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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레오 Aug 29. 2019

우리아이, 영재가 아니라서 다행이에요.

[사회복지사 문선종의 '아빠공부'] 영재를 망치는 최대의 적은 나 자신

♡독자님들과 소통을 하려 합니다. 궁금한 부분, 함께 나눌 고민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YOUTUBE 채널을 통해 명쾌한 답변드리겠습니다.


엄마표 영어모임에서 일어난 일


아내는 몇몇 엄마들을 모아 엄마표 영어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하지만 몇 달을 못가 엄마들 사이에서 이견이 생겼다. 내 아이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잘하기 때문에 먼저 진도를 나간다는 엄마가 생긴 것! 운전으로 따지면 자신의 멋진 차를 자랑하기 위해 다른 차를 추월해버린 것이다. 아내는 무시당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여겨질까? 하는 두려움과 자격지심을 느꼈다.       

부모들 중에는 자신의 자녀들보다 뒤 떨어진 부분을 찾아내 자녀를 통해 우월감을 느끼는 부모들이 있다. 나의 큰 이모가 그랬다. 가족모임에서 늘 나의 성적을 묻는 큰 이모. 그러면서 전교 1등 사촌 형의 성적표로 우월감을 한껏 만끽하는 것이다. 우리 엄마는 거기에 꿀리지 않기 위해서 나의 성적을 두 단계 뻥튀기해서 이야기하곤 했었다. 언제 한 번은 사촌 형 집에 찾아갔을 때 큰 이모에게 매 맞는 사촌 형을 본 적이 있다. 공부를 잘하는 형에게 공부를 더 잘하라고 혼내는 것이었다. 자녀를 통해 우월감을 얻어서 안 된다. 아이의 영재성이 행복의 척도가 될 수 없다. 고유한 개인만의 속도가 있다. 건강하게만 자라라고 기도했던 우리가 언제 그랬냐는 듯 전교 1등을 외치는 괴물이 되었던가? 나와 내 아이들이 영재가 아닌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빠르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묵자는 말했다. 맛이 좋은 우물이 먼저 마르고, 곧게 자란 나무가 먼저 잘린다고 말이다. 내가 군대에 있을 때 양파를 잘 깐다는 이유로 취사병이 될 뻔했고, 용접을 잘한다고 해서 용접병이 될 뻔했고, 페인트칠을 잘한다고 해서 페인트병이 될 뻔했다. 군대 가면 반 만하라는 어른들의 말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공자가 말한 ‘중용’이란 이런 것이구나! 깨달았던 웃긴 경험이 있었다. 업무도 그렇다. 무언가를 잘한다고 하면 그쪽으로 업무가 몰리고, 지치게 된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이제 막 뭔가에 관심이 생겨 재미있게 하려는데 “와! 영재다!” “소질 있다”라고 착각한 부모는 여기저기 상담을 받게 되고, 사교육 시장의 보기 좋은 표적이 되면서 가혹한 경쟁시장에 내몰리게 된다.     

한글을 몰라도 되는 나이 7살 서율이, 잘 모르기에 더 잘 알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많다. ⓒ문선종

최근 한국 엄마와 미국 아빠의 가족을 만나 교제하고 있다. 둘째 지온이와 같은 터울의 자녀가 있어 공감대가 형성되는 가족이다. 미국인 아빠는 우리 지온이가 말도 잘하고, 기저귀도 차지 않는다며 부러워했다. 나는 미국 아빠의 자녀가 부모의 영향을 받아 이중언어를 구사할 준비를 하고 있기에 언어가 느릴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부럽다고 말했다. 모든 아이들에게는 자신만의 속도가 있다며 오히려 지금 느린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


내 아이가 지금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잘한다고 우쭐한다면 오만한 부모가 되는 것이다. 그 버릇을 고치지 못하면 '왜 더 빨리 잘하지 못하냐?'라고 다그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아이들은 한 번씩 퇴행한다. 이 또한 과정이기에 절대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영재들 중에 장기 래이스를 하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 초반에 전력 질주하다 힘을 다 뺀 사례들을 많이 봤다. 절대 아이의 성장 속도에 우월감을 느끼고, 자랑하는 것만큼 바보 같은 짓은 없다. 그런 부모들이 있다면 교육공동체에서 멀리해야 할 대상 1호이자 아이들에게 정서적 학대를 하지 않는지 관찰할 필요가 있다.


아이의 등 뒤에 서 나 자신을 경계하자!


조바심이 느껴진다면 당장 쓰레기통에 던져버리자. 가장 경계해야 할 무서운 적은 가장 가까이에 있다. 바로 우리 부모들 자신이다.  EBS에서 한국 어머니와 미국 어머니 각각 11명을 대상으로 fMRI를 이용하여 뇌 변화를 연구한 바 있다. 자녀와 카드게임을 하면서 자신의 손실과 이익을 비롯하여 상대방의 손실과 이익까지 동시에 알게 되었을 때의 각 그룹 간의 뇌 변화를 살펴보았는데, 일반적으로 예상치 못한 이익이나 기쁜 일이 있으면 보상 뇌라고 알려져 있는 측핵(Nucleus Accumbens)이 활성화된다. 놀랍게도 한국인 엄마들은 오로지 상대방과 비교해서 이익일 때만 보상 뇌가 강한 반응을 보이지만 미국 엄마들은 공통적으로 절대적 이익에만 반응을 보였다. 조선일보 사이언스 기사에도 한국인은 상대방과 비교하는 것이 미국인보다 3.5배나 높다는 연구결과를 보도한 적이 있다.      

이화여대에서 찍은 사진, 여기를 보내고 싶은 욕심을 구겨 넣어본다. ⓒ문선종

지금 당장 아이에 대한 교육철학을 글로 써서 학교와 친구의 학부모들에게 공유하자. 화살이 아이에게 가는 모임이나 활동이라면 당당하게 빠져나와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약점보다는 강점에 집중해야 한다. 진짜 영재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위 글은 육아 전문 No.1 언론사 베이비뉴스에 연제 되고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두 딸아이의 바보가 됐다.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활 동안 비영리 민간단체를 이끌었으며 구룡포 어촌마을에서 9년간 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 사업을 수행했다. 현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홍보실에서 어린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https://www.youtube.com/user/SunJong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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