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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규 Oct 10. 2024

청렴강의 핵심은 갑질 대책

갑질과 청렴

청렴강의 핵심은 갑질 대책     


공무원 교육이나 공직유관단체 교육 가면 분위기가 침잠해 있습니다. 유쾌하거나 활발한 분위기가 아니고 조용~합니다. 외부강사가 질문해도 대답을 안 합니다. 


공직사회가 원래 조심성 많은 곳이라서 그렇습니다. 본인이 원하는 교육이 아니라서 더욱 반응이 없습니다. 교육받는 공무원들에게 청렴교육받을 때 느낌이 어떠냐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몇 명이 속마음을 얘기하던데, 부담감과 거부감이 있답니다. 


'나한테 돈 준다는 사람도 없는데, 내가 왜 청렴해야 한다고 강요를 받아야 하지?' 

'정작 돈 받을 사람은 따로 있을 것 같은데, 우리 같은 힘없는 사람만 부르네'


이런 거부감으로 마음에 벽을 친 상태에서 교육장에 들어오기 때문에 잘 안 듣습니다. 청렴교육이 재미있는 교육은 아니잖아요. 


잘 안 듣는데 어떤 얘기를 해야 들을까,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하게 만들까 청렴강사로서 이게 제일 고민입니다. 


세계적으로 보면 선진국의 청렴도가 높습니다. 그 이유는 공직사회가 맑으면 결국 사회가 투명해지고, 사회가 맑아지면 구성원 전체 행복감이 높아지기 때문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코로나19 때문에 국가위상이 많이 올라가기는 했습니다만, 사실 우리나라는 국민들이 불행한 국가입니다.  그 단적인 예가 자살률이 1위 국가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항상 과잉경쟁에 내몰려 있습니다. 


본인이 달리다 쓰러지면 사회적 복지가 뒷받침해주지 않습니다. 쓰러지면 끝입니다. 나도, 가족도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그렇기에 행복지수가 낮습니다. 우리나라 행복지수는 OECD 평균지수 보다 많이 떨어집니다. 최근에는 핀란드가 3년여 1등 하고 있습니다. 그전에는 덴마크가 1등이었습니다. 북유럽국가들 행복지수가 강세입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책을 썼죠. 덴마크를 분석한 책인데, 이 책을 보면 우리나라도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권익위에서 매년 1회씩 전체 공공기관에 대한 청렴도 측정을 합니다. 청렴도 평가는 매우 민감한 평가입니다. 그 점수 낮으면 1년 내내 시달립니다. 다른 업무 못하는 건 이슈가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청렴도는 그렇지 않습니다.      


청렴도 측정은 내, 외부 여론조사가 기본입니다. 직원에게 여론조사를 하든, 외부 민원인에게 여론조사를 하든 여론조사의 본질은 만족도 측정입니다. 


직원 여론조사는 조직에 대한 만족도 측정이고, 외부 여론조사는 공직사회의 업무처리에 대한 만족도 측정인 셈입니다. 여기서 만족도는 단지 돈을 주고받았는지에 대한 문제만은 아닙니다. 돈을 주고받았는지 이전에 직원이 어떤 태도를 가졌는지, 민원인인 내게 불쾌감을 주었는지 혹은 만족감을 주었는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감사담당관은 온갖 민원이 들어오는 곳입니다. 민원을 총괄하는 부서입니다. 처음에는 행정감사하고 청렴 체크하면 되는 부서였는데, 날이 갈수록 민원만족도 제고를 중시하게 되고, 결국은 민원 만족도를 총괄하는 부서가 되더라고요. 구청에서 감사담당관으로 8년 근무하면서 그런 변화를 체험했습니다.      


