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 읽어주는 남자 #2. 인재상
자소서를 한 번이라도 써 본 사람이라면 적어도 이 단어를 한 번 이상은 들어봤을 거야.
바로 '인재상'이란 단어지.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 나아가 이 시대가 요하는 인재상 등등
어디서든 간에 들어는 봤지만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참 이 만큼 아리송한 단어도 없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취업시절에 실제로 녹색창에다 '인재상'을 검색해보기도 했었어.
그랬더니 그저 '바람직한 인재의 모습'이라는 이보다 더 미지근할 수 없는 답변만 얻게 되었지.
그리고 나는 또 한 번의 실수를 하게 돼.
'그래.. 뭐 인재상이 별 거야. 다들 창의적이고 도전적이고 성실한 인재를 원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그런 생각으로 매번 자소서마다 비슷비슷한 모습의 인재상을 어필했고 당연히 내 마음에도 그리고 채용 담당자의 마음에도 들지 않는 자소서를 써갔지.
그리고 결과는...?
음...
특히 우리 문까생(아직도 적응 못한 친구들 없지? 우린 문과생을 줄여서 문까생이라고 칭해)들에게 있어 인재상은 더 없이 중요해.
왜냐고? 사실상 우리는 공대나 예체능계처럼 특별한 기술지식이나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드물거든.
그렇기 때문에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잘 풀어내는게 매우 중요해. 이래서 아마 문까생들에겐 면접의 90%가 인성면접이라는 농담 아닌 농담이 나오는 걸지도 몰라.
사실 우리가 자소서의 항목 중에서 '인재상을 쓰시오'라는 항목을 만날 확률은 극히 낮아. 그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경우는 잘 없거든. 하지만 조금 돌려서 생각해보면 모든 항목이 바로 이 인재상을 묻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
'우리 회사에 지원함에 있어 타인과 차별화 된 자신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합격했다는 전제 아래 자신은 어떤 인재로 성장하고 싶은지 쓰시오'
'본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이고, 그와 관련된 경험을 서술하시오'
이런 비슷한 질문들 아마 많이 봤을거야.
다시 말해, '니가 생각하기에 너는 어떤 사람인거 같니? 우리에게 자세히 설명해줄래?'라는 식의 질문들.
어찌보면 자소서에 있는 모든 항목들이 이처럼 인재상을 묻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거야.
서론이 길었지?
일단 우리 '인재상'이라는 뜻부터 한 번 짚어보고 가보자고.
사실 인재상은 내가 서두에 말한 것과 같아. '기업이 바라는 인재의 모습' 그거 맞아.
응? 뭐냐고? 서론에 그렇게 썰을 풀어놓고 이게 뭐냐고?
근데 말야. 여기서 진짜 중요한 건 바로 '기업이 바라는'이야.
즉, 우리가 할 일은 '기업이 바라는'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지.
좀 더 명확히 설명해볼게.
적어도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에 포함되어야 하는 인재상이란 기업의 향후 백년을 이끌어갈 그런 멀고 먼 미래 인재의 모습이 아니야.
가끔 지원하는 회사의 인재상을 알아보려고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기업강령이나 경영방침만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사실상 그건 실무에서 원하는 가치를 담고 있는 내용들은 아니거든.
자기소개서 속 인재상이란,
'길게는 5년, 짧게는 1-2년 앞에 놓인 기업의 현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이야.
이건 뽑아서 5년만 일시키고 내쫓는다는 의미가 아냐. 그보다 지금 당장 우리 회사가 눈 앞에 두고 있는 중요한 목표를 함께 이뤄나가기 위해 니가 꼭 필요해라는 의미인거지.
그러면 인재상을 잘 표현하려면 뭐부터 해야할까?
맞아. 기업의 목표를 먼저 파악해야해.
해당 기업과 관련된 최근 기사들을 분석하거나 다양한 자료들을 파악해서 지금 그 회사가 어떤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지, 최근 5년 동안 어떤 변화들을 거듭해왔는지 등을 살펴보는게 중요해.
이를 통해 나 나름대로 기업의 목표를 설정해보는게 가장 먼저야.
자, 이제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의 숨은 의미도 알았고, 기업의 목표도 설정했으면,
마지막으로 그 목표에 '나의 능력'을 자연스럽게 동기화시킬 차례야.
쉽게 말해, 당신 기업의 목표는 이거죠? 그걸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가 필요할 걸요? 라고 말하는 단계지.
근데 이게 참 말처럼 쉽지가 않아. 왜냐구?
기업의 구성원이 되어 목표를 함께 이뤄나가기에 지금 내가 가진 능력은 한 없이 초라해보이거든.
자, 그럴 땐 어떻게 해야할까?
지금 당장 가진 능력을 내세우기보다는 나의 잠재력을 어필하는 방향으로 가야해.
예를 들어 회사의 목표를 '글로벌 시장의 확대'로 파악했다고 해볼게.
그러면 기업의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영어 잘하는 저를 뽑아주세요라고 말하면 만사 오케이일까?
아냐. 그보다는 내가 글로벌화를 위해 얼마나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고 어떤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혹은 언어와 문화를 뛰어 넘어 내가 얼마나 친화적인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게 더 유리해.
물론 이런 것들을 어필할 때는 본인의 경험을 들어서 설명해야한다는 거 잊지말구 !
그럼 우리 오늘 인재상에 대한 이야기들 한 번 정리해볼까?
1. 기업이 눈 앞에 두고 있는 목표가 무엇인지부터 파악하라.
2. 기업의 목표를 함께 달성해나갈 사람으로서의 '나'를 어필하자.
3. 구체적인 능력도 좋지만 가능성과 잠재력을 바탕으로 나를 설명하자.
문까생들을 위한 TIP
* 인재상이란, 기업이 길게는 5년, 짧게는 1-2년 앞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필요한 인재의 모습이다.
* 모든 기업이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목표 대신 해당 기업의 구체적이고 정확한 목표를 파악해보자.
자, 이제 자소서에서 인재상과 관련한 어떤 항목을 만나더라도 멘붕되는 일이 없도록 하자구!
다음번엔 면접볼 때 나오는 '인재상과 관련한 질문들' 특집 편도 한 번 다룰 예정이니 기대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