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shine Oct 21. 2023

22개월 아기와 홋카이도 여행 -3

노산일기


8:00-9:00 조식

옵션1. 오타루 키타노 돈부리야 타키나미쇼텐 小樽 北のどんぶり屋 滝波商店(8:00~17:00)

옵션2. 숙소 조식

9:00 체크아웃 및 출발

9:00- 10:30 神仙沼レストハウス(9:00~) 이동

10:30 - 11:30 이곳에 주차하고 신센누마 돌고 아이스크림 먹고 커피한잔하기

11:30 - 12:00 이동

12:00 - 13:00 Pi-kan rollpizza. ピーカン ロールピザ (11:00-18:30) 점심식사

13:00 - 16:00노보리베츠 이동, 드라이브하며 도야호 감상 (82키로 무료도로)

오유누마강 천연족탕 들르기

15:00 - 16:00 체크인 및 호텔 둘러보기

16:00 - 18:30 수영장 및 온천 투어

온수풀 8:00-22:00

실내탕 24시간

노천탕 사우나 05:00-24:00

온천하며 사케 - 궁극의 온천체험(15:30-20:20)

18:30 - 19:00 1층에서 아기 유카타 빌려 입혀서…

19:00 - 20:30 저녁 부페 (17:30부터 가능)

털게를 뿌시쟈


역시 계획은 이랬지만 현실은 아침부터 꼬인다.


조식신청을 못했는데 혹시 지금 신청이 가능하냐고 했더니 중궈런이라고 못알아듣겠다고 한다. 아 숙소 주인분이 중국인이셨구나. 일본에서 숙소를 운영하는 중국인이시라니, 이런 또 신기한 경험을 하네. 중국어가 좀 되는 남편을 끌고와서 물어보니 이곳은 조식이 없다고 한다. 조식 후기를 본 듯 한데 어쨌든 아쉬운 마음을 안고.. 유명한 돈부리를 먹을까 싶었으나 도저히 아침부터는 사시미를 못 먹을 것 같아 국수집을 찾아보기로 했다. 어디든 20분은 걸어가야겠는데 아기는 또 윰차를 타지 않겠단다. 어쩔 수 없이 업고 이동을 했다.


식당을 찾아가니 스탠딩 식당이다. 식당이라고 하기엔 식당 주인의 작업처에 간이 테이블을 하나 놓아둔 네명이 들어갈까말까한 조그만 가게이다. 아사고항 가능하냐니 아사라멘만 있다고 한다. 아사고항은 고항일때만 가능한거구나 깨달아간다. 어쨌든 아기를 들쳐업은 채로 스탠딩 아사라멘을 먹었다. 간장소스 베이스의 메밀이 섞인 굉장히 짜지만 천연의 슴슴한 맛이 나는 채소 육수로 추정되는 새로운 맛의 라멘이었고 미각을 자극하는 맛은 아니었지만 속이 편안한 맛이었다. 아기도 등에 업혀 호로록호로록 꽤나 잘 받아먹는다. 평소 밀가루를 먹지 않던 내가 임신 때 그렇게 면과 빵만 먹히더니 아니나 다를까 아기는 국수를 그렇게 잘 먹는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아기가 걷겠다고 해서 세월아네월아 노래를 부르며 걸어왔다. 그 와중에도 남편은 화장실 가야한다고 어찌나 보채는지 큰아들 키우기 힘들다.


오늘은 운전을 좀 많이해야 하니 일찍 체크아웃 하고 길을 나서기로 한다. 첫 번째 목적지는 신선들이 놀다 간다는 신센누마. 우연히 지도에서 발견한 청정늪지로 제주도 천백고지를 너무 좋아하는 나는 뭔가 비슷한 곳일 것 같은 느낌에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근데 날씨가 심상치 않다. 꼬불꼬불 산길로 접어들자 갑자기 안개가 밀려온다. 앞이 안보일 정도로 시야를 가리더니 갑자기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신센누마 입구 맞은편 휴게소 주차장에 도착해서 일단 차 한잔 하며 비를 피하기로 했다. 휴게소는 마치 산장처럼 생겼고 실내는 아기자기한 여러 간식과 물품들을 팔았고 별도로 아기 기저귀 가는 방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을 정도로 깔끔한 곳이었다. 남편과 나는 커피를 한잔씩 마시고 아기에겐 방울 토마토를 사주기로 했는데 주인분께서 직접 깨끗이 씻어 주셨다. 요즘 스테비아 토마토를 가끔 먹게 되는데 그 토마토에 버금갈만큼 달콤한 토마토였다.


