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 봄 정현주 변호사
부동산 경기가 들쑥날쑥하다 보니, 집을 매매하려고 내놓은 매도인 쪽이나 또는 집을 사려고 하는 매수인 쪽에서도 막상 매매계약을 체결할 날이 되면 계약을 파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미 매매 대금의 10%나 되는 계약금을 지불한 상황에서 함부로 계약을 파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모두가 다 알고 있다시피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는 쪽에서 계약금에 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계약금을 지급한 경우 매도인이 계약금의 두 배를 물어주거나 매수인이 계약금을 포기하여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데 이를 해약금 해제라고 한다).
어느 날 법률사무소 봄을 찾아주신 의뢰인 봄씨는 한 눈으로 보기에도 두툼한 소장을 들고 나를 만나러 오셨다. 소장 첫 면에는 '계약금(해약금) 반환 청구의 소'로 기재되어 있다. 사건의 경위를 알기 위해 봄씨로부터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니 다음과 같았다.
' 변호사님, 저희가 집을 매도한 집주인 입장인데요, 계약금 10% 받고 매매계약 체결하는 날에 매수인인 여름 씨와 중개 수수료 가지고 좀 다툼이 있긴 했어요. 그런데 감정이 상했는지 갑자기 여름 씨가 화를 내면서 '이 계약 더 못하겠다.'라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가더라고요? 여름 씨가 나가버리는 바람에 그 자리에 여름 씨의 남편만 남았는데 그 남편이 처음에는 월요일에 이어서 계약하자고 하더니, 서로 감정도 상하고 했으니까 그냥 계약금만 돌려받고 이 계약건은 없는 일로 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 거예요. 우리도 어느 한 쪽이 크게 손해 보지 않고 좋게 좋게 하고 싶어서 그냥 그러자고 했죠.
당장 몇천만 원에 달하는 계약금은 없어서 그날 바로 돌려주지는 못한다는 말도 했고요. 실제로 5일 뒤엔가 계약금도 마련해서 돌려줬어요. 계좌이체 내역도 당연히 있고, 다만 그때 합의서를 썼어야 하는데... 그걸 잊어버린 거예요. '
이처럼 봄씨는 받은 10%의 계약금만 여름 씨에게 돌려주고 위 계약건은 없던 것으로 서로 잘 마무리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연 여름 씨는 한 달 뒤쯤 매도인인 봄씨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으니 민법 제565조 제1항에 따른 해약금 해제 조항에 따라 그 배액을 돌려줘야 한다는 내용으로 소장을 보내온 것이다. 봄씨로서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 따지고 보면 변호사님, 매수인 쪽에서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나갔으니 그쪽에서 계약금을 포기한 것으로 봐야 하는 것도 맞잖아요. 어떻게 보면 우리가 봐준 거로 봐야 하는데 너무 어이가 없어요. '
봄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름 씨가 보내온 소장을 찬찬히 읽어보니 상황이 대충 그려졌다. 사실 봄씨는 이 매매계약의 금액이 너무 낮아 자기들의 손해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 금액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할 생각이 없었는데 봄씨의 남편이 생각보다 낮은 금액으로 집을 내놓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이미 계약금 10%가 들어와 계약이 체결된 상태에서 봄씨가 매매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생각까지는 없었다. 그렇게 되면 여름 씨에게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해야 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매매계약 체결일에 매수인 여름 씨가 기분이 나쁘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고, 이 계약을 없던 일로 하자는 여름 씨 남편의 제안에 대해 봄씨는 내심 잘 되었다고 생각을 했던 것이다. 봄씨는 계약의 파기에 대한 책임을 물어 문제를 크게 만들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여름 씨는 갑자기 소장을 보내왔다.
' 변호사님, 모두 다 정리가 된 일인데 여름 씨는 이제 와서 왜 소장을 보내온 걸까요? '
봄씨는 이 부분이 가장 궁금했다고 한다. 서로 좋게 넘어가기로 하고서 왜 이렇게 불필요한 소송을 제기한단 말인가?
'선생님, 제가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것이 있는데, 돈 앞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안면 몰수가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또 잘못된 상담을 받아 내가 돈을 받을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도 많이 있고요. 사실 소송이란 것이 만약 지게 되면 상대방의 소송 비용까지 물어야 하고 여러 가지로 손해가 막심하거든요. 그래서 신중해야 하는 것이 맞겠지만 조금이라도 내가 이득이 된다고 생각하면 그게 참 쉽지가 않은 것 같아요. '
사실 돈 때문에 시작하는 것이 소송이 아니던가, 아무리 좋은 말도 돈 앞에는 소용이 없으니 소송이 진행되는 것이 본질이다. 이어서 나는 설명했다.
' 우선, 이 소송은 봄씨와 여름 씨가 함께 합의서를 작성해두지 않은 실책이 가장 큽니다. 설사 매매계약 체결일에 두 분이서 계약금만 돌려주는 것으로 이 계약건은 없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고 하더라도 언제든 서로가 딴 소리를 할 수 있으니 반드시 이와 같은 내용으로 합의서를 작성해두셔야 합니다. 다음부터는 꼭 그렇게 하시는 것이 좋아요. 하지만 현재로서는 소장을 받은 상황이기 때문에 잘 대응하셔서 방어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다행히 저희가 5일이 지나 계약금만 반환했을 때도 아무런 반응이 없이 '알겠다.'라고 한 점이나 한참이나 시간이 지나 이제 와서 우리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를 주장하면서 소장을 접수해온 점 등을 강조하여 반박하면 될 것 같습니다. '
봄씨의 위와 같은 사례는 우리의 일상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이다. 그런데 계약의 일방 파기 문제는 생각보다 큰 손해배상책임이 걸려있기 때문에 무척 신중할 필요가 있다. 계약을 체결하는 일도 해제하는 일도 생각지 못한 여러 가지 일의 발생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무리 감정이 상하더라도 여름 씨와 같이 정리를 하지 않은 채 바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것은 삼갈 필요가 있다. 또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그 자리에서 서로가 말로 잘 해결되었더라도 '합의 해제'라는 것을 밝힐 수 있도록, 또 우리의 주장이 맞다는 것을 재판부에 증명을 할 수 있도록 '합의서'와 같이 서면 증거를 남겨둬야 한다는 점이다. 정 여건이 안 된다면 대화 당사자의 녹음, 문자, 합의서의 사진 등으로도 증거의 효력은 있다. 하지만 확실하게 해 두는 것이 추후의 분쟁을 줄이는 일임을 잊지 말자.
또한 만약 이처럼 중요한 계약에 해제, 일방 파기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였는데 제대로 처리가 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이런 경우라면 당황하지 말고 여러 날이 가기 전에 믿을만한 변호사에게 연락하여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자문을 구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득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얼마든지 말을 바꿔 소송까지 제기할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자. 때문에 불필요한 비용 지출과 시간 소요가 큰 소송에 걸리기 전에 미리 믿을만한 변호사의 자문을 얻어 소송을 방어해두는 것이 늦더라도 가장 필요한 일이다.
남양주 법률사무소 봄의 변호사들은 꼭 소송 대리인으로서 활동을 하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오히려 소송으로 가기 전 협의나 중재, 내용증명의 발송, 단순한 자문과 같은 상담도 충분히 진행하고 있다. 변호사란 기본적으로 ' 의뢰인을 도와주는 일 '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 도움은 반드시 소송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그전 단계에서 잘 해결될 여지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그쪽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