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다는 게 꼭 뜨거운 것만은 아니다.
<서쪽하늘>
비가 그친 하늘이
유난히도 붉고 예뻐서
오래오래 보고 싶었다
선홍빛 붉은 노을은
붉은 화염처럼 거침없이 번져갔고
순식간에 온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붉다는 게 꼭 뜨거운 것만은 아니다
온 힘을 다 해 밝았기에
더 서늘하게 붉었다
구름 속에 숨어 울던 태양은
저녁때가 되어
실핏줄처럼 터진 마음을 달래고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섰다
붉게 붉게 물들어가는
텅 빈 노을을 보며
토닥이는 사이 어둠이 몰려왔다
'그만 울고, 이제 편히 자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