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장 오래된 비서가 병가를 냈다.
나의 실수였다. 무모한 도전 끝에 당연하게 찾아온 추락을 막으려고 나의 가장 오래된 조수, 오른손을 보낸 결과였다. 무모한 도전의 희생양이 된 오른손은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의 휴가를 내고 당분간의 실무에서 물러나 휴가 아닌 휴가를 취하게 되었다.
당분간 오른팔의 자리는 왼손이 맡게 되었다.
왼손은 오른손의 보조이자 오랜 친구였다. 하지만 오른손만큼 빠릿빠릿하지는 못한 친구였다. 언제나 훈련소를 갓 벗어난 티를 벗지 못하는 그런 친구. 조각가의 섬세함보다 벌목꾼의 터프함이 어울리는 그런 친구를 비서로 쓴다는 건 갑자기 모든 게 정교하게 조율되어있는 살림집을 떠나 모든 게 투박하고 길들여지지 않은 캠프에서 그럭저럭 지내는 것과 같았다.
함께 하는 동안 왼손은 나를 위해 좀 답답했지만 흥미로운 방식으로 일했다. 왼손은 시간을 가지는 법을 아는 친구였다. 초보자특유의 느림과 조심성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에 한 박자 쉬고 다시 한번 되새기고 일하는 것만 같았다. 모든 일을 거의 반사적으로 숨 한번 안 쉬고 처리하는 오른손과는 다른 판 이었지만, 나는 이내 왼손과의 오지 캠핑 같은 생활을 즐기게 되었다. 거의 대부분이 행위에 약간의 불편함과 생각할 시간이 주어졌다. 왼손과 나는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함께하는 모든 일이 의문과 함께 시작되었다. 글씨를 쓸 때면 글씨의 모양에 관해서, 가위질할 때면 가위의 메커니즘을, 매듭 어떻게 묶었지 할 때면 오른손만 머슬메모리로 저장한 정보들에 대해서 생각했다. 왼손과 함께하는 캠프 레프티에서는 모든 생활이 다시 한번 고려되어지고 모든 세계가 다시 한번 업데이트 되어져야 했다. 뜻하지 않은 왼손 캠프에서의 천천하고 불편한 나날들은 휴가를 떠난 오른손뿐만 아니라 나의 의식에도 신선도를 유지해 주는 리프레쉬의 기회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오른손을 그리지 않을 이유는 없다. 나의 펜 홀더, 나의 요리사, 나의 외로운 칼잡이, 나의 오른손. 나의 가장 오래되고 유능한 조수는 캠프 레프티를 떠날 때까지 내가 가장 그리워할 대상일 것이다. 삶의 어느 구석엔 반사적으로 빠르고 익숙하게 처리해야 할 일들도 있는 법이니까.
캠프 레프티를 떠나는 날을 천천하고 투박하게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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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이트 타다 넘어져 입은 오른손 부상으로 당분간 업데이트가 느려집니다
02/12/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