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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영 Jan 27. 2023

두 번째 책 출간기 1편 : 누가 시켜서는 못하는 일

⟪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에 대한 담백한(?) 집필 후기

오늘 (1/26) 제 두 번째 책이자 신간인 ⟪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를 출간했습니다. 

첫 책이었던 ⟪기획자의 독서⟫ 이후 정확히 1년 6개월 만에 새로운 책 한 권을 또 세상에 내놓게 되었는데요, 

저도 아직 실감이 잘 안 나고.. 한 편으로는 전작에 비해 더 떨리고 쫄리는 심정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바쁜 회사 생활 속에서 책을 썼다는 사실과 다행히 첫 작품이 마지막 작품이 되지 않고... 

연이어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나름의 집필 후기를 정리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이런 글은 아직 정신이 확 들지 않았을 때 후딱 써버려야 목에 힘 빼고 쓸 수 있더라고요... 나중에 쓰려면 괜히 어색하고 민망해서 맘에 없는 소리를 하게 되는 것도 같고 말이죠)


집필 후기는 '책 자체에 대한 내용'과 '글을 쓰는 과정에 대한 내용'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담아봤습니다. 

그리고 주변 지인분들이 개인적으로 물어봐 주신 질문들에 더해 인스타그램 등 DM을 통해서 질문 주신 분들의 이야기를 함께 엮어 자문자답 Q&A 형식으로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호옥시라도 추가로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실 경우 댓글로 남겨주시면 제가 답변 작성 후 본문에 추가해두거나, 따로 정리해서 집필 후기 2편을 써 볼 예정입니다.)



짜잔..! 요 책입니다 �



Q1.

제목이 특이합니다. ⟪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는 어떤 책이고,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A1. 

회사에서도 브랜딩 일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저는 일을 벗어나서도 늘 브랜드라는 대상이 좋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막연히 브랜드와 브랜딩의 세계를 동경해왔고, 좋은 브랜드라고 생각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신이 나서 혼자 들여다보고, 공부하고, 소개하고, 알리는 일을 했었거든요. 그리고 회사 입사 후 브랜딩과 마케팅 관련한 일을 해오며 (당연히 힘도 들었지만) 이 분야의 세계를 조금씩 이해해가는 것이 무척 즐겁고 흥미로웠습니다. 


⟪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는 그동안 제가 브랜드를 통해서 알게 된 '관점'과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저는 항상 브랜드 하나를 디깅할 때마다 '와 정말 브랜드를 통해서도 배울 게 너무 많구나'라는 사실을 뼛속까지 공감하고 또 공감하거든요. 

그리고 그 속에는 눈앞의 일에 당장 써먹어볼 수 있는 실용적인 것들도 있지만, 넓게 보면 우리가 사는데 필요한 관점과 태도, 가치관에 영향을 주는 묵직한 것들도 많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두 가지 부분을 밸런스 있게 아우르는 글을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제가 브랜드를 통해서 얻고, 배우고, 확신한 것들을 많은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거든요. 



Q2.

첫 책이었던 ⟪기획자의 독서⟫ 때와는 집필하는 과정이나 마음가짐들이 좀 달랐을 것 같은데요, 

두 번째 책이니 더 수월했나요? 아니면 더 어려웠나요? 


A2. 

'더 어려웠지만 더 즐거웠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선 전작에 비해 자료 조사와 팩트체크를 하는데 확실히 더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브랜드마다 정보를 공개해놓은 수준들이 제각각이라 어떤 브랜드는 해외 자료를 끊임없이 파고 내려가야 겨우 발견할 수 있는 것들도 있었거든요. 그리고 그 자체가 아웃데이트되거나 자칫 틀린 정보일 수도 있으니 다른 자료들과 대조해 보는 과정도 꼭 필요했고요. 

그 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유명인이나 권위 있는 사람들이 그 브랜드에 대해 언급해놓은 인터뷰 기사를 찾는 일이었어요. '아, 내가 분명 이거 어디서 들었는데...' 싶었던 것 중 따로 메모해놓지 않았던 내용들은 어쩔 수 없이 기억을 더듬어 계속 리서치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래서 A4 용지 5장 분량 정도되는 글 한 편을 쓰는데 꼬박 한 달이 걸린 브랜드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업을 하면서 또 한 번 느끼게 된 사실은 제가 브랜드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하는 거였어요. 

