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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선 Jan 12. 2023

엄마는 혼자 있고 싶다!

혼자서 글쓰고 싶다. 진짜.


요즘은 브런치 안 하나 봐?


남편은 단 한 번의 질문으로 나를 찔렀다. 나도 하고 싶어. 브런치.



잠깐 시간의 틈이 나면 sns를 한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브런치도 sns의 하나라면 브런치까지. 누군가가 예쁜 모습을 하고 좋은 곳을 가는 것을 보고 대리만족을 한다. 조금 부럽기도 하지만 나의 정신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부러운 마음은 깨끗한 정신으로 치워버리면 된다. 그래서 자꾸만 더 보게 된다. sns 할 시간은 있고 글 쓸 시간은 없다. 이런 고백은 나에게조차 불편하지만 사실이다.


아침 9시 30분. 7살 둘째를 챙겨 어린이집에 보내고, 겨울방학을 시작한 첫째와 마트에 다녀왔다. 집에 오는 길부터 배고프다고 노래를 부르는 아이에게 점심을 차려주니 아침 설거지 위로 점심 설거지가 쌓였다. 첫째는 학원에 보내놓고 설거지, 집정리, 청소를 재빠르게 끝내고 빨래방으로 갔다. 다녀와서는 휴대폰을 잃어버린 아이를 달래고 아파트 단지 내에 떨어져 있지는 않은지 돌아다니다 둘째를 하원시켰다. 그리곤 아이 둘을 목욕시키고, 저녁을 먹이고, 설거지를 하고, 공부를 시키고, 빨래를 개고......

아... 글을 쓰지 못했다는 몇 줄짜리 변명인지 모르겠다. 처참하다.


내가 해야 할 많은 일들 사이에 글을 쓸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sns나 들여다볼 수 있는 작은 틈만 있을 뿐. 잠깐잠깐 브런치 글을 읽고 핫딜을 검색하는 작은 시간만 주어졌다. 커피 한 잔을 옆에 놓고 글을 쓰던 시간이 그립다. 그게 언제였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딱 그 정도 시간이면 좋겠다. 글을 쓸 수 있는 여유시간으로. 나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가족들이 잠든 새벽뿐이다. 오전 1시 40분. 잠든 남편에게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노트북을 가지고 나와 식탁에 앉는다. 나도 쓰고 싶다. 무엇이든 뱉어내고 싶다.




보다 말고 펼쳐놓은 책, 뒤집어 벗어놓은 양말, 물 마시고 올려놓은 컵. 가족들의 흔적은 집안 곳곳에 흩어져 어쩌다 혼자 있어도 함께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또다시 치우고 또 치운다.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갖기엔 아직도 아이들이 어린것일까. 손이 많이 가는 아이들에게 내 시간을 모두 내어준 지 벌써 9년이다. 이제 많이 커버린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수월해졌다 하더라도 나는 아직 육아에 허덕인다.


나뿐만이 아니다. 아침 등원길에 엄마들과 마주치면 "혼자 있을 때 조금이라도 쉬세요."라고 인사한다. 이토록 주부는 왜 혼자만의 시간을 갈망하는 것일까. 영원히 함께하고 싶어서 결혼을 하고 가족을 이뤄냈는데 이젠 조금이라도 혼자 있고 싶다고 툴툴거리고 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새벽에 노트북을 켰다. 잠든 아이들의 수면조끼 단추를 다시 잠가주고 식탁에 앉는다. 글을 쓰면서도 귀는 아이들 방문 앞에서 숨소리를 듣고 있다. 새벽 1시가 넘은 시간. 잠을 줄여서라도 내 시간을 만든다. 이렇게라도 혼자 있는 시간을 확보해 본다. 모두가 잠든 이 밤 타닥타닥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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