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하는 노동

당신과 나의 노동에 대하여

by 달강

나는 직장갑질119라는 시민단체와 근 7년 정도를 함께하고 있다. 내내 몸을 담고 있진 않지만 정기적으로 후원을 하고, 다양한 사업들에 참여하고, 여러 '스탭'들과 교류하고 있다.

작년은 직장내괴롭힘금지법이 만들어진지 5년이 되는 해였다. 세상 모든 이치와 마찬가지로 법도 과도기가 존재하는데, 5년의 과도기를 지나왔으니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었다. 물론 괴롭힘법은 여전히 과도기를 지나고 있고, 법의 안정화를 위해 얼마나 더 긴 시간이 필요할진 나도 알지 못하지만, 5년은 점검을 하기엔 매우 적절한 타이밍이지 않나. 직장갑질119도 마찬가지로 괴롭힘법의 지난 5년을 돌아볼 기회를 만들고자했고, 노무사, 변호사, 상근 스탭 등으로 태스크포스팀이 꾸려졌다. 꽤나 긴 시간 준비해서 토론회를 마친 뒤, 그 후로도 수 개월동안 간간히 이슈들에 대해 의견을 나누곤 했다. 그렇게 5주년인 2024년이 끝나면서 TF의 해산이 결정됐다. 5주년TF의 막을 내리는 평가회의가 마지막 일정이됐다.


그렇게 찾아온 5주년TF의 마지막 회의, 좀 더 대중적으로 알리지 못해 아쉽다, 그렇지만 법의 개악을 막는데는 일조했다, 앞으로 계속해서 뭔가를 남겨가면 좋겠다, 등 평가와 향후 바라는 점 등을 자유롭게 얘기했다.


그러다 외국 입법례, 국제 조약 등을 통해 괴롭힘법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오셨던 변호사님의 차례가 왔다. 토론회가 하필 자녀 출산일에 근접해서 개인적으론 부담도 크셨을텐데, 보이지 않는 노력으로 무사히 활동을 마쳐주셨던 분이다. 마지막 회의는 화상회의로 진행됐는데, 변호사님은 등에 아이를 업어 재우며 회의에 참석하셨다. 아이를 재우느라 둥가둥가 몸을 흔들거리시며 평가와 소회 등을 나누셨는데, 그 중 한 말씀이 마음에 콕 박혔다.

"저의 목표는 민중의 법해석이 주류 법해석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법은 뭔가 불가침의 영역 같아서 그 해석은 대단히 객관적일 것 같지만, 사실 상당한 정치적 행위의 산물이다. 법해석은 사법의 영역이다. 우리가 아는 법원이 바로 사법기관이다.


얼마 전 대법원은 통상임금에 관한 기존 판례를 뒤엎고 법문에 충실한 법해석을 새로이 내놓았다. 사실 기존 통상임금 판례는 애초 법문에 없는 징표를 제시하며 통상임금의 범위를 축소했는데, 이게 바로 법원의 정치적 행위라는 것이다. 통상임금은 대규모 제조업장에서 특히나 문제가 돼왔다. 연장, 휴일, 야간근로가 일상인 곳이라 수당을 어떤 기준으로 산정하느냐가 급여수준에 크게 영향을 준다.


최초 통상임금 판례는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면, 이는 종국적으로 근로자 측에까지 피해가 미치게 되어 노사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정의와 형평 관념에 비추어 신의에 현저히 반하고 도저히 용인될 수 없"다며, 법문 보다 이해관계를 고려한 판시를 했다. 이에 대해 "신의칙은 강행규정에 앞설 수 없다. 신의칙의 적용을 통하여 임금청구권과 같은 법률상 강행규정으로 보장된 근로자의 기본적 권리를 제약하려 시도하는 것은 헌법적 가치나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에 정면으로 반한다. 근로기준법이 강행규정으로 근로자에게 일정한 권리를 보장하고 있음에도 근로자나 사용자가 그 강행규정에 저촉되는 내용의 노사합의를 한 경우에, 신의칙을 내세워 사용자의 그릇된 신뢰를 권리자인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 찾기에 우선할 수는 없다."는 반대의견이 있었으나 다수 의견에 묻혔다.


이 판례로 11년 간 수 많은 노동자들이 부당하게 임금을 잠탈당했다. 사법기관의 결정 하나로 수백, 수천만 근로자들에게 불이익이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대법원은 겨우 11년만에 자신들의 결정을 뒤집어 왜곡된 법해석을 바로잡았다. 이렇듯 법해석은 결코 완전 무결한 중립성을 띄지 않는다. 사회를 반영하고, 시대를 반영한다. 법해석도 정치의 영역이다.


그렇기에 변호사님의 발언은 법이 일부의 기득권이 아닌 다수의 민중을 위해 작동해야한다는 소신에 덧붙여
변호사로서 본인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겠다는 소임이 담긴 말인 것이다. 세상을 향한 변론과 같은 변호사님의 노동, 내내 이기길 응원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수선노동자는 지구를 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