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과 실용을 잡았다.
내 책상 위에는 언제나 종이들이 많다. 하루 8시간 이상을 모니터를 보면서도 회사에서는 매일 '공책'을 쓰고 있다. 말하자면 중요한 것은 손으로 써봐야 안다고 책은 넘기며 읽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옛날 사람'인 셈.
그런 옛날 사람에게 이북 리더기가 생겼다. 김얀 작가님의 추천으로 리디에서 리디 페이퍼4를 선물받게 된 것이다. 작가님과 리디에 대단히 감사했다. 그러면서도 책은 넘기면서 봐야한다는 고루한 사람인 내가 이 친구를 잘 사용할지 내심 걱정이 들기도 했다.
결론은 대만족. 리디 페이퍼4는 진지하게 나의 일상에서 종이책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리하여 일단은 언박싱부터
리디에서 보내주신 패키징은 리디 페이퍼 4가 처음 출시 되었을 때 일부 작가, 인플루언서들에게 제공했던 다이닝 패키징 버젼이다. (언박싱 상세 영상은 겨울서점 님 영상 참고) 나름 출간작가라고, 김얀 작가님의 친구라고 본 패키지로 보내주신듯하다.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패키징이 인상적이다. 얼마나 그렇냐면, 패키징 장인 애플 제품으로 주변을 가득 채운 내게도 감탄을 줄 정도. (맥북 프로, 에어팟, 아이폰 쓰는중)
패키지를 뜯어보면 '감성'을 돋구는 리디페이퍼4 기기, 기기 받침대, 차 티백, 태울 수 있는 나무향(?)이 동봉되어 있다. 패키지를 빈틈없이 채우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느껴졌다. 감사한 마음으로 하나씩 열어봤다. 패키징 퀄리티는 물론이고 개별 굿즈(?)들의 퀄리티가 상당하다.
일단 기기 빼고 굿즈만 빠르게 보자.
- 모래시계
(기기 빼고) 가장 마음에 드는 굿즈다. 시간은 측정해보니 15분 정도 되는 것 같다. 사실 본래 목적인 독서에 집중보다는 회사에서 기획(안)을 쓸 때 자주 쓰고 있다. 사무실에서는 구글 타이머보다 좋은듯.
- 팔로산토 나무 향
패키지를 열면 포근한 찻향 같은 내음이 남아있었다. 동봉한 차 때문인가? 싶었는데 바로 이 나무로 만든 향 덕이었다. 아직 태워본 적은 없지만 함께 있는 도자기와 돌을 사무실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있다. 은은한 향이 계속 나서 스트레스 지수가 높을 때 나무 내음을 맡고는 한다. (캠핑가서 태워야지 생각 중)
- 기기 받침대
황동 재질인듯한 금속 받침대다. 리디 페이퍼 4에 특화되어 있어, 두꺼운 책이 잘 꽂히지는 않는다. 애시당초 종이책 독서대인 물건이 아니니 당연하다. 넘기는 종이 책이 새삼 아주 불편했구나를 느끼게 한 물건이었다. 다만 리디 페이퍼 4에는 독서대로 써도 아주 딱 맞는다.
- 차 패키지
각 무드 별로 맞춘 차가 들어있다. 오후에 마신 '비포 선셋' 좋았다. 차를 마시며 리디 페이퍼4로 지이 작가가 쓴 <진짜 게으른 사람이 쓴 게으름 탈출법>을 뚝딱 읽었다.
그리하여 풀 패키지 구성은 아래와 같다. 다이닝 킷은 하드 케이스가 동봉되어 있어 기기를 자주 떨어뜨리는 나에게는 유용했다.
