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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메리 Feb 20. 2024

8. 피해자 모임을 감시하는 집주인

전세사기 피해기록 시리즈입니다


전세사기 피해로 마음 고생하고 있는 나날 중 새해는 밝았다.

계약 만료일이 두세 달 앞 다가오는 현재. 집주인은 역시나 연락이 없고,

우리가 고소한 사건은 현재 수사 중인 상태.


피해자 모임에는 어느덧 몇 십 명이 넘는 인원들이 모여있었다.

이토록 많은 이들이 같은 사람에게 사기를 당한 일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모임에서 열 명이 넘는 인원이 강퇴를 당했다.

원인 모를 강퇴에 어리둥절하고 있던 때에 모임장이 설명을 덧붙였다.


[여기에 프락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소름 끼치는 이야기에 다들 술렁거렸다.


피해자 모임은 집주인의 이름을 검색하면 바로 들어올 수 있는 오톡방인데,

(다른 모임도 존재했으나 그곳이 어떻게 폭파되었는지 알 수 없다)

보통의 전세사기 피해자 모임과 다를 것 없지만,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구조였다.

설마 설마 하던 사태가 일어났다. 집주인이 겁도 없이 모임을 감시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모임장에게 갑자기 잠적한 집주인에게 문자가 왔다.

내용은 모임 방을 캡처한 사진이었던 것. 다른 말은 없었다.

화가 난 모임장이 연락을 취했더니 무고죄로 고소한다는 협박식 답장이 왔다는 것.


이것은 단지 기분이 나쁘고 마는 작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피해자들의 고소건을 모두 합쳐서 수사를 진행하려고 많은 정보를 주고받는 터였는데

그 안에는 개인적인 호소와 슬픔과 비애도 섞여있는데

집주인이 뉘우침도 없이 이렇게 모든 지켜보며 우롱하는 행태라니 피가 거꾸로 솟는다.

어떻게든 피해자 모임을 파투 내게 만들고 싶은 목적이 분명했다.


그래서 신원이 보장되고 피해자가 확실시된 사람들만 있는 카톡방을 따로 만들었다.

복잡한 구조이지만 우리의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는 방법이다.

그렇다고 기존의 방을 없앤 건 아니다. 피해자들끼리 힘을 모으는 게 좋다.

피해받은 사실도 모르고 혼자 검찰송치까지 간 피해자도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규칙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와중 기존 모임방에는 익명의 누군가가 들락거리고 있었다.

사실 피해자 모임방은 친목방도 아니라서 딱히 들락거림이 많을 일도 없으니

불안한 마음이 들끓는 건 사실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의심은 확신이 되었는데 집주인이었다.


누군가의 인생이 무너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속을 뒤집어놓고, 비열하게 엿보고, 이렇게 죄의식도 없이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자신이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에 머리 꼭대기까지 분노가 치밀었다. 그뿐 아니라 들어와서 '집주인은 괜찮은 사람'이라는 어필을 하면서 자꾸 모임방의 분위기를 헤치는 사람도 있다.



들어와서 분위기 헤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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