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사 기자, 국회의원 보좌관, 정당 당직자, 공무원 생활 등을 하였습니다. 중간중간 쉰 적도 있습니다만, 비교적 꾸준히 취직했습니다.
동료 중에는 국회의원, 지방의원이 된 사람이 많습니다. 월급쟁이에서 탈출한 셈이죠.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수차례 도전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 들 중 상당수는 결국 성공합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저는 탈출하지 못했습니다. 도전을 안 해 본 것은 아닙니다. 선거 출마를 두 번 했습니다. 그러나 실패한 후에는 도전을 접었습니다.
그들과 나의 차이는 무엇일까? 의지 차이입니다. 곰곰 생각해 보니 제게 부족한 것은 의지였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젊은 시절 학생운동, 노동운동을 하다가 정치권에 취직한 케이스입니다. 출마를 원했던 게 아니고, 월급이 목적이었습니다.
정치권에 출근했지만 오래 있을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일반 회사 등 비정치 분야에 자리 잡고 싶다는 생각을 마음 한편에 두고 살았습니다. 정치에 인생을 걸 생각이 없었던 것입니다.
이런 어정쩡한 생각이 인생을 앞으로도 뒤로도 나아가지 못하는 상태로 만들었습니다. 빨리 적응을 하든지, 아니면 얼른 이직을 하든지 해야 했는데 결단을 못했습니다. 앞으로 나아가자니 다른 인생을 살고 싶고, 다른 길을 가자니 당장 받는 월급이 아쉬웠습니다. 방관자 처럼 인생을 살았습니다. 스스로 개척하지 않고, 남의 인생 살듯이 그냥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출마에 성공하여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삶이 가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치인이 행복할까?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고 김종필 정치인이 얘기했듯이, '정치는 허업'이 맞습니다. 허망한 업이라는 뜻이죠. 세상을 움켜쥐려고 이리 뛰고 저리 달리고 평생을 바쁘게 살았지만, 남는 건 바람 밖에 없는 허망한 인생인 거죠.
예전에는 정치에서 성공하면 모든 것을 다 갖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 정도가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에 정치환경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뇌물 한 방에 나락 갑니다.
허업이 아니면서 알차게 성과를 쌓을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 당연히 그곳에서는 조연 보다 주연이 나을 것입니다. 성과가 쌓이는 대표적 영역은 사업이라고 판단됩니다. 사업은 남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과는 내 앞으로 쌓입니다.
오랫동안 남을 보좌하거나 큰 조직에서 일을 한 후 얻게 된 결론이 '내 이름 내걸고 살아보자'입니다. 당직자, 공무원 생활을 했고 많은 것을 배웠지만, 인생 후반기에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는 창업입니다.
행정사, 청렴강사, 직업소개업 등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성공하기를 희망합니다. 큰 성공을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할 일 꾸준히 있고, 사무실 유지되고, 용돈벌이 되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크게 성장시키기에는 나이와 건강이 허락지 않을 테니까요. 누구 눈치 안 보고 주인 노릇하면서 편하게 사는 세상, 이게 인생 2막 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