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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들이 할무니 Nov 15. 2021

TheGirl with the Dragon Tattoo

냥냥 영화관


[스포일러 얼러트] 영화를 보신 후 읽어주세요!


* 첫 영화 에세이 습작이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이었고, 고양이를 반려하는 집사가 된 지금, 고양이가 나오는 영화가 특별해 보입니다. 그래서 고양이가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관람하게 되면, 여기 '냥냥 영화관'에 글을 쓰고자 합니다.


저도 영화 리뷰는 영화 평론가 혹은 유튜버님들의 고견을 참고하고 있으며, 여기에 쓰는 글들은 평범한 관객의 입장에서 제 경험에 비추어 단순한 감상을 적은 것이니 참고해주세요.



스웨덴 소설 Millennium 3부작 시리즈 중 제1부 The Girl with the Dragon Tatoo를 영화화한 2011년 작으로, 한국 개봉 제목은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다. 불법 해커인 여자 주인공이 시리즈를 이끌어 나가는 캐릭터인데, 한국은 제목에서 시리즈 주인공을 생략해버리다니 좀 생뚱맞다. 더욱이 제목에다 스포일러를 넣은 셈?!


평소 나답지 않게, 제목부터 포스터까지 몹시 어두운 이 영화를 보고 에세이까지 쓰는 이유는 나를 세 번이나 놀라게 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게 된 계기는 남자 주인공인 다니엘 크레이그(미카엘 블롬크비스트 역)! 최근 그가 마지막으로 출연한 007 시리즈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개봉해서, 그간의 의리(?)로 코시국이지만 영화관에서 관람하였다. 역시나 이전 내용을 복습하지 않았더니 전편에 대한 기억이 흐릿하여 아쉽..


집에 돌아와 OTT 플랫폼과 영화 유튜브 채널을 전전하며 다니엘 배우님의 이전 007 시리즈를 복습하였는데, 이번에도 성실한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 영화까지 연관 콘텐츠로 추천해주었다. 마침 사용 중인 OTT 플랫폼에도 올라와있길래 바로 영화 감상!


다니엘 크레이그는 비밀 요원 007만큼이나 근사한 탐사 보도 전문 기자 역이다. 그런데 나를 놀라게 한 배우는 따로 있다. 바로 여주인공인 ‘루니 마라(리스베트 슬랜더 역).’


내가 루니 마라를 처음 눈여겨본 영화는 그녀(Her, 2013년작)이다. 남자 주인공의 전처로 출연하였는데, 몇몇 회상 씬과 재회 씬에 잠깐 등장해서인지 목소리만 출연한 스칼렛 요한슨보다도 존재감이 낮은 배역이었다. 그래도 과거 사랑하던 그러나 헤어진 연인, 그래서 더 애틋한 여자의 모습으로 기억에 남았다.


그런 그녀가 2년 전에 출연한 이 영화에서 연기한 배역은? 유럽의 어두운 뒷골목을 헤맬 것 같은 굉장히 파격적인 비주얼이다. 검게 염색한 머리, 짧게 자른 처키 뱅, 밝게 탈색해서 거의 보이지 않는 눈썹, 스모키 화장, 그리고 얼굴은 물론 신체에도 피어싱을 한 모습이다.


외모뿐이 아니다. 루니 마라는 오토바이 추격, 미행, 건물 잠입, 격투 씬 등 다크 한 불법 해커, 그 자체였다.

루니 마라 (왼편: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 오른편: Her)

배우들의 연기는 빛났지만, 흥행은 부진했다. 밀레니엄 3부작은 이미 스웨덴에서 영화화되었지만 할리우드 버전으로 재 제작이 추진된 것이나, 이 영화의 흥행 부진으로 시리즈 중 1부를 끝으로 종료되었다.


이후 후속 편이 나오기는 했지만, 제작팀도 새로 꾸려지고, 소설 원작자 사후에 다른 소설가에 의해 쓰인 시리즈 후속작을 영화화하였기에 이 영화의 후속 편이긴 하지만 사실 후속 편이 아닌 영화가 돼버렸다.


