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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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13:10 간사이-인천
너무 피곤한 나머지 새해 카운트다운도 못하고 쓰러져 잔 우리는 아침에 떠지지 않는 눈으로 타지에서의 새해를 맞았다. 날씨는 뭔가 스산하여 해가 뜨지 않은데다 집이 아닌 곳에서 새해를 맞다보니 뭐 별다를 것 없는 똑같은 날 중의 하나인 것 같다.
어물쩡 거리다보니 오전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하루카를 어디서 타는지 확인해 놓지 못했다. 미리 결제한 호텔 조식은 거르기도 애매해서 거의 빵 한 조각에 커피만 들이키고 부랴부랴 체크아웃을 했다.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은 1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올때보다 더 걸리는 모양이다. 병술 다섯병에 맥주 몇개까지 들었으니 우리 짐을 최소화한다고 해도 캐리어의 두 개의 무게는 꽤 부담스러워서 아기를 내가 들쳐업기로 했다.
역사에는 우리와 같이 하루카 탑승장을 찾아 헤메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꽤나 있어 뛰면서 서로 정보를 공유했다. 그들의 눈에도 아기를 들쳐업은 내가 조금 안쓰러워 보이는지 계속 흘깃흘깃 시선이 느껴졌다. 여행지가 아니더라도 엄마 껌닥지인 아기 탓에 이게 일상인 나로서는 뭐 특별할 것도 없는데 말이다. 여행 한 번 다녀오면 허벅지가 꽤 튼튼해지는 기분이다.
늦을까 부랴부랴 뛰었는데 그래도 적절한 시간대에 도착해서 공항 내에서 카레우동 덴푸라 우동도 한 그릇 했다. 남편과 나는 정말 필요한 것이 있지 않은 이상 면세점 구경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희한한 접점으로 잘 맞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고 보니 여행 중에 먹거리나 약품 외엔 쇼핑을 한 적도 없네. 나도 가끔은 여자 친구들과 쇼핑 여행으로만 시간을 보내고 싶은 꿈이 생길 때가 있는데 현실적으로도 부담스럽기도 하고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 재밌기도해서 그 꿈은 아기가 크면 파리에서 소원풀이 해 볼까 한다.
작년에는 본의 아니게 해외여행을, 그것도 일본을 엄청 갔다. 나름 저렴하게 다닌다고 하는데도 계산해보니 그래도 한 번 여행에 300은 나가는 것 같아서 올해는 아주 긴축을 해야겠다 싶다.
요즘에는 여행 중에도 몸과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그 도시의 풍광 사진을 찍기도 쉽지 않다. 몇 장 안되는 오사카의 기억들로 이번 여행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