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도 ‘확진자’ 될 수 있는 코로나 시대… 사회적 낙인의 두려움
주춤했던 확진자의 수가 다시 증가하면서 이런 일을 겪게 되니 바이러스가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 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다시 한번 자가 격리자와 확진자들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19 감염도 무섭지만, 더 무서운 것은 사회적 낙인이다.
최근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연구한 메르스 당시 생존자 148명 중 63명의 정신건강 문제에 관한 연구에서도 낙인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에 선방하고 있는 것은 5년 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실패가 주는 교훈이기에 이 연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에서는 메르스 완치 생존자 34명은 1년 후에도 한 가지 이상의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 중 42.9%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27.0%는 우울증, 22.2%는 중등도 이상의 자살사고, 28%는 불면증을 보였다. 즉, 감염에 대한 사회적 낙인감이 높을수록 외상 후 스트레스에 대한 위험이 커진다는 결과다.
메르스 사태로 목숨을 잃은 유가족들에게선 ‘위험’ 수준의 우울증이 관찰됐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확진자의 동선이 낱낱이 공개되면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2차 피해가 발생하고, 감염에 따른 책임과 원망으로 낙인찍히게 된다. 낙인(烙印)은 옛날 형벌 중의 하나로 죄인이나 노예의 몸에 불에 달구어진 도장을 찍는 행위이다. 이런 낙인이 현대사회에서는 한 개인이 가진 가치가 부정되고,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코로나19가 2차 대유행 조짐을 보인다. 이런 시점에서 환기와 전환이 필요하다. 재난, 재해 등 큰 사건 후 벌어지는 자살과 우울의 경향성은 경험적으로 증명됐다. 특히, 후성유전학자들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사건이나 경험에 따른 트라우마는 DNA에 각인돼 최소 3대까지 전이된다’는 부분을 밝혀냈다.
메르스 사태의 연구결과는 코로나19 감염과 확진자, 격리자, 의료진 등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근거로서 중요한 자료라 할 수 있다. 감염의 수준에 상관없이 사회적 관계와 정서적 측면에서 감염을 어떻게 인지하고, 경험하는지가 정신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즉, 확진자와 자가 격리자 등 지속적인 사회적 단절과 격리가 향후 정신적 문제로 사회적 비용을 더욱 발생시키고, 결국 우리와 아이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사회복지 현장에 있을 때 마을에서 오랫동안 낙인찍힌 아동을 상담한 경험이 있다. 이 아이의 사회적 낙인을 제거하는데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마을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켰다 해도 아이가 경험한 낙인은 계속해서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찌꺼기를 재생산해낸다. 이 같은 낙인이 두려워서 검사를 받지 않고 숨기도 한다. 둘째의 어린이집 공지에 덜컥 겁을 먹고,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생각했을 때, 낙인에 대한 공포는 두려운 것이었다.
인간은 ‘소외’를 죽음과 같이 두려워한다. 인간에게 내리는 형벌 중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독방에 갇히는 것이다. 독방에서 10시간을 보낸 사람의 뇌는 오래 굶주린 사람의 뇌와 같은 상태가 된다.
감염되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가 서로 같은 공간에서 사랑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일을 통해 코로나19로 소외되고 단절된 사람들에게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그것은 인류의 가장 위대한 유산이자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가치이다. 사회적 낙인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도 바로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