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재형 Apr 14. 2021

클럽하우스의 기회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트래픽이 빠져나간 클럽하우스, 진검승부는 이제부터

클럽하우스 트래픽이 다 빠지고 나서야 왜 이렇게 됐는지 분석하는 글은 아무 의미 없는것 같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있는 사람들에 대한 분석과, 앞으로 클럽하우스에서 계속 활동하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클하 라디오를 키우면서 느낀 점에 대해서 몇가지 단상을 적어볼까 합니다.

   

클럽하우스에서 '검정치마단' 이라는 라디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 번 '방송'하면 실시간 청취 인원이 100~200명 정도 되는 나름 자리잡힌 라디오이고, 클럽 인원은 약 600명, 팔로워 수는 1.4k 정도 수준입니다. 물론 아직은 꼬꼬마에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는 수준이지만... 재밌는건 제 팔로워 규모에 비해 실시간 청취 인원은 몹시 많다는 것입니다.

실시간 방송에 인원이 이렇게 찍히면 기분이 조크든요...

'검정치마단'은 음감회 포맷을 따온 클럽입니다. 뮤지션 검정치마를 좋아하는 취향의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음악을 추천, 감상, 이야기를 나누는 클럽이고, 그날 같이 추천하고 들은 음악은 유튜브에 재생목록으로 정리하는 것으로 끝나는 포맷입니다.

매번 방송이 끝날때마다 플레이리스트를 정리해두면, 이후에도 사람들이 계속해서 플레이리스트를 들으십니다... 신기해


이렇게 보면 처음부터 클럽하우스에서 라디오를 잘 운영했던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엄청나게 많은 실험과 부침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포맷을 찾기까지 최소 40~50번은 방을 새로 열고 닫고 했고, 방송에 5명이 들어와도 개의치않고 유지했던 시절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떡상을 하게된데에는 3가지 이유가 있었는데요, 재밌는건 그 중 하나가 사람들이 '트래픽일 줄어든다'고 말한 시점부터 제 방송에서의 사람들은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나머지 두 가지는 방 제목 및 운영 방식의 변경, 그리고 미디어 믹스의 적용인데 이건 뒤에서 자세히 풀어보겠습니다.



트래픽이 줄어들면서 좋아진 건, 클하 플랫폼에 익숙해진 사람들만 남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클럽하우스의 큰 애로사항 중 하나는 모더레이터가 스피커를 초대할 때 이후 상황을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건데요. 프로필의 정보만으로는 판단이 어려운데, 초대했을 때 이 사람이 돌발 행동을 하거나 방제와 관련이 없는 말을 하는 경우를 제어하기가 어렵습니다.


제 경우에는 초창기엔 스피커로 올렸더니 비명을 지르고 튀시는(...) 분들도 계셨고, 원치 않는 훈계질과 분량을 잡아먹는 분들이 계셔서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FOMO로 기하급수적으로 유입되었던 유저들이 많이 나가면서, 지금은 클럽하우스의 룰을 이해하는 분들만 남아 있게 되었고, 덕분에 스피커로 올릴때 이런 고충이 많이 해소되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들을만한 방'이 많이 사라지면서 살아남은 방에 인원이 몰리고, 해당 클럽의 자생력이 좋아지는 경향도 동시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소위 '구루'라고 불리던 유명인사 분들과 인플루언서 분들은 클럽하우스에 와서 할 수 있는 말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던것 같습니다. 같은 주제를 여러번 말하는건 누구도 원치 않는 일이고, 또 생각보다 매일, 매주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는게 엄청 박식한 사람에게도 힘든 일이다보니 비지니스 이야기를 나누시는 분들은 채 한달을 못 버티고 나가시곤 했습니다.


그리고 유명인사(연예인 포함) 분들은 이제 더 클럽하우스에 들어오시지 않을것 같은데요. 본인의 티켓파워가 숫자로 적나라하게 보여지는 플랫폼에서, 본인이 들어왔는데도 화력이 낮을 플랫폼에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진입하지는 않으실것 같습니다. 마치 본인이 그만한 티켓파워를 갖고 있지 않는것처럼 보일 수 있을테니까요. 즉, 저같은 일반인 크리에이터들이 활약하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 마련된 것이죠. (만세)


또 다른 클럽하우스의 가장 큰 단점은 리스너가 듣는 내내 몹시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된다는 것인데, 이건 놓치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흘러나오거나 내가 스피커가 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이 있을때 생기는 피로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운영 방식을 고민할 때 '그냥 틀어놓고 있어도 부담 없는 방송'을 어떻게 포맷화 할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여기에 '음감회'와 '신청곡' 포맷은 사람들에게 이런 적당한 긴장감을 해소시켜주었던것 같습니다. 음감회는 굳이 아주 집중해서 듣지 않아도 음악이 좋으면 그만이고, 스피커로 올라가고 싶은 유인동기는 '신청곡'이 있을 때 뿐이니 방송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태도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제 '방송'에서는 열심히 참여하시는 분들을 제외한 리스너분들의 리텐션이 몹시 높은 편입니다. 클하의 피로도가 여기서는 매우 적기 때문입니다.



