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by 주드

나의 삶을 돌아보니 하루 일과를 돌아본 것 같은 기분입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잘 마쳤고 내가 이룬 것에 만족합니다.

나는 행복했고, 만족했으며, 이보다 더 좋은 삶을 알지 못합니다.

삶이 내게 준 것들로 나는 최고의 삶을 만들었어요.

결국 삶이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_<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애나 매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라는 책 제목이 참 재미없고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 같아서 편집자의 센스가 아쉽다가도 모지스 할머니의 삶의 이력을 알게 되면(모지스 할머니는 70대 후반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101살에 세상을 뜨기 전까지 1,600여 점을 남겼다) 절로 그러한 생각이 들 것 같다.

“그래, 저 연세에도 그림을 그리셨는데. 나는 얼마나 젊은가.”


그런데, “미국인들의 삶에서 가장 사랑받은” 그림들이 함께 실린 할머니의 이 자서전을 읽다 보면 정작 할머니 자신은 살아오면서 ‘너무 이르다, 늦었다, 또는 지금이 적기다’라는 식의 판단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매 순간 충실히 살아내면서 그 속에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내가 가장 행복한 일, 내 눈에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것들을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아왔고, 그것들을 그저 삶의 연장선 위에서 자연스럽게 풀어낸 것뿐이었다. 위에서 인용한 할머니의 말에서처럼, 할머니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최고의 것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다행히도, 그 나이에 이르렀을 때 많은 그림을 그릴 만큼 건강했고(관절염이 있긴 했다), 여전히 기억력이 훌륭했고,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고 만들어내는 여유가 넉넉했다.


모지스 할머니의 글은 당신의 그림들과 꼭 닮아 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의 삶을 시간 순으로 담담하고도 다정하게 들려준다. 소소하면서 정겹고 따뜻하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했고 자신을 둘러싼 것들을 거부하지 않고 품었다. 삶의 어느 한순간도 너무 이르다고, 너무 늦었다고, 때가 아니라고 홀대하고 외면하지 않았다. 바로 그게 할머니가 삶을 지켜낸 방식이었다.


내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바로 그런 방식으로 가능하다.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나의 주변을 돌아본다. 내게 주어진 것들을 면밀히 그리고 애정이 가득한 시선으로 관찰해본다. 나는 이것들로 무엇을 빚어낼 수 있을까. 행복했고, 만족했고, 이보다 더 나은 삶을 알지 못할 정도로 살아갈 수 있을까.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유일한 돌파구처럼 여겨지는 시대, 나는 그렇게 나 자신과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지켜내어야 할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