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몰랐던 커피 산업의 변화(5)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집에서 남편이 내려준 드립커피만 마시던 나는 카페를 운영하기로 한 후 에서야 남편으로부터 커피머신의 구조에 대해 듣게 되었다. 남편이 알려준 커피머신은 일반적으로 구조 상 전기와 물을 상시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어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는 카페를 운영하기로 결심한 나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커피 추출을 위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온도 유지를 위해 머신 내부에는 보일러가 장착되어 있고, 이 보일러는 물과 전기를 사용해 온도를 유지한다.
이 사실에 충격을 받은 나를 보고 남편은 Victoria Arduino(VA, 빅토리아 아르두이노)의 Eagle One(E1, 이글원)이라는 머신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커피산업에서 '지속가능성'은 우리에게 '지속가능성'이 일상적 용어가 되기 이전부터 중요한 이슈였다. 이는 커피재배가 환경오염에서 비롯된 기후변화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또한, 전 세계인의 커피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확대된 커피산업이 환경오염의 원인 중 하나라는 각성에서 비롯된다. 이런 이유에서 커피산업을 구성하는 다양한 영역(재배, 유통, 기술, 소비 등)에서 지속가능성 향상을 위한 변화의 움직임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맥락 속에 2019년 VA사는 E1을 발표했다.
E1은 커피 머신 작동 과정에서 자원 낭비와 탄소배출을 최소화하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개발되었다. E1에 내장된 NEO엔진은 커피 추출에 필요한 양의 물만을 순간 가열할 수 있게 설계되어 에너지 사용을 절감한다. * E1의 상세한 친환경적 설계와 작동 방식이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참고할 만한 링크를 공유한다.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는 우리 매장에 VA사의 E1은 성능과 취지에 아주 어울리는 장비였지만, 아토모스가 운영을 시작할 때 E1은 국내 전파인증 과정 중이었으므로 아쉽게도 설치할 수 없었다. 아토모스 운영 2년이 지났지만 E1은 여전히 우리 매장에서 사용해보고 싶은 커피 머신이다.
2022년 스위스에서 등장한 커피 머신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흥미로웠다.
네스프레소 등장 이후 캡슐커피는 집이나 오피스 공간에서 맛있고 아주 손쉽게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었는데 2022년 등장한 <CoffeB>는 No-capsule을 선언하며 출시됐다.
캡슐커피의 고향인 스위스에서 약 40년 만에 노캡슐커피라니! 캡슐 폐기물에 대한 스위스인의 책임감이 혁신의 아이디어와 실천으로 이어졌을까? CoffeeB는 자신들의 미션을 '세계에서 캡슐 폐기물을 없애고 지속 가능한 커피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CoffeB가 캡슐 폐기물을 없애는 방법은 플라스틱과 알루미늄을 사용하지 않은 커피볼에 있다. 처음 동그란 커피볼을 보고 도대체 어떻게 만든 것인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CoffeB는 해조류에서 추출한 천연원료를 활용해 얇은 보호막을 만들어 커피볼을 만들었다. 투명한 보호막 안에는 분쇄된 커피가루가 들어있고, 이 커피볼을 전용머신을 사용해 커피를 추출한다. 추출이 끝난 커피볼은 살짝 식혀 손으로 으깬 후 화분이나 정원의 흙에 썩어 퇴비화한다. 커피찌꺼기는 식물이 건강하게 성장하게 하는 영양소(질소, 인, 칼륨)를 함유하고 있어 퇴비로 사용하기 적합하다고 한다.
CoffeB의 커피 머신은 CHF 149(한화 약 20만원)이며, 커피볼은 한 박스(커피볼 9개) CHF 4.6 ~ 4.95(한화 약 6천원)에 판매하고 있다. 현재는 스위스 인근의 몇몇 유럽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다.
매일 2,3잔의 커피를 마시는 사람으로서 커피산업 전반에서 지속가능성을 향한 변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에 늘 놀라고 카페 운영자로서 그 변화에 조금 더 거침없이 맞춰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p.s_ 캡슐커피를 개발한 네스프레소 역시 지속가능성을 위해 폐캡슐을 무상으로 수거하고 있으며, 물과 전기사용을 절약할 수 있는 커피머신 개발을 예고한 바 있다. 언젠가 친환경적으로 진화한 네스프레소의 머신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