흥행이 따라주었다면, 루니 마라가 연기하는 밀레니엄 3부작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사실 영화를 보면서 중반 이후에는 범인이 누구인지 대충 감이 왔다. 내가 느낀 것처럼 반전 스토리가 미약해서 일지, 아니면 어느 기사에서 읽은 것처럼 미국에서 개봉 시점을 아카데미 시상식을 겨냥해서 크리스마스 시즌으로 잡은 것이 흥행 부진의 원인이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미국의 정서 상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보내는 크리스마스 연휴에 어둡고 불편한 내용의 이 영화를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인데, 이유야 어찌 됐든 결국 흥행 부진으로 시리즈 제작이 성사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


두 번째로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감독이 데이비드 핀처라는 사실이다.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2011) 외에 감독님의 필모 그래피를 보면, 영화로는 세븐(1995), 파이트 클럽(1999), 조디악(2007),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 소셜 네트워크(2010), 나를 찾아줘(2014) 등이 있고, 드라마로는 하우스 오브 카드(2013-2018)가 있다.


나는 조디악과 하우스 오브 카드를 제외하고 (둘 다 나의 위시 리스트에 있는 작품이다) 위에 열거한 작품을 모두 보았는데, 동일한 감독임을 이제야 알았다. (허걱. 나는 영화광은 아닌 걸로...) 그런데 이건 마치 내가 감탄해 마지않던 영화를 한데 모아놓고 보니, 사실 한 감독님이 연출했다고 하는 상황!


우리나라의 홍상수 감독님처럼 평범한 관객의 눈에도 '아, 그 감독님 작품이구나'하고 바로 알 수 있는 시그니처 스타일을 가지신 분이 있다. 그런데 데이비드 핀처 감독님의 작품들은 매번 다른 연출 스타일로 느껴졌고 동일한 감독임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다니엘 크레이그 배우님 때문에 007 시리즈를 복습한 것처럼, 이 영화 덕분에 알게 된 감독님 필모 그래피의 작품들을 복습하고 놓친 작품도 마저 보고 싶어진 이유이다.


마지막으로 나를 놀라게 한, 그리고 냥냥 영화관에 에세이까지 쓰게 만든 주인공은 바로 ‘스코티’(Scotty, 동네 고양이 역)이다.


영화에 동물이 출연하는 경우, 원활한 촬영을 위해 비슷하게 생긴 여러 마리가 한 배역을 연기한다고 한다.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인데, 그중에서도 스코티라는 이름의 냥이 배우님이 가장 연기력이 뛰어났던지 관련 기사에도 이름이 등장할 정도이다.


너무 자연스러운 연기라서 어쩌면 CG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간의 언어를 모르는 고양이가 어떻게 저런 연기를 하는지 아직도 모를 일이다.


미카엘이 의뢰받은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서 머무를 방갈로에 도착하자, 잠시  창문 쪽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눈이 제법 흩날리는 하얀 겨울, 동네 고양이가 창문 앞에 앉아 있다. 창문을 열어주니 기다렸다는 듯이 거실로 들어와 미카엘을 올려다보며 골골송까지 부른다.

골골송을 부르며 미카엘을 올려다보는 동네 고양이


미카엘이 사람 우유를 주려고 하는 장면을 보면 '고알못'이 분명하다. 고양이는 유당 분해효소가 없어 우유에 효소를 추가하거나 유당을 제거한 고양이 전용 우유를 먹여야 한다. 초보 집사인 나는 속으로 '안돼요. 사람 우유 먹이면 안 된다고 하던...'라고 외치고 있었는데, 다행히 냉장고에 우유가 없다. 휴. 근처로 쇼핑을 나간 미카엘이 우유가 아닌 고양이 캔을 사자, 나는 그제야 안도한다. (초보 집사가 혼자 느낀 서스펜스 ㅋ)


처음 본 사람에게 골골송을 하는 녀석이니, 당연히 캔 음식도 잘 받아먹는다. 우리 집 녀석들은 낮은 그릇에 밥을 줘도 엉덩이를 붙이고 앉거나 엉덩이는 놔두고 고개만 숙인 채로 먹던데, 영화 속 녀석은 엉덩이를 높이 치켜들고 먹는 폼이 특이하다.


