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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맥상 Jan 30. 2017

일곱 살처럼!

세상살이에 지친 우리들의 고민에 일곱 살 어린이가 답해드립니다


자랑할 자유를 뺏기다



2008년, 'serious play'라는 이름의 콘퍼런스가 열린다.

각 분야에서 놀이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전문가가 모여 놀이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자리,

연사로 초청된 IDEO의 팀 브라운의 강연이 진행된다.

"주어진 종이에 옆사람의 얼굴을 그려보세요"


주어진 시간은 30초, 청중들은 어색한 웃음을 보이며 상대방의 얼굴을 그린다.
이제 팀 브라운은 그 그림을 옆사람에게 보여주라고 요청한다.

청중들은 부끄러운 미소와 사과를 연발하며 상대를 그린 그림을 보여준다.

팀 브라운은 청중의 반응을 잠시 지켜보다 예상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강의를 이어간다.


"죄송해요, 미안해요, 부끄러워하면서 그림을 보여주고 있네요."

청중은 웃음을 터뜨린다.

"이게 바로 어른들과 이 활동을 할 때 매번 일어나는 일입니다.

정확히 똑같은 반응, 다시 말해 무수한 사과의 말을 관찰할 수 있죠.

우리가 타인의 평가를 두려워하고, 우리가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의 생각을 보여주기를 부끄러워한다는 거죠.
그리고 이 공포가 우리의 사고를 매우 보수적이게 만듭니다.

우리의 생각과 표현방식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를 꺼리게 만드는 거죠.
자, 만약 같은 활동을 아이들과 하게 되면요. 이와 같은 부끄러움을 찾을 수가 없어요.
아이들은 그저 유쾌하게 자신의 '마스터피스'를 보여주죠. 그걸 보고 싶어 하는 누구에게든지 요."




막둥이는
컨설턴트

필자는 10살짜리 동생이 있다.

우리 집의 개그우먼이자 애교쟁이, 심부름꾼을 맡고 있고 무엇보다 컨설턴트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풀리지 않는 고민 - 사업과 진로, 인간관계와 재정문제 전반에 대한 모든 고민- 에 대해 너무나도 명쾌한 대답을 주거나 혹은 도리어 본질적인 질문을 되물어 스스로 정답을 찾도록 돕는다.
하루는 지역사회의 놀이공간 "stationary play ground"를 기획하던 중 동생에게 물었다.


"별이야, 놀이 공간에 꼭 필요한 게 뭐라고 생각해?"
"친구. 바보 아냐?"
"아... 맞네! 그다음은?"
"남자애들은 방방이랑 공만 있으면 되고, 여자 애들은 다락방이 필요해. 비밀 얘기를 해야 돼서."


이렇게 나는 놀이공간을 꾸미려면 친구 모임의 학부모 그룹이 공동 가입하게 해야 한다는 마케팅 전략과

트램펄린과 다락방, 크고 빈 공간에 단순한 놀잇감이 채워지는 공간에 대한 기획의 큰 틀을 잡을 수 있었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가장 친한 친구 둘이 싸우고 점점 멀어져 가고 있어서 고민이 많을 때였다.

서로를 아끼는 만큼 꼭 변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었고,

수년간 변화 없이 다툼이 계속되어 중재하기가 어려워졌었다.


"별이야, 만약에 한나(별이 친구 A)랑 찬희(별이 친구 B)가 싸웠어. 그래서 서로 별이랑 있을 때 상대방의 안 좋은 험담을 하고 점점 멀어져. 그럼 별이는 어떻게 할 거야?"
"한나는 안 그러는데."
"알지 알지. 아는데 만약에 그렇다면 어떻게 할 거야?"
"한나한테는 '한나야, 너 말이 맞는데 찬희가 너 보고 싶다고 해.'라고 하고 찬희한테도 '한나가 너 보고 싶다고 해.'라고 하는 거야. 거짓말을 해야 해. 그럼 보고 싶어서 만나게 될 거야."


이렇게 나는 '보고 싶다'는 감정에 호소하여 이러나저러나 서로를 아끼는 두 사람 마음에 다시 우정을 싹틔웠다.

이외에도 옷 첨삭(?)에서도 큰 도움을 받곤 하는데

 별이는 뚱뚱해 보인다거나, 어두워 보인 다거나, 그냥 왠지 별로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꺼내서

에둘러 말하는 그 누구보다도 직관적으로 매력적인 옷차림을 만드는데 한몫하곤 한다.



이 친구가 유난히 특별하고 영특하다기보다는 어린 친구들이 모두 이런 반짝임을 갖고 있다. "아직" 갖고 있다. 우리 어른들에게도 이런 반짝임이 있었다. 간단하게 생각하는 것, 고민하기보단 실천하는 것, 문제의 본질에 대해 스스로 묻는 것, 내가 당장 바꿀 수 있는 것과 바뀌지 않는 것을 구별하는 것. 그것이 내가 정의한 반짝임이다. 우리는 눈 앞에 닥친 문제, 아직 터지지 않았지만 곧 해체해야 할 큰 폭탄, 이미 지난 일이지만 잊히지 않는 사건을 다루고 소화하려 할 때, 반짝임 없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듯하다.

7살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고민에 대해 답을 건넨 책 한 권을 만나보자.
어른들의 고민, 아이의 답 순으로 편집했다. 답을 읽기 전, 나라면 이 고민의 소유자에게 무어라고 답변하였을지 한번 생각해보자.


소란/ 소란스러운 사람들/ 사랑하고 꿈꾸고 사랑하라! 일곱 살처럼





조금은 터무니없는 답변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을 들여 생각해보면 이보다 명확한 답변이 있을 수는 없다.

낯가림이 심한 사람은 사람을 자주 보아야 하고, 상사의 뒷담을 하다 걸렸다면 도망가야 하고, 점심을 고르기가 어렵다면 하루에 하나씩 먹으면 되고, 꿔준 돈을 받지 못했다면 내가 더 많이 벌면 된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이 명쾌함을 조금 현실적으로 다듬다 보면 달리 방법이 없으니 네가 노력해봐,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쉽게 생각하자, 하는 아이들의 순수한 메시지가 보일 것이다.

혹은 적어도 고민하고 있던 내용을 잊고 하하하 웃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이들을 만나는 사람들에게 항상 아이들에게 많이 물어볼 것을 권장한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무엇이고 이유는 뭔지, 눈이 좋은 점은 뭔지, 요즘 친구들 사이에는 뭐가 유행인지, 그림자랑 그늘의 차이점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는지.
분명히 아이들은 명쾌한 해답 또는 큰 웃음을 선물해 줄 것이다.

가까이에 아이가 있다면 많이 묻고 도움을 얻을 것.

그들의 통찰력을 과소평가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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