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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션 Aug 21. 2018

사람 아끼는 법

아이에게 포도 먹는 법을 가르쳐주는 친정엄마를 보며_

보일러를 고치러 온 아저씨에게도, 시장에서 생선을 팔던 할머니에게도, 우리 집에 놀러 온 내 친구에게도... 엄마는 늘 한결같았다. 특유의 넉넉한 웃음으로, 때로는 따뜻한 말 한 마디, 솜씨보다 정성이 더 돋보였던 음식으로도 엄마는 사람을 대함에 ‘함부로’는 없었다.


엄마의 어린 날, 당시 국민학교 육성회비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체구가 작았던 어린 소녀의 차가운 볼은 담임 선생님의 두터운 손으로 따귀를 맞아 열이 났었다고 한다. 지금의 홍조 띈 얼굴은 그 때부터 였을지도 모른다고 다소 격앙된 말을 하는 엄마는 누구에게나 다정했던 엄마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었다. 그 어린 소녀가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게 된 가장 큰 계기가 그 사건은 아니었을까 짐작한다.


아기를 낳고 내가 가장 의지하던 사람은 당연히 엄마였다. 친정엄마. 엄마인 나보다 내 아기를 더 잘 아는 것만 같은_ 내 품에서 한참이나 말똥거리던 아기는 친정엄마 품에만 가면 눈꺼풀이 내려가서 올라올 줄을 몰랐다. 참 신기했다.


포도 먹는 법을 여러번 알려줘도 먹을 줄을 모르던 둘째 승우는, 포도를 먹을 때면 얇디 얇은 그 포도껍질을 귤 껍질을 까듯 꽤 오랫동안 벗겼다. 벗기는 동안 포도 즙은 승우의 옷과 주변을 흠뻑 적시기에 충분했다. 적어도 다정한 외할머니가 포도 먹는 법을 가르쳐주기 전까진 그랬다.


“승우야, 할머니 봐봐. 동글동글한 포도알을 잘 보면 여기 이렇게 톡 나와 있는 데가 있어. 만져 봐. 느낌이 다르지? 여기를 입쪽으로 향하고, 손으로 잡은 채 ‘톡’ 하고 반만 물어 봐. 그리고 ‘쪽’ 빠는 거야. 이렇게! 옳지, 우리 승우 잘 하네! 다시 해 볼까? .”


두돌 갓 넘은 승우가 알아들을 때까지 같은 말,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친정엄마를 보며 ‘아, 나도 저렇게

 배웠겠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느껴졌다. 엄마가 승우를 참 아끼고 있다는 것을_


엄마는 항상 그래 왔다. 대학생 때부터 만나 온 지금의 남편을 결혼하기 위해 처음 인사 시켰던 그 날에도,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내 막내 아들 같은 느낌이야” 라며 당시 얼어 있던 남편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해주려고 했다. 반찬을 남편 앞으로 밀어주며 손동작으로, 눈빛으로 그렇게 아껴주고 있었다.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내 아이, 그리고 엄마를 잠시 스쳤던 인연까지도 한 명 한 명 소중히 대하는 엄마를 보며, 나는 엄마에게 포도 먹는 법만 배웠던 건 아니구나... 어느새 엄마가 된 막내 딸은 엄마에게 배울 게 아직도 이렇게 많구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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