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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성문 Oct 31. 2018

흔들리지 않는 내면을 갖추는 것

별이 빛나는 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리어 왕>은 한 왕국의 왕이 자신의 했던 행동과 말들로 말미암아 파멸하는 비극적인 희곡이다. 주인공의 리어 왕은 감언이설에 속고, 분노하며, 극의 절정에는 미쳐버리고, 자신의 결정에 후회한다. 희곡에서 리어 왕은 극초반부에 자신의 결정에 매우 당당하지만, 극의 전개, 절정, 후반부로 가면갈수록 자신의 결정에 물음표를 띄우고, 극의 마지막부에는 도통 자신의 행동과 말에 대한 결정을 고민한다. 

리어 왕의 명대사 중 하나인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는 리어 왕의 흔들리는 내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사이다.


어쩌면 비슷하지 않은가. 우리는 살면서 흔들리지 않은 내면을 가지자고 다짐하지만, 언제나 매번 흔들린다.

"우리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라는 라캉의 말처럼 우리들은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들을 원하기 마련이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들에 너무 쉽게 흔들린다. 누군가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내면을 갖추는 것, 그런 내면을 갖추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이런 문제에 가장 고통받는 건 예술가들이다. 예술가들은 다른 사람들의 감성에 공감하고 이해하는 직업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아픔이나 고통들을 듣고 그런 고통들을 작품 속에 행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말과 이야기들에 대해 흔들리지 않는 내면도 함께 필요하다. 예술가들은 이미 있는 것을 만드는 게 아니라 없는 것을 지금 있는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참견과 이야기들을 신경써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힘든 현실속에서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타협한다. 언제나 청춘의 열정과 감성으로만 살기엔 세상은 너무 어렵다. 작가들도 마찬가지다. 작가들도 작업을 계속하면서 자신의 맘에 들지 않는 작품이 대중들에게 맞으면 자신을 속이기 마련이다. "혹시 내가 가려던 길보다 다른 길로 가는 게 더 옳은 길이 아닐까?" 라고. 그렇게 자신만의 색깔 대신 좀 더 대중들에게 영합하는 작가가 되는 이야기는 매우 현실적인, 흔한 이야기이다. 그러한 현실에서 타협하지 않는, 외골수들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 몇십년마다 한번씩 등장한다. 그렇게 외골수처럼 자신만의 방법으로 작품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다가, 세상을 떠난 이후 모든 사람들이 뒤늦게 발견하고 그 사람을 찬양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우리들은 쉽게 말하기 미안해서인지 "천재"라는 이름으로 다르게 부르는 것이다.



 반 고흐, 노란 하늘에 떠있는 태양과 올리브 나무, 1889년 

빛과 그림자

고흐의 해바라기와 태양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바라볼 때마다 언제나 찬란하다. 그의 찬란한 해바라기와 태양을 볼 때면 그에게 고민이라는 것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림자도 넓고 깊다. 그의 작품들에선 찬란한 작품들보다는 그림자가 담긴 어두운 그림들이 훨씬 더 많다. 그의 생애를 살펴보면 이런 어두움은 너무도 쉽게 와닿는다. 전도사를 하려고 했지만 신실하지 못하는 이유로 전도단체에서 해고당하고, 매춘부와 사귀면서 아버지와는 절필하고 첫 번째로 미술을 가르쳐 준 아버지같은 스승에게도 파문당한다. 자신만의 화풍과 색깔로 그림을 그리지만 예나 지금이나 어느정도의 인맥이 있어야 작품도 팔리는 법. 그에게 있어 예술의 길은 고난의 길이었다.



흔들리지 않는 내면


별이 빛나는 밤은 그런 흔들림 속에서 자신만의 색을 주장한다. 그림에서 물결은 단순하게 색깔을 붓으로 칠한 게아니라, 붓의 자루와 갈대로 표면을 긁었다. 색깔은 또 일반적인 화가들과 다르다. 화폭에 직접 흰색 튜브 물감을 짜 하이라이트를 주고 선명함을 주었다. 당시 화가들이 보면 기절초풍할 기법이다. 캔버스에 자국까지 내고 긁으면서 화풍을 만든다는 것은 정식 교육을 받은 화가들에게 금기시되는 행동이었다.

  그림을 자세히 보자. 칠흑처럼 어두운 하늘에서 별들은 빛나고 한쪽에서 우두커니 서있는 사이프러스 나무 밑에는 마을이 있다. 그림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이프러스 나무는 마치 이 세상에 나 홀로 존재한다라는 고흐의 의지를 느끼게 해준다. 별들은 또 어떤가. 현실을 상징하는 마을과 떨어진 별들은 역동적으로 움직이면서 자신들만의 질서로 꿈틀거리면서 그들 스스로의 질서로 묶인다. 1888년 9월 아를에서 작성한 편지 속에 '별을 그리기 위해 밖으로 나갈 것'이라고 적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가 이 그림에서 주로 묘사하고자 했던 것이 밤하늘의 풍경, 정확히는 밤하늘 속에서 빛나는 별의 풍경이었다는 게 들여다보인다. 그에게 있어 어두운 하늘이란 모든 어려움을 잊고 자신의 꿈만을 바라보며 그리는 캔버스였다.





  고흐가 엄청나게 많은 실패와 지역 사람들의 멸시와 무시로 인해, 자신이 처음으로 그림을 배운 네덜란드의 뇌덴을 떠나 안트웨르펜으로 옮기기로 마음을 정한다. 뇌넨을 떠나기 전 고흐는 유일하게 친하게 지내준 사람에게 찾아가 직접 그린 가을 풍경화 한점을 선물로 주었다. 그가 왜 그림에 사인을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고흐는 이런 말을 남겼다.




"...그것은 사실 필요없다. 나중에 사람들은 반드시 나의 그림을 알아보게될 것이고, 내가 죽으면 틀림없이 나에 대한 글을 쓸 것이다. 만일 오래 살 수 있도록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그것을 확실히 입증해 보일 것이다."




그 외 다른 분야에서


고흐의 생애는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실패만 했던 그는 세상을 떠난 이후 화가로써 누구도 누리지 못한 영예를 누린 화가다. 미술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반 고흐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알 정도의 인지도를 가졌으니까요. 그런 만큼 그를 오마주하고 그를 주인공으로 하는 경우도 굉장히많습니다.

영화에서는 빈센트 미넬리와 조지 쿠커의 감독이 만든 '열정의 랩소디'(1956)와 모리스 피알라 감독이 제작한 '반 고흐'(1991), 애니메이션 풍으로 제작한 도로타 코비엘라 감독의 '러빙 빈센트'(2017)이 있습니다.




또 다른 분야로는 노래가 있는데, 포크 가수인 돈 매클린이 부른 'Vincent'가 있습니다. 또한 게임도 있는데요 방을 벗어나는 게임 장르인 방탈출게임의 "Cube Escape, arles"은 고흐의 생애와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따서 만든 게임입니다(무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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