이 장면에서 스코티는 연기랄거 없이 평소대로 먹었겠지… 아마도 연기를 위해 한 끼를 (강제로) 굶었을 수도 있겠다.

미카엘이 사다 준 고양이용 캔 음식을 먹는 동네 고양이


다음날 미카엘에게 사건 자료를 가져다 주기 위해 들른 의뢰인 측 직원이 방갈로 현관을 두드리자 잠에서 깬 미카엘. 그런데 미카엘의 침대 머리맡에 동네 고양이가 자고 있다! 추위 때문에 이불을 돌돌 말고 자던 미카엘이 몸을 일으키자 고양이가 귀엽게 ‘야옹’하면서 옆으로 피해 침대 가운데 앉는다. 이번엔 미카엘이 베드 스프레드를 잡아당겨 숄처럼 몸에 두르자, 스프레드 위에 앉아 있던 고양이는 중심을 잃고 화를 내 듯 ‘우애앵’하고는 침대를 떠난다.


스코티가 대본대로 연기했다는 점도 놀랍고, 동네 고양이가 처음 본 낯선 사람의 침대 머리맡에서 잔다는 설정도 놀랍다. 아무리 초특급 개냥이라도 처음 보는 사람과 한 침대에서? 과연 가능한 일일까? 게다가 미카엘은 고알못인데?


입양 8개월이 다 되도록 아직도 람쥐(글쓴이의 반려묘)와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초보 집사인 나로서는 울컥할 일이다.


(람쥐야 스코티 좀 보려무나 …)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고양이가 영화 후반부에 미카엘을 협박하려는 범인에 의해 살해된다. 너무 리얼해서, 설마 진짜로 고양이를 죽인 건 아니겠지, 이번에도 (초보 집사인 내 눈에는 고양이가 다 자식 같아) 걱정이 앞선다. 실제라면 동물 보호 단체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일인데, 그러진 않았겠지? 싶다가도 고양이 사체 장면을 위해서 비싼 CG 처리를 했을까 의구심이 든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았는지, 핀처 감독님이 인터뷰 중 질문에 답하면서, '해당 장면의 고양이는 가짜이며, 스코티는 해당 장면을 촬영하는 동안 현장에서 멀리 있었다'라고 확인해 준 모양이다.


검색을 통해 확인한 바로는 영화 속 '리얼한 연기의 고양이도, 처참한 모습의 고양이 사체도 모두 CG가 아니다.’ 다만 사체는 소품용으로 제작한 가짜 고양이라는 건데, 소설과 영화의 한 장면이지만 협박을 위해 힘없는 약자인 ‘동네 고양이’를 살해했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동물 학대 문제에 있어서는 스웨덴이나 미국의 현실도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나는 반려묘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다른 반려묘 집사님, 동물 보호 활동가 및 단체 등의 SNS를 주로 팔로우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동물 학대 특히 동네 고양이 학대 소식을 자주 접한다. 학대를 당한 동물들의 처참한 모습, 신고를 해도 범인을 잡으려는 노력도 미흡할뿐더러 범인이 잡혀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우울한 소식이 SNS 상에 수시로 공유된다.


불과 몇 달 동안 SNS 소식을 받아만 본 것뿐인데도, 가슴이 갑갑하다. 초보 집사가 이렇게 느낀다면, 동물권을 위해 발로 뛰는 활동가들은 더하지 않을까?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현실의 무게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개 식용 불법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이제 반려 가구가 30%에 이른다니 제도와 인식도 어서 개선되길 희망해본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어둡지만 세련된 연출력,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을 확인하고 싶다면 관람을 추천한다. 그게 아니라면 3부작 시리즈로 완성되지 못한, 반전이 다소 약한 범죄 스릴러 영화임을 참고하길 바란다.


2021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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