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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as Jun 25. 2023

소꿉놀이를 참 잘하는 부부

노을이 예쁘다

뭐 하냐? 놀러 오든가.

낮잠 자다가 어? 벌떡 일어났다. 언니가 보낸 카톡 메시지. 어묵꼬치를 보냈다.

장소는 홀통 유원지(전남 무안군 현경면 오류리 산 2-1)


나르는 아무 생각이 없어그에게 정보를 제공해 주고 마음을 떠본다.

"자기야, 언니가 캠핑 놀러 오래. 갈건가?"

"그래? 가야지."

조금 경계가 많이 풀리셨나. 돈걱정 없을 땐 세상 착한 사람 같다. 가는 길 계속 피곤했지만, 자긴 늘 원하는 데는 데려다만 준다를 입에 달고 살았는데. 첫 애가 1등 한 후로는 이혼 얘기도 잘 안 한다. 하지만 대화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오늘도 50여 분을 외지로 가면서 차 안에서 감자가 하지감자인지도 모르냐. 너는 사실 바보지? 방향 감각만이 아니라 다른 것도 모르는 거 아니냐. 니 식구들은 대체 무슨 대화가 된다는 게 신기하다. 왜 비아냥 거리시는지. 차 안에만 있으면 좋지 않은 얘기만 나불거린다. 왜 그 머리에서는 나쁜 얘기가 나올까?


다 잊고 무안의 해변가 유원지에 오니 자연과 나 그리고 언니 내외뿐. 남편은 거기서도 당장 살 수 없는 '제타'얘기, 'BMW'얘기다. 언니와 형부는 남편이 무슨 이유로 말하는지 정황을 잘 모르기에 잘도 호응해 준다. 그래서 자긴 마음이 편하겠지만. 밖은 다녀왔는데 자연과 교감하지 못했네. 하늘이 저렇게 아름다운데. 형부는 나이가 50 중반이 넘어가셨는데 이제는 자연인이 되어가시는 건지. 한 주마다 살림이 많이 느셨다. ㅎ 난 보는 재미가 솔솔 하다. 둘은 소꿉놀이를 참 잘하는 것 같다. 남편은 시기 질투에 빠진 욕심쟁이 같고. 언제 그 욕심보 항아리에서 나오련지. 그래도 언니가 불러준 덕에 오늘은 빈손으로 가질 않았다. 벌써 초대를 2번 받았나? 오늘은 마트에서 장어 한 상자를 사들고 갔다. 형부는 생선보다는 역시 돼지라고 해서 좀 아쉬웠지만 다른 날보다 왠지 마음이 풍족했다. 이런 모습을 한 번씩 보면서 우리도 부부끼리 소꿉놀이하는 법을 배우겠지.


따뜻한 마음은 언제 배울 수 있을까. 오면서 남편은 울 아이가 욕심이 많고 이기적이라 용돈을 더 준다고 갸가 친구를 위해 한 푼을 쓸 것 같냐. 그는 내게 그렇게 교육하려 하지 마라고 해서 너무 실망스러웠다. 왜 마음 닦을 생각을 안 하는지. 그는 좋은 언어가 뭔지를 전혀 모르고 그것에 대해선 생각하기도 싫은 것 같다. 이기적인 게 아니라 아이가 용돈이 없어서 삼 일을 친구에게 얻어먹었다고 이만 원을 더 올려주자는 말에 왜 저렇게 반응하는지. 왜 아빠가 되어 그런 시선으로 아이를 보는 건지. 자신은 객관적인 것을 말해줘야 한다나. 설사 아이가 욕심이 많았더라도 다른 표현을 할 마음을 갖기 싫은 건가. 자기 돈, 이만 원을 고수하기 위해서 한 아이를 이기적인 애로 매도했다. 난 그에게, 우리 애한테 그런 식으로 말할 거면 입 닫고 있으라고 했다.


그런데 해변에 오니 그 싸움을 다 잊어버렸다.

소꿉놀이의 위력인가.

소꿉놀이가 참 즐거웠다.

시기, 질투, 사심, 잇속이 다 사라진 낙원에 다녀왔다.


무안 훌통 유원지 저녁의 전경
형부가 자랑하며 보여준 다이소 전구,
왼)6시에 피운 불멍과 오)12시가 되어 피운 불멍, 안전한 곳에서 타고 있는 불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오로라 가루를 넣어 파란 빛을 뛴다며 찍어 보내준 동영상.
아기 자기 다이소 요리 도구들 5,000원 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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