마이기도 하고 울림이 있는 대사가 많아서 메모해둔 것도 적지 않았거든요. 

그렇게 프리미어리그 편 원고를 완성한 후 퇴고를 하는 과정에서 제가 인용한 대사의 느낌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어서 그 대사가 등장하는 부분을 다시 돌려봤어요. 그랬더니 저도 모르게 앞뒤 맥락이 다시 궁금해지고 또 한 번 그때의 분위기를 체감해 보고 싶어서 1편부터 마지막 편까지 재차 정주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날 짧은 일기에 이렇게 쓴 게 기억나요.

'나는 오늘 역대급으로 가장 긴 퇴고를 했다.'

한 줄 퇴고를 하려고 며칠에 걸쳐 드라마 16편을 다시 봤으니까요 ㅎㅎ 하지만 긴 퇴고의 시간은 그 한 줄에 확신을 심어줬기에 전혀 힘들지 않았습니다. 



Q13. 

집필 후기 1편을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이번 책을 준비하시면서 원래는 30개 가까운 브랜드를 리스트에 올리셨다가 그중 18개만을 다뤘다고 하셨는데요, 혹시 나중에라도 ⟪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 2편을 써보실 생각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A13. 

오.. 그런 생각은 전혀 못했는데 언젠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또 못다 했던 이야기들을 해볼 수도 있겠다 싶네요. 아니면 그 시간 동안 제게 임팩트 있게 다가온 새로운 브랜드들이 쌓여갈 수도 있으니까요. 어디까지나 희망 사항이긴 하지만 그런 상상을 하도록 해주신 질문에 큰 감사를 드립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또 꾸준히 브랜드에 대한 공부들을 해야겠군요...)



Q14. 

앞으로 구상하고 있는 차기작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으시다면요?


지금은 머릿속으로 큰 그림만 그리고 있는 상태라 구체적인 주제를 말씀드리기는 이른 상황이지만, 아마도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중심으로 또 제가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들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여전히 제가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경험하고, 느끼고, 확신하고, 배운 것들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실 만한 언어로 바꿔 전달하는 일이 참 매력적이고 좋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저 역시 더 선명하게 확인하고 넘어가게 되는 것들이 많거든요. 


물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늘 꿈꿔온 장르의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저는 에세이와 소설도 참 좋아하는데 문득 이런 상상도 한 번씩 해보거든요. '일에 기대지 않고 나 자신을 표현하는 글을 쓴다면 어떤 내용이 될까?', '오로지 머릿속에서 그린 그림 만으로 써 내려간 이야기는 지금 나의 글과는 또 많이 다를까?' 하는 생각이요. 막연한 꿈이긴 하지만 죽기 전에 한 번쯤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는 확실한 것 같아요. 말을 하다 보니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겠단 생각이 다시금 드네요.  



집필 후기 2편 끝 !



* ⟪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의 내용 및 집필 과정에 대해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면 댓글이나 인스타 DM으로 알려주세요. 그럼 답변이 가능한 부분 안에서는 최대한 성심성의껏 말씀드리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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