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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hine Oct 23. 2023

22개월 아기와 홋카이도 여행 -4

노산일기


9/2 토

7:00 - 8:00 조식

(조식시간 7:00-9:00)

8:00 - 9:30 온천 한번더..

10:00 체크아웃

10:00 - 10:15 이동

10:15 - 12:00 다테지다이무라 구경

12:00 - 12:30 아마노패밀리팜 이동(30분 25키로 무료도로)

12:30 - 13:30 점심식사

일본 3대 와규 중 하나인 시라오이규 먹기

13:30 - 15:00 삿포로역 이동 (95키로 유료도로)


15:00 -

일정 없이 그냥 자유롭게


역시 온천만큼 여독을 풀기에 좋은 것이 없다. 아침에는 마음의 여유가 생겨 노천탕을 비롯한 이곳저곳의 탕을 경험해 보았고 안그래도 피부좋은 아기는 온천이 끝나자 피부에 광이 났다. 바닥이 미끄러워 다칠까봐 내내 안고 다녔더니 승모근이 솟아오른다.


조식은 무난한 스타일이었고 홋카이도산 우유가 가장 맛이 있어 세 잔이나 들이켰다. 아기는 온천 후 더웠는지 조식부페 식당에서 유카타를 벗어제끼기 시작했고 기저귀마저 벗으려는 걸 말려서 그나마 기저귀는 입은 상태로 돌고래 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뽐냈다.


점심을 백우 소고기로 예약을 해 둔 날이었기에 체크아웃을 천천히 하고 근처의 다테지다이무라로 향했다. 차로 10-15분 남짓한 가까운 거리였다. 한국에서 검색할 때는 입장과 공연이 합쳐진 티켓과 그냥 입장만 할 수 있는 티켓으로 두 가지가 있었던 것 같은데 현장에서 물어보니 티켓은 한 종류 밖에 없다고 한다. 주차료도 별도인데다 현장 구매가 온라인보다 티켓가도 비싸서(인당 3만원 가량?) 조금 망설이다 다른 옵션이 없어서 그냥 구경을 하기로 했다.

이곳은 한국의 민속촌 같이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그 시대의 복장을 한 사람들이 생활상도 보여주고 연극도 하는 형태의 장소였다. 동네 주민들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글을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그런 것치고는 배우 뺨치게 연기를 잘하고 진짜 그 시대에 마치 살고 있는 사람처럼 행동해서 언어가 통하지 않음에도 즐겁게 관람을 하였다. 날씨 좋음이 한 몫했다.

몇몇 일본 전래동화 같은 이야기들로 꾸며놓은 곳들이 있었는데 정말 일본인들은 사고가 기괴한 면이 있구나 싶은 몇 가지 포인트들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마치 귀신의 집 같은 무섭거나 깜짝 놀래키는 포인트도 있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우래기는 귀신을 보고도 언니라고 즐거워한다.


그냥 한두가지 공연을 보고 건물 몇개를 둘러보고 나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서 슬슬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며칠간 내리 잘 먹은데다 아침 소화도 아직 안되어서 배가 그다지 고프지 않은데 그래도 백우를 먹겠답시고 식당으로 향한다.

식당은 정말 쌩뚱맞은 곳에 차가 없으면 가지 못하는 위치에 있다. 인근에 아무 관광지도 없어서 이곳 하나 가자고 올 일은 없을 것 같은데 나름 주인이 홍보를 많이 하는지 중국 일본 관광객이 대형버스로 방문을 해서 예약을 하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곳이었다. 차량 반납 문제로 한시간 정도 일찍 방문할 수 있냐고 연락했는데 단체손님때매 어렵다고 한다.

아기는 차를 타고 가는 도중에 잠들었는데 낮잠시간이기도 했지만 여독이 쌓여 피곤했던지 정말 기절을 해서는 일어날 줄을 모른다. 고기 좀 먹여주고 싶었는데 아쉽다.

어제 그렇게 비가 오더니 오늘은 무슨일이 있었냐는 듯 날씨가 좋다 못해 덥다. 식당은 사람도 많고 연기도 자욱한데 창문을 열지 않고 에어컨을 틀지 않아 덥다. 내가 덥다고 얘기를 하자 그제서야 에어컨을 틀어주었다. 고기 퀄리티는 나쁘지 않았지만 솔직히 한우가 열배는 더 맛있다. 이거 먹자고 이 고생을 해서 올 곳은 아닌 듯 싶었다. 게다가 주인도 너무 바빠서 그런지 불친절했고 영어가 어쩜 한 마디도 통하지

않아 주문도 쉽지 않았다.


고기를 음미는 커녕 부랴부랴 먹고 빨리 차량 반납을  하러 간다. 한시간 정도 늦어도 되겠구만 남편은 추가 요금은 또 싫나보다. 고속도로만 타다가 이제 진정한 일본 시내 운전을 하게 되니 남편도 나도 긴장이 된다. 더군다나 마음만 앞서고 운동신경은 좀 떨어지는 남편이라 길을 헤메다 못해 일방도로에서 역주행 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분노를 참지 못하는 남편을 보고 아 다시는 운전을 시키지 말아야겠다 다짐했다. 역시 여행의 좋은 점이 이거다. 평소에 잘 볼 수 없는 극한의 모습들을 짧은 시간 안에 보게 된다.

이래저래 겨우 제 시간에 맞춰 차량 반납을 했고 우리는 이제야 긴장이 좀 풀렸다.


숙소에 짐을 풀고 조금 쉰 뒤 시내로 향해서 이것저것 둘러보았다. 저녁은 평점이 높은 샤브샤브 집을 갔는데 영 맛집이 아닌 곳이어서 좀 아쉽다.

여행이 긴데다 무리한 일정으로 움직이니 영 피로가 안 가신다. 홋카이도의 즐거운 추억이 힘든 기억으로 바뀌고 있다. 이곳은 아기가 좀 크면 다시 와야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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