주말을 고스란히 반납하며 글 쓰는 것에만 매진하는 그 순간에도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즐겁다는 생각이 앞섰거든요. 무엇보다 '내 인생에 이렇게 브랜드라는 대상에 온전히 집중해서 공부하고 글을 쓰는 순간이 또 언제 올지 모른다' 싶으니 매 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누가 시켜서는 절대 못할 일이었죠. 



Q3. 

책에서 18가지 브랜드를 다룬다고 들었습니다. 그 브랜드들은 어떻게 선정하셨나요? 


A3, 

이게 정말 나름대로 큰 고통이었습니다. 제가 애정하는 브랜드들 중 딱 18개를 고른다는 게 정말 쉽지 않았거든요. 참고로 처음 예상 목차를 잡았을 때는 30개 정도의 브랜드들을 1차 라인업으로 올려놓고 글을 썼어요. 그러다 이번 책은 글 한 편당 분량이 적지 않겠다는 사실을 깨닫고 최종적으로 18개 브랜드만을 다루게 되었습니다. 


이 브랜드들은 제가 무척 좋아하고 선망하는 브랜드들이기도 하지만 저 나름대로 그 브랜드 속에서 발견한 의미와 메시지가 선명한 브랜드들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만든 사람도 대충 만들지 않았고, 쓰는 사람들도 호락호락하게 쓰지 않는 브랜드라고 할 수 있겠죠. 

더불어 익숙한 브랜드와 낯선 브랜드를 적절히 블렌딩하는 작업에도 공을 들였습니다. 저는 꼭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소개해야만 신선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내가 알고 있던 브랜드에서 새로운 관점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그 역시도 무척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지극히 대중적인 브랜드들을 다시금 들여다보게 하는데도 주력했습니다. 반대로 난생처음 들어보는 브랜드일지라도 이질감 없이 반갑게 다가갈 수 있는 장치들을 기획해 보려고도 노력했고요. 



Q4. 

세상에 브랜드와 관련한 책들이 차고 넘칩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를 꼭 읽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A4.

꼭 읽어야 하는 이유라고 하시니... 자신감이 떨어집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들, 제가 전달할 수 있는 지점들'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질문은 '왜 브랜드가 차고 넘치는 세상에서 또 새로운 브랜드들이 생겨나나?'라는 질문과도 일맥상통해요. 그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 보면 결국 '내가 원하는 이야기를 아직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듣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가 됩니다. 혁신적인 기술이나 전례 없던 가치를 들이밀지 않고도 매니아들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들을 보고 있자면, 같은 본질을 두고도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말을 걸어준 브랜드가 사람들 마음의 빗장을 푸는 거니까요. 


따라서 제가 ⟪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를 쓴 이유 중 하나도 '아직 브랜드에 관해서 본인이 원하는 이야기를,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듣지 못한 독자들이 있을 거다'라는 작은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브랜딩에 엄청난 법칙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지 않아도, 타고난 감각과 디자인 역량을 보유한 사람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담이 아니더라도, 지금 유행하는 트렌드의 최전방에서 매일 경계근무 서며 살지 않아도, 브랜드에 관해 던질 수 있는 이야기가 있고 이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말이죠. 



Q5. 

전작인 ⟪기획자의 독서⟫에서도 '화법'이 종종 회자되었습니다. 마치 글을 읽는다기보다는 대화하는 것 같은 기분의 문체다라는 평이 많았는데요, 이번 책에서도 그 톤 앤 매너는 유지되나요?


A5.

네. 가급적이면 그 화법을 유지해서 글을 쓰려고 했습니다. 꼭 이 화법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 역시 제 생각과 경험들이 많이 담긴 글이다 보니 이야기를 들려주듯 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중간중간 등장하는 브랜드에 대한 정보들을 전달하는 데도 좀 더 부드러운 형식이 알맞겠다 싶었고요. 