그렇게 기다리고 있으니 비가 살짝 잦아드는 것 같았다. 얼른 다녀오자 싶어 아이를 들쳐메고 늪지로 향했다. 나무 판자길이 이어져 있긴 하지만 바닥이 고르지 않고 패이거나 부서진 곳이 많아 유모차가 다닐 길은 못 된다. 남편에겐 말하지 않았지믄 가끔 곰이 나타난다는 후기도 있어 약간 긴장감을 가지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아기는 업힌채로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물을 손으로 받아먹고 있길래 깨끗한 물인지는 어찌 알았나 싶었다. 20여분을 걸어가니 큰 늪지가 나왔다. 날씨가 좋았다면 정말 장관일 것 같았다. 날씨가 다시 흐려지기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신선님 늪지 구경 잠깐만 하고 갈께요~라는 가사를 붙여 노래를 부르며 갔는데 정말 한 40분 가량만 비가 그쳤고 주차장으로 되돌아 올 무렵부터는 또 다시 앞이 안 보이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오늘은 자연경관을 보려고 했던 날인데 이렇게 가는 날이 장날이라니. 그 장관이라는 요테이산도 도야호수도 빗속에 가려져 스쳐만 지나갔다.

중간에 피자집에 들러 피자 한 판 했는데 남편은 일본까지 와서 피자라며 역시 일본은 피자지 라고 비꼰다. 이곳에는 원래 아기들 놀이터도 있는 곳이라 선택한 곳이었는데 비오니 이도저도 의미가 없다.  

대충 끼니를 때우고 최종 종착지인 노보리베츠를 향해 달린다.


개인적으로 이곳 때문에 홋카이도에 왔다고 해도 무방한 내가 너무 사랑하는 노보리베츠. 이번엔 이곳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다이이치에 묵기로 했다. 료칸 포함 몇군데를 둘러보다가 이곳에 아기 수영장도 있다고 해서 바로 선택한 곳이다.

체크인을 하고 부랴부랴 수영복과 유카타를 챙겨 수영장으로 향했다. 영유아 아이들이 놀기에 적당한 깊이였다. 놀이 기구가 적고 생각보다 규모가 작은게

흠이라면 흠이다. 대형 미끄럼틀이 있었는데 테스트 결과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최소 청소년 이상이 타야 할 것 같아서 아기는 패스.

아기 미끄럼틀 몇 번 타다가 온천으로 이동했다. 포레스트리솜에 다녀온 경험이 있어서 망정이지 아기와 목욕탕을 처음 오는 것이었다면 정말 힘들다고 느꼈을 법했다. 수영장과 온천을 이동하는 통로는 계단으로 이어져 있어 아이를 들쳐메고 가야했기 때문이다. 대욕탕 내에 아기 의자가 있기는 했지만 아이를 앉혀두고 맘 편히 샤워 하나 하기가 쉽지 않다. 후루룩 씻고 씻기고 아기를 들쳐메고 온천물에 몸을 담그어본다. 매우 뜨거운 온도는 아니었지만 아기한테는 자극적인 온도일텐데 온천물에 들어가는 걸 좋아한다. 아기가 커서 사우나 여행을 같이 가면 좋겠다 싶다.


저녁 부페시간이 다가와서 서둘러 몸을 닦고 나왔다. 털게가 나온대서 얼마나 기대를 했는지 모른다. 입장시간이 지났는데도 5분 정도 줄 서서 대기를 한 것 같다.

입장하자마자 게를 보러 갔는데 어라 이게 털게가 맞나? 생김새가 그냥 대게 같다. 게는 싱싱해서 살이 쏙쏙 빠져나왔지만 차갑게 보관한 것이 영 입에 맞지 않아 다른 것들에 도전했다. 의외로 회가 하나하나 다 맛이 있었고 평소 잘 먹지 않던 연어알이 신선하고 맛있어서 두 번 가져다 먹다 마지막엔 돈부리 형식으로 떠먹기도 했다. 기대보다는 부페 음식의 가지수가 많지는 않았고 아이를 데리고 있으니 마음대로 둘러보지를 못해 조금 아쉬운 마음이었다.

식사를 끝내고 방으로 왔다가 배는 부르지만 뭔가 아쉬운 마음에 편의점을 가자고 했다. 가는 길에 익숙한 온천시장 옆을 지나는데 마침 운좋게 염라대왕에 움직이고 있었다. 지난 번에 보지 못한 쇼를 끝까지 보았는데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에 있었다. 어떤 아기는 무섭다고 울고 불고 하던데 역시 울애기는 진지한 얼굴로 한순간 눈을 떼지 않고 구경하더니 쇼가 끝나자 할비 빠빠이를 했다. 편의점에서 주전부리를 몇가지 사왔고 방으로 들어온 나는 남편과 술한잔 할 여유가 없이 골아떨어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22개월 아기와 홋카이도 여행 -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