이미 내 주변에서는 전자책 리더기의 사용성이 종이책을 넘어섰다는 평들이 제법 있었다. 그럼에도 종이책을 보는 이유는 '책'을 읽는 것을 넘어 인쇄된 물성이 있는 물건으로 소비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다. 다만, 주로 자기전 책을 읽는지라 불을 끄고 작은 스탠드를 벗삼아 종이책을 읽는 것이 감성에는 좋으나 매일 그렇게 하기에는 퍽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다.(덕분에 최근 2년간 독서량 매우 감소)
편하다고 느낀 포인트들을 정리해봤다. (다른 전자책 디바이스와의 비교는 모르겠다. 나는 종이책만 보던 사람이니까)
- 가벼운 무게와 물리 버튼
홈페이지 상에는 디바이스 무게가 270g이라고 써있다. 다른 이북 리더인 크레마보다는 무겁지만 당연하게도 웬만한 종이책보다는 가볍다.(책이 300page 이상이라면 확실히) 가볍다보니 한 손으로 들고 보기에도 좋다. 또 터치 스크린이 은근히 읽는 기기에서는 불편함이 있는데, 당연히 터치를 지원하지만 물리버튼이 따로 있는 것이 사용성이 좋다. 누르면 작은 딸깍 소리와 함께 앞뒤 페이지로 넘길 수 있다.
저 물리 버튼의 위치가 참 절묘하다. (손으로 쥔 위치에 딱 있음.)보통 디스플레이가 있는 기기는 '베젤'(테두리 여백 공간)이 없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전자책은 예외일 수 있겠다. 손이 디스플레이를 가리면 글이 잘 안보이니까
- 좌-우/ 가로/세로 피벗 지원
디스플레이 방향에 따른 피벗(회전) 기능은 사소하지만 꽤 편하다. 특히 자기전 침대에 기대어서 책을 보다보면 계속 자세를 바꾸고는 하는데, 그럴 때 참 좋다. 일반적으로 세로 모드일때 오른쪽에 물리 버튼이 위치하게 되는데, 왼손잡이인 경우에는 180도 뒤집으면 된다. 물리버튼이 왼쪽으로 가고 왼손 잡이도 쉽게 쓸 수 있다.
- 주변 조도와 무관하게 잘보이는 전자잉크 + LED 디스플레이
전자잉크 디스플레이는 기본적으로 시인성visibility이 좋다. 오히려 햇빛이 강할 때 더 잘보이는 느낌인데, 이건 종이책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기기의 진가는 어두운 곳에서 나온다. 디스플레이에 내장된 LED의 밝기 조절, 색온도가 조절되는데, 주변 빛의 정도, 색상에 따라 바꾸기 쉽게 되어 있다. 이것을 별도 설정창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다가도 꽤 직관적으로 할 수 있다.
- 리디 웹/앱과의 쉬운 연동
바야흐로 구독 경제 시대이자, 클라우드의 시대다. 영상과 이미지를 이어보는 것은 너무 보편적인 경험이라, 이를 텍스트로 가져왔을 때도 편할까 싶었다. 결론은 음.. 편하다.
리디 홈페이지에서 기기를 등록하고 책을 구매하면 (또는 구독 서비스를 가입하면) 당연하게도 기기에도 반영된다. 읽던 페이지를 이어서 볼 수 있다. 다만 리디 앱과 PC 웹을 통해 보는 경험보다는 이북 리더에서 보는 경험이 훨씬 좋다. (누워서 보기에 더좋고 독서의 손맛이 스마트폰에서는 아무래도 적다.)
결론은 있으면 매우 좋다는 것. '텍스트를 빠르게 많이 편안하게 보아야 한다면' 이만한 수단이 없기는 하다.
물론 종이책을 보는 이에게 이북리더를 통한 독서는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읽는 경험에서는 분명히 편안함을 주지만, 온전히 '책을 소유한' 느낌은 아무래도 덜하다. 종이책에서 오는 물성을 포기해야하는 탓이다.
또한 다른 OTT 서비스가 그렇듯 다른 플랫폼과의 콘텐츠 호환/이전은 생각보다 잘 안되거나 불편한듯 하다. (당연하다 고객을 서비스에 lock-in 시켜야 하니까) 그래서 책을 구매했는데, 이 기기/서비스에서만 보아야할 것 같은 느낌이 있다. 하지만 리디는 망하지 않을테니까. 괜찮을 거야..
이북리더.
하나 들일만한 친구다.
스마트폰 때문에 대중교통, 자기전 독서를 하지 않게 되었는데 이 기기의 사용성이라면 독서량을 더 늘릴 수 있을듯 하다.
웹 페이지 디자인을 잘했다. 유능한 프론트 엔드 개발자 + 디자이너가 있는듯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