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 읽어주는 남자 #1. 스토리텔링
'자 여러분 자기소개서에는 스토리가 녹아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제는 스펙보다 스토리를 보는 시대죠. 그래서..'
'글을 잘 쓰는 것보다 스토리가 살아있는 자소서가 더 경쟁력이 있습니다.'
그래. 알겠어. 알겠다고.
자소서 쓸 때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거 나도 알겠다고.
취업 관련 특강에서도, 소위 말하는 자기소개서 비법서에서도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은 익히 들어왔으니 말야.
근데 까놓고 묻고 싶은거지.
대체 그 놈이 스토리텔링이 뭐냐고.
심지어 나는 물어보기까지 했어. 대학교 재학 시절 취업 특강을 마친 소위 '취업 컨설턴트'라는 분의 강의가 끝나고 용기를 내어 다가가서 물었지.
'저.. 아까 말씀하신.. 스토리텔링이란거요.. 음.. 정확히 스토리텔링이 뭔가요?'
'자기소개서 안에 스토리를 담으라는 거죠'
..........
그래.. 그 대답을 듣고선 한동안 나는 스토리텔링 허구주의를 설파하고 다녔어.
얘들아 스토리텔링이란 건 없어. 그냥 자기소개서에 쓸만한 소스를 많이 가진 녀석들을 위한 그럴싸한 용어라고. 꽤 오랜 시간 그런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던 나였지.
스토리텔링에 대한 이해가 바로 잡힌 건 자기소개서 쓰기에 어느 정도 탄력이 붙은 취준생 시절이었고,
기업이 원하는 스토리텔링이 무엇인지를 비로소 깨달은 건 두 말 할 것 없이 취업 후 여러 자기소개서와 지원서를 읽어보기 시작하면서였어.
그리고 문득 든 생각, 누구하나 이 스토리텔링이 정확히 무엇인지만 제대로 가르쳐줬어도 내 고생길은 반으로 줄어들었을거야 라는 거..
자, 이제 거두절미하고 스토리텔링에 대해 한 번 제대로 알아보자.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스토리텔링은 '경험으로 설명하기'야.
즉, 내가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을 그냥 서술형으로 써내려가며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나의 경험 혹은 간접적인 경험이라도 들먹여가며 설명하는 과정인 거지.
아, 이건 너무 쉽다고? 이미 알고 있었다고?
그래, 사실 중요한 건 저 앞에 생략된 단어에 있다고. 내가 설명하고 싶었던 건 바로 그거라고!
'경험으로 설명하기'란 서술방식에 가깝다. 핵심은 '무엇을?' 경험으로 설명할 거냐는 얘기야.
스토리텔링이란, 바로 '기업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내 경험으로 설명하는 과정'이라는 거.
내가 오늘 하고픈 이야기도 바로 이 거야.
(오래 걸렸지? 문까생들? 미안해..... 그래도 우리 문까의 특성상 앞에 썰푸는 거.. 좋아라 하잖아.)
자, 그렇다면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가장 선행되어야 할 작업은 뭘까?
바로 내가 지원하고자 하는 그 회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길 것 같은 가치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작업부터 이뤄져야 해.
자기 나름의 다양한 자료조사를 통해 '아, 이 회사가 중요시 하는 가치는 바로 이거구나!'를 파악하는 게 먼저!
(기업의 중요 가치를 파악하는 방법은 다음에 별도로 한 편을 할애해서 알아보도록 하자구!)
사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건 정답이 있는 게 아니야.
까놓고 말해서 회사를 다니고 있는 사람들한테 물어도 본인 회사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한 단어로 말하기가 쉽지 않거든.
그러니 채용담당자들이 취준생에게 정답을 요구할리는 만무해. 다만 우리는 자소서를 쓸 때 내가 왜 이 기업의 핵심 가치를 '이것'으로 생각하는지에 대한 설명 과정이 필요해.
내가 지원하는 회사가 무엇보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는 곳인 것 같다면 '창의와 혁신'을,
그 보다는 구성원 간의 단합과 끈끈한 네트워크를 주요하게 보는 것 같다면 '협업'을,
혹은 사회와의 공생, 백년 앞을 내다보고 투자하는 뚝심이 있는 회사라면 '사람과 윤리'를 핵심 가치로 선정해볼 수 있겠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내가 왜 그 가치를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이유와 근거가 필요해.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고, 내가 이 회사에게서 받은 이미지 혹은 관련한 추억 등을 엮어서 감성적으로 풀어도 좋고 아니면 신문기사나 관련 자료를 찾아본 다음 이성적으로 풀어 설명해도 돼.
이 때 가장 중요한 건 말야. 기업의 핵심 가치를 정할 때 최대 1-2개 정도만 설정하는 거야.
그리고 하나 이상이라면 (즉, 2-3개라면) 그 가치들은 서로 동떨어져 있는 것보다는 되도록 연관성 있는 것들인게 좋아.
( ex. 창의-혁신 / 공생-협업 / 열정-도전 / 신뢰-윤리 )
그런 다음 이 가치들을 뼈저리게(!)까지는 아니었더라도 꽤 중요하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었다면 그게 언제인지를 떠올려보자. 사실 이 때 제일 많이 하는 실수가 바로 무리한 '경험 자랑질'이야.
즉, 내 경험을 이야기하면서도 괜히 어딘가에서 인턴했던 걸 자랑하고 싶고, 공모전 수상했던 사실을 자랑하고 싶어서 꼭 그 때의 경험들과 연계하려고 한다는 거지.
절대 그럴 필요 없어.
교내에서 해본 동아리 활동은 물론이고 친구와 함께 떠난 여행에서 일어난 에피스도 혹은 남자라면 군대 경험에서 소스를 찾는 것도 좋아. 즉, 내 경험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게 중요한 거지.
단, 지금과 너무 멀리 떨어진 과거의 경험은 임팩트가 약할 수 있으니 되도록 최근의 경험이나 적어도 대학교 이후에 가졌던 경험들 중에서 찾아보자구.
자 그럼 우리 순서대로 정리를 한 번 해보고 가자고.
Q. 그 놈의 스토리텔링이란 것이 과연 무엇인가?
A. 기업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내 경험을 통해 설명하는 과정!
1. 본인 나름대로 이 기업의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 파악해보기
2. 그 핵심 가치를 느끼게 해 준 경험이나 기억이 있는지 찾기
3. 솔직하고 상세하게 그 경험을 풀어서 설명하기
문까생을 위한 TIP
* 스토리텔링은 글빨이 아니다. 가치와 경험을 연관짓는 과정이다.
* 인턴, 공모전, 어학연수 등 스펙과 관련한 경험만이 답은 아니다.
* 내가 설정한 기업 가치가 정답일지 아닐지 고민하지 말자. 중요한 건 그걸 찾는 과정이다.
자, 얼추 스토리텔링에 대한 이해가 되었나?
스토리텔링은 이 한 편으로는 이야기하는 게 한계가 있으니, 앞으로 틈나는대로 후속편으로 업데이트 해볼게.
그럼 오늘도 우리 문까생들..
문송하지 않게 힘차고 보람된 하루 보내자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