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 읽어주는 남자 #3. 자소서 속 단어들, 알고 쓰자!
"사실 거의 비슷한 단어의 연속이라 대다수의 자소서를 파악하는데 3분도 채 걸리지 않아요."
뭐라고?
내가 간 밤에 그렇게 공을 들여 쓴 자소서를 읽는데 3분 밖에 걸리지 않는단 말야?
응. 애석하고 화가 나는 일이지만 이건 진실이야.
한 취업포털 담당자에 따르면 기업 인사담당자가 지원서를 검토하는 시간은 평균 3분, 짧게는 1분이라고 해.
사실상 이게 좋은 자소서인지 괜찮은 자소서인지를 구분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얘기지.
( 신문기사 바로보기 링크 )
그런데 좀 더 재미난 분석자료가 있어.
한 인재관리 연구소에서 100대 기업 인사담당자 30명을 대상으로 FGI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읽기 싫은 자소서 유형 중 '특정 단어가 반복되는 자소서'가 3위에 올랐어.
(1위는 복사+붙여넣기한 자소서, 2위는 오타 및 분량 부족 등 성의 없이 작성된 자소서라고 해)
일단 우리는 자소서를 성심성의껏 쓴다는 전제하에 1,2위의 내용은 제쳐두고
오늘은 '특정 단어가 반복되는 자소서'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해보자구.
오늘 자꾸 통계 얘기를 하게 되는데, 실제로 한 기업에서 하반기 채용 때 접수된 자소서의 분석을 의뢰했대.
지원자가 총 4,000 명 정도 되었는데, 분석해보니 아주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어.
바로 특정 단어가 지원자 한 명당 평균 3.8번 쓰인걸 발견했다는 거지.
(물론 여기서 말하는 특정 단어는 '저는', '귀사의' 등의 의미 없는 단어는 배제한 것이겠지?)
그 단어가 뭘까?
바로 '열정'이라는 단어였어.
자소서 한 개당 평균 3.8번이 쓰인 거니까 채용 담당자들이 4,000명의 자소서를 모두 읽었다는 가정하에
단순 계산만 해도 15,000 번 이상 '열정'이란 단어를 마주하게 된 거지.
이게 얼마냐 무서운 수치냐고?
누군가 우리 귀에 대고 1초에 한 번씩 '열정'이란 단어를 말한다고 생각해보면 쉬지 않고 무려 약 4시간 10분 간 들어야 하는 분량이야.
이제..... 감이오지?
근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있을거야.
아니 그럼 '열정'처럼 중요한 단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얘기인가?
꼭 그렇지는 않아. 대신 효과적으로 정말 필요할 때 사용하자는 말이지.
하긴 말이야 쉽지, 그렇게 해야하는 걸 누가 몰라서 안하겠어?
그러니 우리 지금부터 자소서 속 효과적인 단어 배열에 대해 한 번 자세하게 알아보자구!
사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어. 이건 비단 자소서 속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거든.
잘 쓰여진 수필이나 신문 사설 등을 봐도 계속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어.
처음에 한 번 그 단어를 사용했다면 다음에 오는 문장이나 이어지는 단락에서는 유사한 의미를 가진 다른 단어로 대체해서 쓰는 경우가 많거든.
잘 생각해봐. 우리가 표현하려고 하는 건 '지원하려는 회사, 특정 직무에 대한 관심'이거나,
혹은 '평소 활달하고 소속된 집단에 강한 애정을 느끼는 내 성격' 같은 것들이잖아.
그러니 자소서를 작성하기 전에 먼저 마인드맵을 그린 다음 내가 강조하고 싶은 애티튜드에 해당하는 단어들을 여러개 가지치기 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ex. 단어 마인드맵 예시
굳이 꼭 그 단어를 쓰고 싶다면! 그리고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싶다면 이 방법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아.
바로 추상적인 표현 앞에 수식어를 붙여서 구체적인 단어로 탈바꿈시키는 거지.
바로 예를 들어보자.
'열정'이라고해서 다 같은 '열정'일까? 아니지. 그건 내가 어떻게 '열정'이란 단어를 규정하느냐에 달렸어.
자소서에 '저는 평소에 열정이 넘치는 성격입니다'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과,
'OO을 향한 저의 열정은 냄비보다는 뚝배기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빨리 끓어오르다 식어버리고 마는 사람보다는 한 가지를 해도 우직하게 끝까지 해내는 사람이 되자고 늘 다짐했기 때문입니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180도 다르거니까 말야.
즉, 아무리 흔한 단어라고 해도 채용담당자의 입장에서
'아, 이 친구는 '도전 정신'이라는 걸 이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이 친구는 '진심'이라는 가치를 이렇게 규정하고 있네?' 라고 받아들이게 된다면,
그건 온전히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얘기가 되거든.
자, 이제 자기소개서에 담을 단어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어떤 센스가 필요한지 조금은 알겠지?
그럼 오늘 자소서 속 '단어' 이야기가 나온만큼, 이에 집중해서 몇 가지 팁을 한 번 정리해보자구!
a. '귀사'라는 단어는 지나치게 딱딱해보일 수 있으므로 차라리 해당 기업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자.
b. '저는'이라는 단어는 문장의 시작 정도에만 있어도 무방하다. 매 문장마다 남발하지 말자.
c. '~ 라고 생각합니다.'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문장을 끝내면 자소서 전체가 애매해진다.
d. '~ 같습니다.'도 마찬가지. 문장이 매번 똑같은 표현으로 끝나지 않게 주의하자.
e. 영어표현, 고사성어, 자신만 아는 명언들을 남용하면 집중력을 흐릴 수 있으므로 적절히 사용하자.
자기소개서 첨삭을 하다보면 참 좋은 내용과 컨텐츠를 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달방식이 아쉬운 경우가 많아. 그러니 특히 글자수 제한이 타이트한 자소서라면 최대한 문장을 간결하게 압축하고 핵심적인 단어들만 강조해서 채용담당자에게 명확한 메시지가 전달되도록 하는 게 중요해!
자, 지금 컴퓨터 앞에 앉아 긴 자소서를 써내려 갔다면, 그 만큼의 시간을 투자해 다듬고 또 다듬는 데 집중해보자. 자소서는 '덜어냄의 미학'이라는 거 잊지말자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