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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밤토끼 May 30. 2022

고작 커피 한잔

지속 가능한 커피 이야기(1)

출근해서 한 잔.

점심 식사 후 한 잔.

회의나 미팅이 있을 때 또 한 잔.

야근까지 한다면 마지막으로 한 잔.


직장 생활을 할 때 보통 하루에 3잔의 커피를 마셨다. 어떤 행위를 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사회적 의미를 갖고 내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혹은 내가 모를지라도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한다. 나에게 커피는 업무처리의 효율성을 돕거나, 인간관계 형성의 과정이거나, 향유할 수 있는 문화 혹은 유희 거리였다. 그리고 바리스타 남편을 둔 덕에 커피는 나의 취향을 알게 해주는 존재이기도 했다.


앤서니 기든스는 그의 저서 <현대사회학>에서 일상생활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사회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든스가 우리에게 사회학적 상상력을 요구하는 이유는 사람의 하루 일과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선택과 행동이 사회, 문화, 경제, 정치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을 '커피 한 잔'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통해 쉽게 설명한다.  


커피가 한 사람에게 도달되기까지의 과정, 소비의 순간, 소비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을 알게 된다면 내가 선택한 고작 한잔의 커피가 갖는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얼마 전 <지구인 더 하우스>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커피와 환경'을 주제로 방송을 했다. 나의 경우 운영 중인 아토모스(카페 겸 제로 웨이스트 스토어) 덕에 지속 가능한 커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상태라 프로그램의 주제가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왔다.    


사실 나는 아토모스를 준비를 하던 중에 남편이 설명해준 에스프레소 머신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듣고 현타가 왔던 적이 있었다. 커피를 추출할 때 기계와 물의 온도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에스프레소 머신은 물과 전기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순간 내 머릿속에서는 커피와 제로 웨이스트는 이율배반적 관계로 위치 지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카페 겸 제로 웨이스트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커피를 좋아하는 마음과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대안적 실천을 시도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국내에서는 지속 가능한 커피에 대한 정보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던 지라 <지구인 더 하우스>에서 다룰 내용이 더욱 궁금해졌다. 더욱이 이제는 환경문제 전문가나 다름없는 타일러가 고정 출연자인 것을 보고 주제를 조금 더 다양한 관점과 사회적 맥락에서 다루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생겼다.




<지구   하우스>에서 가장 먼저 다룬 이야기는 기후변화로 인한 커피 생산량의 감소와 멸종 위기에 대한 것으로 브라질의 경우 2021 커피 생산량이 전년도 대비 22.6% 감소했다.   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산불, 홍수, 가뭄 등을 보면 전문가들도 지금의 기후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우니 기후에 성패가 달린 농사의 피해는 치명적이다.

사진 : 지구인 더 하우스(9회) 캡쳐


방송에서 다루어진 커피산업의 문제는 생산-가공-운송-소비(그리고 소비 다음의 영역까지), 전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사진 : 지구인 더 하우스(9회) 캡쳐


마지막으로 지속 가능한 커피를 위한 대안으로 커피 캡슐 회수 프로그램의 활성화와 에너지를 적게 쓰는 에스프레소 기계 개발을 소개했다.


사진 : 지구인 더 하우스(9회) 캡쳐




사실 나는 뉴욕의 파트너스 커피(지속가능성을 지향하는 로스터리)를 수입하고 있고, 제로 웨이스트 스토어를 운영하다 보니 해외의 지속 가능 커피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며 굉장히 놀란 것이 많았다. 예를 들면 커피 생산, 가공, 유통 과정에서 굉장히 다양한 대안적 실천을 하고 있다는 것, 미국과 유럽의 유명한 로스터리들이 UN이 채택한 SDGs(지속가능발전목표(관련 글)를 기준으로 커피 산업의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SG도 아닌 SDGs를 추구한다니 이런 멋진 로스터리가 있다니 감격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여러 커피 매거진과 플랫폼들이 지속 가능한 커피를 선택할 수 있는 방법과 대안적 방법을 소비자에게 알려주고 있다는 것도 몹시 좋았다.


아주 가끔 카페 겸 제로 웨이스트 스토어를 운영하는 나를 보며 두 영역의 연관성에 대해 갸우뚱하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커피와 환경은 분명한 연관성을 갖고 있고, 나는 카페와  제로 웨이스트 스토어의 공존을 직접적으로 고민하는 입장이니 현재 커피산업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다각적 측면의 문제와 대안을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내가 마신 고작 커피 한잔의 파급력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 지속 가능한 커피는 후속 글로 몇 차례 나눠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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