방 제목에서 '가시성'을 주는 것도 주효했습니다.


여기서 가시성이란 여러가지 의미가 있는데요. 방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이야기를 나눌 것인지, 언제 방송이 있고 언제 끝나는지, 어떤 사람들이 모여있는지에 대해서 방제목을 적는게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들어올 이유와 남아 있을 이유를 만들어줬습니다. 특히 방송 스케줄과 방송 종료 시점을 알려주는건 사람들이 계속 남아있게 만드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이었는데,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집중하고 있어야하는 클럽하우스의 피로도를 줄이는데 한몫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클하가 갖고 있는 장점이자 단점인 실시간성을 극복하기 위한 미디어 믹스가 큰 도움이 됩니다.


제 경우에는 카톡 오픈 채팅과 인스타그램을 병행하고 있는데요. 클럽하우스에서 생긴 라포는 신기하게도 방송이 끝나는 순간 사라지게 되더라고요. 아마도 플랫폼이 가진 실시간성과 배타성이 그 이유인것 같은데, 저는 이게 커뮤니티를 성장-유지시키는데 큰 장애물이라고 생각했고, 방송 이후에도 팬덤과 커뮤니티를 이어갈 수 있게 보조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픈채팅방은 스피커로 올라오시지는 못하지만 음악을 들으면서 자유롭게 떠들 수 있는 실시간 채팅 역할을 하고 있고요, 이게 또 리스너분들의 소통 욕구를 상당부분 해결하면서 리텐션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또 인스타그램은 철저하게 소통과 팬덤을 만들기 위한 장치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방송이 끝나면 수십명이 검정치마단의 인스타를 태그하면서 스토리를 공유하는데, 저는 이걸 하나하나 다 반응하려 합니다. 이런 소통은 모더레이터가 스피커  아니라 참가자 모두를 신경쓰고 인지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데 매우  역할을 합니다.  결과 검정치마단은 작지만 나름의 팬덤과 커뮤니티가 생겨나가는 중이고요.


방송이 끝나면 올라오는 인스타 스토리들, 인스타로 미디어믹스를 했기 때문에 가능한 유저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채팅방은 사람들의 아쉬운 소통 욕구를 해소해주는 창구이기도 합니다.



결국 저는 클럽하우스의 성공 방정식이 여타 플랫폼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크리에이터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주제 선정, 커뮤니티 빌딩, 팬덤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중요한데, 결국 클하에서도 이 세 가지를 해내야 자리를 잡을 수 있는것 같습니다. 물론 이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꾸준함은 언제나 필요한 덕목이고, 이 과정에서 브랜딩을 해나가는건 개인의 역량에 따라 달라지겠지만요.


유튜브도 '누구나' 영상을 올릴 수 있고, 인스타그램도 '누구나' 게시물을 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인플루언서가 되지는 못하죠. 클럽하우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클하가 가지고 있는 그라운드룰의 '수평 소통' 원칙이 사람들에게 시사하는건 '모두가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다'가 아니라, 다른 플랫폼과 달리 수용자가 직접 참여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일 뿐 결국 클럽하우스도 콘텐츠가 있어야만 자생할 수 있습니다.


'말하고 싶은 욕구'로 시작한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피로감이 트래픽 감소로 이어졌지만, 여전히 클럽하우스에는 '잘 듣고 싶은' 사람들과 '내가 좋아하는 크리에이터의 커뮤니티에 포함되고 싶은' 사람들이 남아있습니다. 제가 클럽하우스의 크리에이터들에게 진짜 기회가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아마 '모여서 이야기 나누는 방'이 소규모로 산재하면서 크리에이터들이 '방송'을 진행하는 형식이 주된 포맷으로 남게 될게라는게 제 예측입니다. 마치 듣기 편하면서 참여가 가능 라디오처럼 말이죠.


이 신기루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말'로 하는 콘텐츠에는 자신이 있었기에 클럽하우스 같은 오디오 플랫폼이 등장하길 몹시 기다려왔습니다. 저는 일단 여기에 누웠고, 누운 자리가 그럴싸하니 계속해서 이곳에서 성장해보려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검정치마단 많이 팔로우 해주십쇼...

https://www.joinclubhouse.com/@jaehyoung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왜 퇴근 후에 자꾸 무기력해지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