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모자의 불편한 진실
중국인들은 초록 모자를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일종의 미신과 같은 금기인데요,
우리나라에도 많이 있지요.
"결혼식 날 비가 오면 잘 산다", "시험 날 미역국을 먹으면 떨어진다", "애인에게 신발을 사주면 도망간다", "빨간색으로 이름을 쓰면 죽는다" 등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미신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동하기를 꺼려하는 건 사실이에요.
중국에도 이러한 미신들이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중국에서는 왜 절대 초록 모자를 쓰지 않는지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가장 궁금해하시는 이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중국에서는 초록색 모자를 쓰면 '내 아내가 바람을 피운다'라는 의미입니다.
중국사람들이 초록모자를 쓰지 않는 이유와 유래에 대해 살펴볼게요.
중국에서 유력한 설로 알려져 있는 이야기입니다.
옛날 중국 당나라 때 절세미인을 아내로 둔 한 상인이 있었습니다.
그는 직업 상 타지로 멀리 떠나 장기간 일을 할 때가 많았는데요.
집에서 바느질을 하며 홀로 지내던 그의 아내는 외로움을 참지 못하고 그만 옆집에 살던 원단을 파는 천장수를 집으로 불러 불륜을 저지르게 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멀리 떠난 줄만 알았던 남편의 갑작스러운 귀가에 놀라, 천장수를 침대 밑에 숨긴 채 하룻밤을 보내게 됐는데요.
그 후 불안감을 느낀 아내는 천장수에게 초록색 원단을 받아와 모자를 만들어, 남편에게 씌워주면서 이 모자를 자신이라 생각하고 멀리 일하러 갈 때마다 쓰고 가달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남편은 그 이후로 먼 길을 떠날 때마다 아내가 만들어준 초록색 모자를 쓰고 나갔습니다.
그날 밤 아내와 천장수는 또 잠자리를 가졌습니다.
이후, 천장수는 그녀의 남편이 초록모자를 쓰고 나갈 때마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고 합니다.
덧붙여 중국 고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색의 의미에 대해 함께 알아두면 좋겠습니다.
고대 중국에서 녹색은 항상 낮은 계급의 색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운 (韻)에 따라 한자의 음과 뜻을 기록한 운서 '광운 (广韵)'에서는 녹 (绿) 자를 '청색과 황색의 배합'으로 해석했습니다. 과거 중국인들은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하얀색, 검은색을 정색 (正色, 원색)으로 정의했으며, 정색은 고귀함의 상징이고 이 외의 다른 색들은 '배합색 (间色)'으로 '천민'의 색으로 해석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당나라 때는 관복(官服)의 색으로 관료의 지위를 구분하기도 했습니다.
비교적 말단인 6,7,8,9품 관료는 모두 녹색과 청색 계열의 관복을 입었으며,
순서대로 진한 녹색, 연한 녹색, 진한 청색, 연한 청색으로 구분됐다고 합니다.
중국인들에게는 이러한 설화에서 비롯된 미신이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중국을 방문하실 때 참고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작성했습니다.
참고로, 이 미신은 우리나라와는 전혀 관련이 없으니, 괜한 편견이나 오해는 없으셨으면 합니다.
중국 여행이나 출장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이런 정보를 미리 알아두시면 더 유익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