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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six Sep 05. 2023

Firenze dei gioielli 1.

2023 이탈리아 여행기 11 - 03282023

보석같이 빛나는 도시, 피렌체

# 르네상스의 본고장, 토스카나의 중심 

아름다운 해안마을 친퀘테레 여행을 마치고 도시 전체가 예술작품이라 할 수 있는 피렌체로 왔다. 피렌체는 오직 신을 위해 존재하던 문학, 미술 등 예술과 학문 등의 문화 전반에 인간 중심으로 시선의 전환을 가져온 르네상스의 발상지이자 중심지이며, 전체가 예술로 차고 넘치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특히, 아름다운 자연과 풍부한 농산물 등으로 유명한 토스카나 주의 주도로 풍요로운 토스카나의 중심 도시이기도 하다. 토스카나는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에서 매우 강렬한 기억으로 남겨진 지역이다. 왜냐면, 문화와 예술로 가득 찬 주도 피렌체, 곳곳에 산재해 있는 아름다운 고대도시들, 자연과 인간의 환상적인 조화 친퀘테레, 끝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과 하늘에 닿을 듯이 솟아 있는 사이프러스 나무들까지 진정 풍요롭고 평화로운 낙원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는 유명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끝내주는 풍경들은 대부분 토스카나의 초원과 평야에서 촬영된 탓에 각종 뷰포인트가 즐비한 지역이 토스카나이기도 하다. 


# '냉정과 열정 사이', 피렌체 두오모 

친퀘테레의 관문 라 스페치아에서 출발하여 피렌체 산타마리아 노벨라역에 도착했다. 미리 예약해 둔 숙소에 짐을 풀어놓은 후 바로 피렌체 두오모로 향했다. 2천 년대 초반 '냉정과 열정 사이'라는 영화 덕분에 한국과 일본의 관광객이 엄청나게 찾아왔다는 그곳이 바로 피렌체 두오모다. 이 성당의 정식 명칭은 'Basilica di Santa Maria del Fiore'로 꽃의 성모 교회라는 뜻이라 한다. 

이탈리아의 도시에서 두오모라 이름 붙여진 성당들이 다 그렇지만, 피렌체 두오모 또한 화려한 외관과 엄청난 규모의 대성당이다. 1296년에 처음 건축을 시작하고 140년에 걸쳐 지어졌다고 하니 공사 기간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현재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성당이라고 하는데, 처음 지어졌을 때는 3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성당이었다고 한다. 

골목을 따라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던 피렌체 두오모 세례당과 두오모 광장의 모습 

성당이 있는 두오모 광장이 피렌체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데, 우리의 숙소가 있던 산타마리아 노벨라역 쪽에서 광장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서서히 두오모의 외벽이 보이기 시작한다.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이 성당은 장미색, 흰색, 녹색의 3색 대리석으로 꾸며진 외벽이 특히 눈에 띄었는데 밀라노 두오모와 마찬가지로 외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각종 조각과 장식들이 이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다만, 밀라노와 다른 점이 있다면 밀라노 두오모의 끝없이 솟은 거대한 수많은 첨탑들이 강력한 권위와 신의 뜻에 닿기 위한 인간의 의지를 상징하는 듯했다면, 피렌체의 두오모는 위압적이거나 권위적이지 않지만 잘 짜인 Tapestry처럼 조화롭게 만들어진 외관이 또 다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외벽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세밀한 조각상들이 보여주는 디테일은 밀라노 두오모와 다를 바 없었다. 또한, 늘 두오모와 함께 언급되는 세례당, 쿠폴라(돔)와 종탑 등이 피렌체에서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어서 두오모 광장은 언제나 사람들로 넘쳐난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에도 엄청난 인파들이 광장을 메우고 있었고, 다들 인증샷을 남기기 여념이 없어 보였다. 이곳에 늦게 도착한 바람에 두오모 내부와 종탑, 쿠폴라 등을 들어가 보지 못하고 외관만 둘러본 게 아쉽기도 했지만, 다음 기회를 기약하기로 했다. 

잘 짜인 Tapestry를 연상시키는 피렌체 두오모의 외벽 
웅장하고 화려한 두오모의 정면 
하늘을 향해 솟은 입면과 푸르디푸른 하늘의 조화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두오모의 측면부, 내부로 입장하는 관광객의 행렬

# 낯선 이국 땅 피렌체에서 오랜 인연을 만나다. 

한국을 떠난 지 8년이 넘은, 이탈리아에서 살고 있는 후배 부부가 있다. 예전 같은 음악 교육기관에서 함께 교육을 받고 이후 음악씬에서 자주 마주치면서 인연을 쌓았던 후배들인데 어느 순간 그들이 한국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렸고 그 행선지가 이탈리아라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세계인을 이어주는 SNS 덕에 간간히 서로의 소식을 확인하며 살아왔다. 이번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하면서 한 번은 연락을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으나, 너무나 오랜만이라 선뜻 연락을 건네기가 쉽지 않았다. 베네치아에서 SNS 메신저로 쪽지를 보냈고, 우리가 피렌체에 머무는 동안 한번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막상 연락을 건네고 나니 만나지 못했던 오랜 시간들은 절로 잊혀졌고, 약속장소였던 산타마리아 노벨라역의 상점가에서 재회하니 너무나 반가운 마음이 밀려들었다. 


이후, 현지인들만 알 법한 공공도서관과 그 내부의 카페에 들러 이탈리안들의 아페롤을 곁들인 저녁 식전주 타임을 가지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서로의 이야기를 꺼내어 놓았다. 그리고는 석양으로 유명한 미켈란젤로 광장으로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마침, 저녁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시간대였기에 수많은 관광객들이 발 디딜 틈 없이 광장을 메우고 있었다.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피렌체 시내의 전경과 낮게 내려앉은 붉은 석양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다. 우린 여느 방문객들처럼 풍경 사진, 커플 사진, 독사진들을 함께 찍고, 서로 찍어주며 노을이 지는 미켈란젤로 광장의 저녁을 즐겼다.

 

그리고, 어쩌면 이탈리아 최고의 한국식 치킨 식당이라 할 수 있는 'Il CoCo'를 찾아가 잊지 못할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이탈리아에서 한국식 치킨을 먹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으나, 현지에서 살고 있는 후배 커플의 추천 덕분에 피렌체 최고의 한국 식당 Il CoCo(구글맵 링크: https://goo.gl/maps/wVK5BULBwtpY62eh8)를 가보고 경험하게 된 것이다. 요즘 외국에 있는 한식당이 대부분 그렇듯이 한국에서 먹는 치킨맛과 다를 바 없는 훌륭한 맛과 퀄리티의 메뉴를 선보이는 식당으로 정말 모두에게 강추! 할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우리가 만나지 못한 시간들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마치 어제 만났다 헤어진 사람들처럼 수다를 떨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건 어쩌면 이곳이 우리가 나고 자란 한국이 아니라 저 멀리 타국의 한 도시에서 만났다는 행운과 반가움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한 때 같은 꿈을 꾸며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며 노력했던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게 피렌체에서의 아름다운 밤은 지나갔고, 우린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아쉬운 이별을 해야 했다.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바라본 석양으로 물든 피렌체.
식당으로 가는 길에 지났던 Ponte Alle Grazie에서 바라본 베키오 다리. 
피렌체 골목길의 야경. 네온사인을 만나기 어려운 이탈리아 시가지에서 우연히 만난 호텔 표지판. 
Il CoCo에서 먹었던 한국식 치킨과 국물떡볶이. 맛있는 음식과 즐거운 대화가 함께 했던 피렌체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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