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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메리 Mar 01. 2024

9. 언론사에 제보하다

전세사기 피해기록 시리즈입니다


전세사기 때문에 나날이 고통받는 와중 피해자 모임에서 공론화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발 빠르게 언론사를 찾아 기자분과 인터뷰를 약속했는데, 약속 전날 잠이 오지 않았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불면에 시달리고 있는데 남편이 나를 다독였다. 너무 긴장하지 말라고.


다음 날 남편은 직장에 반차를 쓰고 나왔고, 나도 식사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외출했다. 

우리는 지하철역에서 만나서 같이 약속 장소로 향했다.


기자님은 총 두 분이었다. 피해자가 많아서 한 분은 힘들 거라고 예상했다.

믿을만한 동료라고 편하게 소개해주신 뒤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리 이야기가 끝나고, 자리에 앉아서 다른 피해자분들도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분 한분 모였고 빠진 분도 있지만 다수가 인터뷰 자리에 참여했다. 


각자 전세사기를 당한 사연을 호소하고, 기자분이 녹음을 하고 질문을 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이야기가 모이다 보니 모르는 사실을 꽤 많이 알게 되었다.


첫째, 집주인은 이 지역에서 알만한 사기꾼이라는 것. 부동산에서 알 정도로 유명하단다.

둘째, 중개인들은 집주인과 함께 손을 맞잡고 있었다. 치밀하게 전세사기를 준비한 것이다.   

셋째, 집주인은 거의 십 년 전부터 건강 보험료 미납자이다. 

넷째, 집주인 배후에 그를 도와주는 어떤 세력이 존재한다. 

다섯째, 그동안 집주인 고소고발 사건들이 몇 번 있었는데 어떠한 사유인지 불송치되었고 혐의 없음으로 종결된 것도 있다.

여섯 번째, 현재는 월세를 놓고 있다.


배후에 세력은 그의 가족들과 지인들로 추정된다.

이 지역에서 유명해서 이름을 말하면 모르는 중개인이 없을 정도란다. 

건강보험료 미납자이면서 지금도 병원에 다니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악독한 사람에게 걸리다니 눈앞이 빙글빙글 도는 기분이었다.


기자분과 몇 시간 동안 인터뷰하고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스케일이 워낙 크고 취재할 일이 많아서 언론에 나올 때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같았다. 

피해자 모임에서도 기자분에게 도움이 있는 자료를 하나하나 제보하기로 했다. 


"맛있는 거 많이 드세요. 여행도 자주 가시고요. 저도 이 일로 스트레스받아서 탈모랑 왔는데요.

너무 골몰하지 않은 게 좋더라고요."


피해자는 피해자가 알아보는 법. 힘들어하는 우리에게 같은 피해자 분이 해주셨던 조언이다.

사실 인터뷰 하는 내내 너무 화가 나고 힘들어서 몸이 벌벌 떨렸다.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서로 손을 붙잡은 채 애써 버티고, 힘내고 있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할 일은 서로 기분을 최상으로 유지하고, 병나지 않도록 건강을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틈만 나면 눈물이 나고, 서로 울고, 힘들지만 잘 살아가야지 별 수가 있나. 

다만 작은 희망이 있다면 날의 인터뷰가 시발점이 되어서 사건을 파헤치는 도움이 됐으면. 

기자분들이 꼭 좀 힘내주셨으면. 그래서 재판까지 문제없이 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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