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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노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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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hine Jul 05. 2023

긴급 시터 구하기

노산일기

사실 그냥 대책 없이 지나왔다. 방법이 없는 것을 미리 고민하기 싫어 안 좋은 일이 생기지 않기만을 바랬다.

그러나 면역력이 약한 아이는 별에 별 세상의 모든 세균과 바이러스에 쉽게 노출된다. 어렸을 적엔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병이 참 많다.

이번에는 구내염이 아이에게 찾아왔다. 멀쩡히 잘 놀던 아기가 일요일 밤 갑자기 고열이 났다. 금요일부터 콧물은 좀 있었는데 주말에 한강 수영장을 간게 화근이구나 싶었다.

감기약을 지으러 월요일 오전 반차를 내고 병원엘 갔다. 월요일 오전 소아과는 문전성시다. 9시 오픈인데 8시반에 이미 대기 순서가 6번째다. 오전 8시면 등원하는 아이가 오지 않자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 고열이 있어 병원에 왔다니 주말간 구내염 확진 아기가 있었으니 구내염 여부 확인을 해보라고 했다.

의사의 진찰이 시작되고 입안에 구멍 세 개가 발견되었다. 수족구와 구내염 바이러스는 친척간이라 구내염인지 수족구인지 여부는 며칠 또 두고봐야한다고 한다. 며칠 뒤에 몸으로 퍼지는 경우도 있다 하니. 그나저나 오늘따라 어린이집에 보낼 도시락에 전복죽이며 짜장밥이며 과일이며 쥬스며 바리바리 싸놨더만 이게 무슨 일인가.

구내염도 수족구와 마찬가지로 의사의 완치 소견서가 있어야 등원이 가능하다고 한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나는 남편에게 급히 연락을 했고 월화 동안 반차를 나누어 사용했다. 수요일은 남편이 일이 있다고 하여 정부 긴급돌봄을 확인해 보았으나 기관에 맡기는 것 외에 가정방문은 찾을 수가 없었다(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가 못찾는 것이려니).

결국 남들 다 한다는 맘시터 시터넷 등의 앱을 통한 구인밖에 방법이 없다. 낯선 사람을 집에 들이는 것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 알지 못하는 두려움에 끝끝내 시터 이용을 미뤄왔는데 양가 부모 도움을 받지 못하는 가정으로서는 더이상 방법이 없다.

후기가 나쁘지 않은 분들 중 날짜가 맞는 사람을 골라 약속을 잡았다. 오전 8:00-오후7:00까지 가정 보육 해 주고 시급은 15,000원이다. 특별히 내가 교육관련 자격증을 요청한 것도 아니니 일반인 50-60대 직업으로는 벌이가 나쁘지 않다 싶다. 물론 사람 상대하는 직업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그 중에 애 엄마를 상대하는 일은 최고난이도임은 인정한다.

친한 사이도 집에 잘 안 들이는데 평생에 처음 보는 사람을 집에 들이다니 이건 도박이다. 불가피한 도박.

다행히 아이를 노련하게 잘 케어하시는 분이었고 아기도 걱정과는 달리 시터를 잘 따랐다. 덕분에 집에 카메라라는 것을 처음 설치해 봤는데 가끔 궁금할 때마다 아기가 재밌게 노는 모습도 볼 수 있고 마음 놓고 일도 할 수 있고, 역시 자본주의 만세다 싶었다.

내일은 또 다시 반차를 쓰고 병원엘 간다. 이제 다 나아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 사이 어린이집에서는 오전 통합 교실에 있던 아이들의 대다수가 구내염 확진이 되었다고 한다. 어린이집은 사랑도 나누고 병도 나누는 곳이다.

손 벌릴 곳 없이 아이 키우는 부모는 돈도 돈이지만 체력적으로도 너무 극한이다. 언젠가 가까운 미래에 여력이 된다면.. 제일 먼저 pt를 좀 받아보고 싶다. 장기전에는 정신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체력 다지기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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