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죄로 고소를 고려해야 하는 경우 변호사가 왜 필요한가?
지난주에는 유독 경찰서 조사 입회 및 접견 등 재판에 참여해야 할 일들이 많아 바쁜 한 주였다. 폭우가 쏟아져내리거나 또는 가만히 있어서 땀이 뻘뻘 날 정도로 더운 한낮의 여름날이 오락가락했다.
최근 법률사무소 봄에서는 형사 고소와 관련한 문의가 많다. 특히 나는 합의 중재 요청을 받아 상대방에게 내용증명을 보내거나 또는 조심스럽게 합의를 시도하기도 한다. 감정이 상해 일단 형사고소가 들어가면 상대방으로부터 며칠 뒤 갑자기 민사소장이 날아오는 경우도 많고, 또 우리 쪽에서 먼저 소송을 제기하거나 형사 고소를 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어이없이 소송을 당하게 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실제로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는 경우임에도 말이다.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당하는 경우가 특히 그러한데 많은 사람들이 언제 명예훼손이 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하고 고소인조사를 받으러 가면 수사관님조차 어느 부분이 허위 사실인지 정확하게 특정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한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명예훼손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자면 크게 1) 공연성과 2) 특정성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우선,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아주 잠깐이라고 해도 공연성은 인정이 된다. 예를 들어 맘카페에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으로 글을 썼다가 몇 초 뒤에 지웠다고 하자. 이런 경우에도 그 단 몇 초간 누군가가 그 글을 볼 수 있었고, 또 이를 퍼트릴 수 있었으므로 공연성은 당연히 인정이 된다.
또한 인터넷 커뮤니티, 홈페이지 댓글, 맘 카페등에 글을 쓰는 것뿐만 아니라, 도로에 대자보를 붙이는 행위, 1인 시위를 하는 행위, 제삼자에게 위와 같은 내용을 이야기하는 행위 등도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볼 수 있거나 퍼트릴 수 있으므로 공연성이 인정이 된다. 하지만 내가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말을 상대방의 가족이나 절친한테 말한다면 공연성이 부정될 수 있다. 들은 사람이 이를 타인에게 퍼트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명예훼손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우리는 '공연성'이 있음을 충분히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공연성 부분은 사실상 명예훼손죄를 범하는 행위양식과 관련이 있으므로 인정되는 것은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공연성은 명예훼손죄를 범하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실무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하거나 당하는 경우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부분이 '특정성'이다. 특정성이 인정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사실에 대한 적시'라는 점이다. 따라서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해서는 안 된다.
최근, 명예훼손죄의 성립과 관련하여 상담을 받았던 사건이 있었다. 나에게 상담을 한 의뢰인은 과외교사였는데 학부모 중 한 명이 악의적으로 과외교사 구인 사이트에 비방적인 후기를 남겼다고 한다. 내용을 살펴보니, ' 소문에서보다 선생님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 , ' 나의 느낌은 실망이었다. ' , ' 너무 바쁘셔서 그게 단점이다. '라는 것이었다. 이런 경우에는 ( 선생님 입장에서는 기분이야 물론 나쁘겠지만) 사실에 대한 적시라고 보기 힘들다. 위와 같은 평가는 그 사람이 느끼는 가치판단에 가깝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안타깝지만 이 정도로는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어렵겠다고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라는 것이 무엇일까? 우선, 타인이 들었을 때 사회적인 평가를 훼손시킬 정도의 사실을 말한다. 그것이 진실한 사실이더라도 명예훼손죄는 성립한다.
예를 들어 공무원을 상대로 뒤에서 뒷돈을 받았다(뇌물을 받았다). 어떤 사람을 상대로 상간녀, 불륜이라고 말했다. 전문의를 상대로 제대로 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법적으로 전문의를 땄다고 말하는 경우들을 말한다. 이런 정도라면 누구나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상대방에게 실망을 한 만한 사실의 적시가 된다. 하지만 추상적인 느낌이나 감정을 적시하는 것은 사실의 적시라고 보기 어렵다.
" 허위사실 명예훼손죄와 진실사실 명예훼손죄의 가장 큰 차이점은? "
많은 사람들이 이해를 잘 못하는 지점이지만 허위사실을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진실사실을 말하는 경우에도 명예훼손죄는 성립이 된다(형법 제307조 제1항). 그렇다면 둘 모두 처벌이 된다는 사실 외에 진실사실 명예훼손죄와 허위사실 명예훼손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물론 형량이 다르다는 점도 차이지만(당연히 허위사실 명예훼손죄의 형량이 더 높다), 가장 큰 차이는 진실사실 명예훼손죄의 경우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 라면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형법 제310조). 즉 허위사실을 말하는 경우라면 당연히 비방의 목적이 인정이 되는 것이므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그랬다.'라는 변명을 할 여지가 없지만 진실사실 명예훼손죄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말했다.'라는 점을 들어 처벌을 면할 구석이 존재한다.
이처럼 명예훼손죄는 진실사실인지 허위사실인지, 만약 진실사실이라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여서 처벌을 면할 수 있는지 등 생각보다 세세한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 만약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진행하게 된다면 고소인 조사를 거치면서 분명 필요한 부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할 수 있다. 변호사 선임비용이 부담된다는 이유로 당사자가 무턱대고 그냥 조사를 받게 되면 이런 부분들을 놓치게 될 수 있고 그렇다면 황금타이밍을 놓쳐 어이없는 불송치결정을 받을 수도 있다.
피의자의 입장이라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허위사실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당하였다고 하더라도 진실사실 명예훼손죄로 바꿔야 할 필요성이 있고(위와 같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부분을 주장하여 위법성을 조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이후 공공의 이익 부분을 강조할 필요도 있다.
따라서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하거나 고소를 당한 경우라면 변호사의 조사 입회를 거치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변호사들은 입회 과정에서 단지 앉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변호인 의견서'를 준비한다. 조사를 거치면서 수사관들의 생각은 수사관들마다 각기 다를 수 있다. 이런 부분은 조사를 직접 참여해 봐야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변호사들은 그 부분을 충분히 고려하여 의견서를 작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