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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레오 Feb 27. 2019

우리가 여행을 떠나야만 하는 이유

[사회복지사 문선종의 '아빠공부']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들

*이 칼럼은 대한민국 최초의 육아신문 베이비뉴스에 게재되는 칼럼입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친구의 모습을 그리는 첫째 딸 서율 ⓒ문선종

우주 최고의 아빠가 되기 위해 만들기 시작한 가족 버킷리스트! 여기에는 1년에 한 번 해외로 여행을 가겠다는 다짐이 적혀있다. 경제적인 부담이 있을지라도 무조건 간다는 단서를 붙일 정도로 의지는 확고하다. 크고 작은 여행이 내 삶을 변화시킨 원동력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삶에서 여행은 절대 빼놓을 수 없다. 여행은 마치 땔감을 얻는 것과 같다. 삶에 생기가 없을 때 더 활활 타오를 수 있게 하는 것이니 말이다. 올해는 가족여행 3년 차로 조금 서둘러 여행을 떠났다. 여행지에서 맥주를 홀짝이며 다이어리에 끄적였던 이야기들을 풀어볼까 한다.   


◇여행의 첫 번째 조건 "내려놓기"


여행지를 선택하고, 항공권과 숙소를 잡아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면 가족의 분위기는 180도 달라진다. 그 날을 기다리는 설렘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다. 마치 한 아이의 출산을 기다리듯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첫째 서율이는 더운 나라에 가는데 까지 몇 밤이 남았는지 매일 체크하며 그곳에서 입을 수영복과 튜브를 매일 밤 만지작 거린다.

2번째 가족여행에서 자신의 꿈을 이룬 서율 ⓒ문선종

1년 차에 여행사를 통해 간 여행은 정말 빡빡한 일정이었다. 둘째를 임신한 아내와 5살 서율이 여행사의 일정을 소화하기에는 무리였다. 가이드의 눈치를 보며 찝찝한 여행을 해야 했기에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2년 차 여행은 겨울왕국의 엘사가 되고 싶다는 서율이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 도쿄 디즈니랜드로 갔는데 철저한 계획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엉망이 되어버린 여행이었다. 마지막 날 나의 스트레스는 최고조에 달해 아내와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야 말았다. 이번 3년 차 여행에서의 계획은 계획이 없는 것이 계획이었다. 여행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의 가성비를 뽑으려는 욕심을 과감히 버린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번 3년 차 여행은 너무나도 행복한 여행이었다. 여행을 여행답게 만드는 것은 바로 '내려놓음'이었다.


◇여행이 깨워주는 우리 안의 새로운 자아

인도 해외봉사활동에서 마술쇼를 하고 있는 문선종 칼럼니스트 ⓒ문선종

대학생 때 인도 캘커타 지역으로 해외봉사활동을 갔을 때 그동안 느낄 수 없었던 초월적인 자아를 경험을 했다. 오로지 낯선 환경에서만 발현된다는 관찰하는 자아가 깨어난 것이다. 우리는 이런 자아를 관찰 자아(Observing Ego)라 부른다. 낯선 환경에서 사랑에 더 잘 빠지는 이유이기도 한데 우리 스스로 몰랐던 우리 안의 새로운 자아가 깨어나는 것이다. 안나 프로이트(A. Freud)는 자신에게 나타나는 문제를 제거하려 할 때 나타나는 자기 방어기제의 현상으로 이질적인 자아를 경험하게 된다고 했다. 어떠한 상황과 경험 속에서 자기 자신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관찰 자아는 마치 우리 내면에서 잠자고 있는 멋진 녀석이다.


낯선 환경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고 있는 서율 ⓒ문선종

이번 여행에서 서율이는 영어를 배우며 낯선 사람들에게 인사를 걸기도 하고,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일상에서 발견할 수 없는 녀석의 새로운 모습에서 새로운 자아가 꿈틀 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낯선 나를 만나는 순간 우리의 삶은 새로워질 수 있다. 오직 여행만이 가져다주는 기쁨일 것이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여행만이 가져다주는 그 무언가에 눈을 뜨는 순간, 우리는 여행에 미친다. ⓒ문선종

장 폴 사르트르는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라고 말했다. 사회복지사로서의 나, 아빠로서의 나라는 역할에 따른 과업과 목적들.... 나를 존재하게 만드는 각기 다른 본질 속에서 그것을 초월하는 나의 실존은 무엇일까? 그것을 찾기 위해 우리는 여행해야만 한다. 우리가 무언가 목적을 갖고 산다는 것은 좋은 것이지만 그 목적에 얽매여 실존하지 못하는 존재라면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여행이야말로 모든 목적으로부터 나를 해방시키고, 실존에 다가가는 고귀한 걸음이라 하겠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아이들이 크면 더욱 낯선 환경으로 여행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여행가들이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네팔의 안나푸르나 같이 험난하고도 낯선 풍경과 마주하는 것처럼 말이다. 사르트르는 "인생은 B(birth/탄생)와 D(death/죽음) 사이의 C(choice/선택)이다." 고 말했다. 나는 아이들이 자신의 실존을 통해 자신의 본질을 스스로 선택하길 바란다. 실존하기 위해 우리 가족의 여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여행을 다녀와 서율이가 한 말이 생각난다. "아빠, 내가 돈 많이 벌어서 여행 보내줄게." 벌써부터 2020년이 기다려진다.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입사해 포항 구룡포 어촌마을에서 지역사회개발 '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를 수행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이다.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활 동안 비영리 민간단체를 이끌며 아이들을 돌봤다. 그리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두 딸아이의 바보가 된 그는 “한 아이를 키우는 데 한마을이 필요하다”는 철학을 현장에서 녹여내는 사회활동가이기도 하다. 앞으로 아이와 함께 유쾌한 모험을 기대해볼 만한 아빠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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