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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레오 May 18. 2018

미안하다. 산소통을 매고 다녀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회복지사 문선종의 '아빠공부'] UN아동권리협약 읽어주는 아빠

UN아동권리협약 제3조 아동 이익 최우선의 원칙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UN아동권리협약 포스터


며칠 전 서율이가 풀이 죽은 채로 집에 왔다고 합니다. 아내가 물어보니 "아~ 진짜! 짜증 나. 오늘 숲 놀이인데 미세먼지 때문에 못 갔어."라고 했다고 하네요.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내는 "여보, 이러다 지온이는 바깥세상 구경 못하는 거 아니야?"라는 끔찍한 가설을 세웁니다. 그 가설로 제 머릿속에 그려진 그림은 산소통을 매고, 등교하는 서율이의 모습이었죠.


과연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안하기만 하다. ⓒ문선종

요즘 미세먼지로 밖에 나가지도 못해 키즈카페는 호황입니다. 비염이 있어 나은지 이틀 만에 다시 항생제를 복용하는 둘째. 지겹고, 지칩니다. 우리 가족은 지난 포항 지진 피해로 올 3월 놀이터가 있는 작은 아파트로 이사 왔지만 두 달 동안 단 2번 그것도 KF94 인증받은 마스크를 쓰고 놀았습니다. 방진이 잘 될수록 숨이 잘 안 쉬어지죠. 자꾸 벗으려고 하면 엄마의 불호령이 떨어지기에 마스크는 이제 삶의 필수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서율이가 그린 미세먼지... 밝아보인다. ⓒ문선종

아내는 지긋지긋한 미세먼지 때문에 이민을 간 맘 카페의 한 엄마 이야기를 합니다. 몇몇 엄마들도 이민을 준비하고 있다며 우리도 이민을 가자고 합니다. 아마 이민을 간 분들의 본질은 '삶의 질'을 위한 것이겠지요? 아이들을 재워놓고, 아내와 깊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아이를 낳은 것이 후회된다.'라는 아내의 결론마주하며 씁쓸하게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마스크 때문에 아이들의 예쁜 얼굴과 표정을 담을 수 없다. ⓒ문선종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며칠 전 도시재생과 관련해 런던대학교의 김정후 교수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2005년을 기점으로 전 세계의 도시인구가 농촌인구를 뛰어넘었다고 소개하면서 2017년, 전 세계의 도시화는 57.2%, 대한민국은 92.3%라고 언급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2위의 엄청난 도시화를 기록하고 있네요. 세계에 다양한 도시 평가기관이 있는데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도시경쟁력 부분에서 6위 ~11위권을 기록하지만 삶의 질에서는 조사대상 도시 중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고 니다. 서울과 같이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앞다투어 나갈 때 비엔나, 취리히, 뮌헨, 밴쿠버, 오클랜드 등의 도시는 다른 노선으로 삶의 질을 높이기 열을 올렸죠. (오스트리아의 비엔나는 9년 연속 삶의 질 1위 도시)


삶의 질이 높은 도시일수록 걷는 시간이 많고, 건강한 공기를 마시고, 일과 삶이 균형적이고, 건강합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많은 시간 일을 하고, 아이들도 많은 시간 공부를 합니다. 그 도시에 맞는 '경쟁력'을 얻기 위해서 말이죠. 최근 저성장 시대가 도래하면서 미세먼지와 먹거리 문제와 같은 '삶의 질'에 대한 성찰이 일어나고 있고, 이 같은 맥락에서 자기계발 분야에서도 느리게 살기, 내려놓으며 살기와 같이 삶을 성찰하는 주제들이 유독 많이 보입니다. 앞으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성찰하고 반성할 때가 된 것이죠.


아동 최상의 이익을 생각해야 할 때

푸른 산과 나무가 없는 이 그림은 강당에서 노는 모습이다. ⓒ문선종

우리가 국가와 도시의 경쟁력을 높여왔던 것처럼 이제는 아동의 최상의 이익을 위한 지표들을 높이기 위해 달린다면 어떤 세상이 만들어질까요? 아동의 최상의 이익이 무엇일까요? 맛있는 거 사주는 건가요? 좋은 옷 입혀주는 것인가요? 유산을 많이 물려주는 것인가요? 이런 것보다 친구들과 더불어 잘 사는 것. 깨끗한 공기와 환경에서 살게 하는 것 아닐까요? 숙제를 못해서 고층에서 뛰어내리는 아이들의 맥락은 무엇일까요?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주변에 일어나지만 지금도 우리 사회는 경제적 지표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제 정말 아동의 최상의 이익을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1분 1초가 급한 일입니다.


오직 아이들을 바라봐야 할 때

바다 넘어까지 보이는 맑은 하늘, 만날 수 있을까? ⓒ문선종

지식 e채널 1562화 「신호등이 사라졌다」에서는 2000년 네덜란드의 소도시 드라흐턴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신호등'과 '교통표지판'에 의존할수록 도로 주변의 위험요소에 무감각해져 책임감이 낮아진다는 가설을 가지고, 교차로를 중심으로 신호등을 없앤 것이죠. 연평균 20여 건이던 교통사고가 1건으로 약 95% 감소하게 됩니다. 신호와 표지판, 규칙에 의존하던 운전자들이 '사람'을 가장 중요한 신호로 인지하면서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가져야 할 통찰력은 모든 부분에서 '아동의 입장에서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4월 9일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 카페 회원들의 광화문 6차 집회에서 미세먼지로 출산 계획이 망설여진다는 어느 회원의 발언을 기사로 전해 들었습니다. 아내가 미세먼지로 '아이를 낳은 것이 후회된다.'는 맥락과 동일합니다. 아동에게 가장 좋은 것은 분명 모든 사람과 세상에도 가장 좋은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더 UN아동권리협약 제3조 아동 최상의 이익을 이루기 위해 아동의 생존, 보호, 발달, 참여권을 실현할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산소통을 메고 학교를 가는 저의 이상한 상상이 부디 현실화되지 않도록 국가와 정부, 국회, 법과 제도는 오직 '아동'을 바라봐주세요. 아동이 우리들의 신호이며, 우리들의 유일한 지표가 되어야 합니다.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입사해 포항 구룡포 어촌마을에서 「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를 수행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이다.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활 동안 비영리 민간단체를 이끌며 아이들을 돌봤다. 그리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두 딸아이의 바보가 된 그는 “한 아이를 키우는데 한마을이 필요하다”는 철학을 현장에서 녹여내는 지역사회활동가이기도 하다. 앞으로 아이와 함께 유쾌한 모험을 기대해 볼 만한 아빠 유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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