직원과 민원인의 만남을 지켜보면, 우리 사회는 만남의 기본 매너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민원인이 감사과에 올 때는 화가 나있는 상태이고, 공무원은 국민 세금으로 먹고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공무원을 대할 때 상처를 주는 행위를 많이 합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늘 말이 곱다는데, 결국 고운 말이 오가지 않게 되죠. 서로 언성을 높이고 싸웁니다. 우리가 남의 얘기를 안 듣고, 소통에 문제가 있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한마디로 우리는 서로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회입니다. 그건 지하철만 타봐도 압니다. 지하철에서도 밀치고, 툭 건드려도 미안하다는 말도 안 하잖아요. 서양에 가면 그 사람들은 몸을 밀치고 이런 것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더라고요. 밀치는 건 상상을 못 해요. 그리고 그런 일이 있으면 꼭 미안하다고 하고. 서양에서는 앞의 사람이 뒤의 사람을 위해 꼭 문을 잡아주잖아요. 우리는 바로 뒤에 사람이 따라와도 문을 잡아주지 않습니다. 우리가 너무 각박하구나, 서로 배려가 없구나.     


정혜신 박사의 [당신이 옳다]. 이 책이 좋습니다.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은 필요 없고, 오로지 공감이 중요하다는 책이죠. 그게 지친 상대를 달래고 보듬고 함께 가는 유일한 처방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충고부터 하죠. 남이 자신의 아픔을 얘기하면, 어떻게 충고를 해야 상대가 이런 상황을 다시는 당하지 않을까, 자꾸 분석하고 충고하려고 하는데 전혀 그럴 필요 없다는 주장입니다.      


마음 아픈 얘기가 있습니다. 어떤 초등학교 고학년 딸애가 있었는데,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었답니다. 본인이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왕따 당하면 바로 부모한테 얘기 안 하잖아요. 자존심도 있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고... 여러 고민 끝에 참다 참다못해 엄마에게 얘기했답니다. 


“엄마 사실은 나 학교에서 왕따 당하고 있어”     


엄마는 그 얘기 듣고 기분이 좋을 리 없잖아요. 소중한 자신의 딸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다는데. 짜증 나죠. 화가 나죠. 그러니까 엄마가 애한테 화를 낸 거예요.


“아니, 너는 학교 가서 어떻게 했길래 왕따나 당하고 그러는 거야”


이런 식으로 감정 섞어서 애를 야단쳤죠. 나중에 애가 그러더래요. 


“나를 왕따 시킨 친구도 밉지만, 엄마가 제일 미워”

“엄마가 어떻게 나에게 이렇게 상처를 줄 수가 있어?”     


저는 이 얘기 보고 마음이 아팠어요. 이 애의 심경이 어땠을까? 엄마한테도 배척을 당하고, 엄마에게 지적질을 당하고 야단을 맞고 있는 그 애의 심경이 어떨까?     


그런데 우리는 아주 가까운 우리의 가족에게 당신이 옳다고 지지하기보다는 충고와 분석을 먼저 해요.  그게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 감사담당관에서는 조직진단을 많이 합니다. 설문조사를 하면 자주 대답이 나오는 게 낡은 조직문화에 대한 거부감입니다. 


주로 상사의 갑질이죠. 그런데 꼭 상사만이 아니고, 직장 동료인데 싹수가 없는 사람도 있죠. 본인이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대를 불편하게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까 얘기했듯이 민원인이 와서 얘기할 때 의도 했든 안 했든 간에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우리도 본인이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타인에게 짜증 나게 하는 일을 저지를 수 있죠.     


여론조사에 의하면 70% 정도가 갑질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갑질이 만연한 거죠. 을일 때 당했던 설움, 갑이 되면 곱빼기로 갚는 거죠. 갑이 큰소리치지 않더라도 은연중에 갖는 우월의식은 그걸 당하는 을에게는 비참함을 불러일으킬 수 있죠.      


남양유업 같은 경우 젊은 본사 대리급 직원이 나이 많은 대리점주를 함부로 대한 일 때문에 남양유업 판매량이 흔들흔들했죠. 대한 항공도 마찬가지죠. 오너 일가의 갑질 - 땅콩회항부터 서류 집어던지고 이런 갑질에 대해 사람들이 얼마나 분노를 했습니까? 대한항공이 그렇게 기업 이미지가 나쁘지 않은 기업이었는데 하루아침에 곤두박질쳤죠.      


이런 여러 가지를 볼 때 청렴교육의 핵심지점은 내가 남에게 상처를 주거나 행패를 부리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에게서 돈을 안 받는 거 이런 것은 기본이고요. 갑질하지 않는 것, 나 때문에 상대가 힘들지 않은 것, 스스로 선한 영향력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 이것이 청렴의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행복하기 위해 서로 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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