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가는 빠져나갈 기회를 주지만 악마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악마라는 존재는 두려움의 대상이고 그런 강력하고 무자비한 모습에 취해 악마를 숭배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다.
"악마와의 토크쇼"라는 영화 티저가 공개됐을 때 이런 무지막지한 존재를 토크쇼에 소환한다는 것부터 큰 기대를 주었다. 또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소심하고 찌질한 폴카닷맨을 연기한 데이빗 다스트말치안의 또 다른 모습이 기대되기도 했다.
영화 시작에는 이 토크쇼가 어떤 역사를 가졌고 잭이라는 인물이 어떤 우여곡절을 겪었는지 다큐형식으로 진행되었고 그 과정에서 잭이 "그로브"의 회원이며 영상 속에 비친 그 단체는 올빼미 모양의 무언가가 있고 기괴한 의식을 행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평범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토크쇼는 영매 크리스투, 이들의 영적 존재를 부인하는 카마이클, 집단 자살이 일어난 사탄을 모시던 교회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릴리와 그를 돌보는 심리학자 준이 게스트로 참석했다.
초반 크리스투의 무대는 허점이 많아 보인다. 영가와 교신한다며 계속 무언가를 시도했으나 그의 행동은 사기로 느껴질 만큼이나 허술해 보였다. 그러나 퇴장을 하는 도중 갑자기 미니를 찾고 검은 액체를 뿜어대며 결국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영화는 이전과는 다르게 무언가 일어날 것 같다는 긴장감이 느껴지는 분위기로 변한다.
악마가 등장하며 영화의 흥미는 더해진다. 앞에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의 설명 장면에서 나왔던 장면 하나하나에 대한 떡밥도 해소하면서 적절한 타이밍에 악마의 돌발행동으로 긴장감도 유지하기 때문이다.
초반에 나온 잭이 속해 있는 단체 그로브와 토크쇼에 출연한 악마, 박사가 가지고 있는 올빼미 목걸이, 또 잭의 토크쇼 이름까지. 악마가 등장하며 이 모든 것이 전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악마가 잭을 보며 "또 만났다."라고 하는 장면에서도 악마가 있던 사이비 종교와 그로브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또 크리스투가 미니를 부르며 고통스러워했던 점, 미니가 담배를 피우지 않았는데도 폐암 말기를 선고받아 죽었다는 점에서 잭이 무언가를 얻기 위해 미니를 희생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이는 잭이 그토록 바라던 토크쇼 1위에 대한 강한 집착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첫 관람 때는 이 연관성을 잘 인식하지 못했다. 다큐식으로 나오는 초반부가 그리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몰랐어서인지 그 부분에 큰 집중을 하지 않고 지나가 놓친 정보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반부를 보며 초반에 지나간 장면들에 혹시 연관이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는 여러 번 다시 보며 이 연관고리를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영화는 최소 2번 이상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여러 번 볼 수록 안 보였던 설정, 연결고리가 보이며 점점 더 이 영화가 좋아질 것이다.
70년대 토크쇼를 화질까지 그대로 재현하며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과 함께 구성했다는 점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 형식이 생생해서 만약 내가 데이빗 다스트말치안을 몰랐다면 진짜 이런 일이 있었는지 헷갈리면서 영화를 접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