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맞추다 잃어버린 건
단순한 감정이나 작은 꿈이 아니었다.
그 순간 지워진 것은
삶의 본질이었다.
차갑게 식은 쇳덩어리의 족쇄처럼
타인의 기준은 내 발목을 붙잡았다.
나는 걸음을 옮기지 못한 채
껍데기로만 살아갔다.
껍데기는 처음부터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얼굴이었다.
겉모습은 단단했지만
속은 이미 부서져 가고 있었다.
그것이 껍데기의 시초였다.
나는 이 사실을 꾸미지 않고 말한다.
냉정한 직시일 뿐,
그러나 어쩌면 이 감각을 아는 이라면
적당한 공감으로 고개를 끄덕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