그리고 저는 무엇보다 '읽는 맛'을 참 중요하게 생각해요. 저 역시 좋은 글을 보다 보면 소위 '착 달라붙는다'라는 그 쫄깃한 리듬감과 호흡이 느껴지거든요. 읽는 사람을 붙잡아 놓는 그 힘을 제 글에서도 느껴드리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글을 한 편 쓰고 나면 무한 반복해서 읽어보고 여러 번 소리 내서도 읽어봐요. 눈으로 볼 때는 괜찮던 글이 말로 전달되면 어딘가 툭하고 끊어지거나 어색하게 굼뜨는 부분이 바로 드러나거든요. 그럴 땐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가장 좋은 글맛을 찾으려고 애를 씁니다. 



Q6.

책 제목, 부제, 표지 디자인 등을 기획하는데 얽힌 에피소드나 뒷이야기가 있을까요?


A6. 

책 제목은 편집자님과 기획 회의를 할 때부터 가제로 잡아 둔 제목이었어요. 

편집자님께서 '다음 책은 브랜드에 관한 내용을 써보시면 어떨까요?'라는 제안을 주셨고, 저는 처음부터 단순히 브랜드에 대한 정보만을 다루거나 브랜딩 지식 혹은 전략 등을 풀어 설명하는 책은 쓰고 싶지 않다고 말씀드렸거든요. 

대신 늘 브랜드를 통해서 좋은 영향을 받고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는 제 관점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제안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제목은 ⟪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로 굳어졌고, 집필 기간 내내 고민해도 이보다 더 적합한 제목을 찾을 수는 없겠다 싶더라고요. 부제 역시 조금씩 변형을 주며 리듬감을 살려보는 시도를 했을 뿐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해서 퀵하게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표지 디자인은 여러 시도와 논의가 있었어요. 디자인을 담당해 주신 디자이너님께서 워낙 좋은 작업들을 많이 해오신 분이라 첫 시안부터 다양하고 흥미로운 커버 디자인들을 많이 보여주셨거든요. 또 편집자님께서는 그 시안들을 하나하나 인쇄하신 다음 직접 서점 매대로 가지고 가 저희 책이 놓였을 때의 느낌을 살펴봐주기까지 하셨고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점점 저희 책 다운 디자인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고집을 부린 부분도 있지만...) 글에 담긴 브랜드들 중 어느 특정 브랜드에 치우치지 않는 심플한 디자인이면서도 또 너무 무겁게 보이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거든요. 그렇게 최종 디자인이 결정되고 책을 받아 실물을 살펴보는 순간 '됐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머릿속에 그려지던 느낌이 손으로 만져지니 정말 더할 나위 없이 기뻤습니다. 



Q7. 

18개 브랜드 중에서 유독 애착이 가는 글 한편이 있다면요?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A7.

이 질문을 주신 분이 네 분이나 계셨어요! 하지만 이 네 분 모두에게 정확한 답을 드리지 못했습니다..ㅠㅠ 

정말 나름대로 열심히 쓰고 다듬고 또 쓰고 또 다듬으며 완성한 글들 중 한 편만을 꼽는 게 참 힘들더라고요 ㅎㅎ 


다만 이 질문을 받고 돌이켜보니 '개인적으로 더(!) 의미가 있는 글' 한편은 고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바로 8번째 장에 들어간 '컨버스' 편인데요. 제가 워낙 컨버스를 좋아하는 데다 100번 외출한다 치면 95번 정도는 컨버스를 신는 사람이라 이 편의 원고를 쓸 때 조금은 더 신나서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마치 '와 드디어 내가 제대로 컨버스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구나!' 이런 느낌이랄까요? 덕분에 컨버스 편은 다른 원고들에 비해 약간 수월하게, 또 빨리 쓸 수 있었습니다. 25년 가까이 컨버스를 애용해온 결실이 이렇게 빛날 줄이야..... 




* 다음 Q&A는 이어지는 두 번째 집필 후기에서 더 들여드릴 예정입니다. 

1편에서 ⟪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 책 자체에 관한 질문들을 다뤘다면, 2편에서는 글을 쓰는 과정과 루틴, 회사 다니면서 글 쓰는 작업을 병행했던 뒷이야기들을 써보려고 해요. 

혹시 궁금한 점이 있으실 경우 댓글로 남겨주시면 제가 2편 후기에서 잘 녹여내어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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