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문 Jul 04. 2022

퍼스트 카우

야만의 시대에서 피어난 따뜻한 우정

서부 개척시대의 이야기는 많이 다뤄져 왔다.
그리고 대개 그 이야기들은 백인을 비판하는 모양새로 그려졌었다.
퍼스트 카우는 그 이야기들과는 결을 달리한다.
동일하게 서부 개척시대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백인들에게 착취당하는 이들을 그려내는 것이 아닌 서부 개척시대에서 한몫 잡으려는 사람들 중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그려내고 있다.

쿠키와 킹루는 쫓겨 도망치고 있는 킹루를 쿠키가 구해주며 만났다.
쿠키 자신도 괴롭힘 당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지라 그 장면에서 쿠키의 선한 마음씨와 특유의 눈매가 참 인상 깊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쿠키와 킹루는 다시 만났다.
누추한 곳이지만 킹루는 자신의 생명의 은인인 쿠키를 집으로 초대했고 지낼 곳이 마땅치 않았던 쿠키는 그렇게 킹루와 지내게 되었다.

이들이 마을의 권력자 팩터의 소의 젖을 훔치며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서부를 착취하고 빼앗은 사람의 소를 몰래 이용하며 이익을 취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블랙코미디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게다가 쿠키와 킹루의 우정을 상당히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는 모습조차도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쿠키는 먹을 것을 구하러 다닐 때 뒤집어진 도마뱀을 다시 제대로 놔주기도 하고 소의 젖을 짤 때도 소의 아픔도 어루만져 주며 진심이 담긴 말을 할 정도로 착한 사람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이들은 어느새 쿠키와 킹루의 편에 서서 그들의 도둑질을 응원하게 되지만 그들의 행동이 잘못된 행동임에는 틀림없다.

이 영화는 쿠키와 킹루의 우정을 보여주면서도 그들 또한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팩터에게 걸릴 위기에 처했으면서도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이 특히나 그렇게 느껴졌다.

그래도 영화를 보면 서늘함보다는 따뜻함이 크게 남는다.
돈을 챙기고 도망칠 수도 있었는데도 둘은 함께 하기 위해 다시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이 장면은 의지할 것 없던 두 남자가 서로에게 진정한 친구가 되어 함께 지내는 우정이야말로 그들이 도둑질해서 번 돈들보다 훨씬 값진 것임을 말해주는 듯 느껴졌다.

색다른 각도에서 그려진 참 따뜻한 영화이다.
서부 개척시대의 냉혹함 안에서 피어나는 우정이 오랜 시간 기억에 남을듯싶다.

작가의 이전글 (스포) 고장난 론 (그녀 스포도 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