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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Jul 24. 2017

완벽하지 않아서 행복한 스웨덴 육아

홍민정 / 미래의 창

아이를 낳고 잘 나가는 육아서란 육아서는 다 찾아본 것 같다. 나의 무지로 인해 아이에게 부족한 부분이 생길까봐 불안했고 이 불안은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했다. 모든 엄마들이 그렇듯나 또한 아이에게 완벽한 엄마가 되고 싶었다.             



[완벽하지 않아서 행복한 스웨덴 육아]는 국내에서 워킹맘으로 두 아이를 키우던 작가가 남편을 따라 스웨덴으로 떠나게 되면서 만나게 된 스웨덴 사람들의 육아와 교육에 대한 이야기다.

표지부터 마음이 가던 이 책은 프롤로그를 읽는 순간 그 동안 읽었던 육아서와는 다르겠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스웨덴과 한국은 역사, 사회 구조, 환경 등 분명 다른 부분도 있지만 복지정책은 비슷한 부분이 상당히 많이 있다는 것이었다. '복지'가 전부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무엇이 스웨덴 사람들을 행복한 육아가 가능하게 하는지 알아내고 싶었다. 즐거운 육아를 하기 위한 시작을 '복지'부터가 아닌 '사람'에서부터 찾아보고 싶었다. 


북유럽 국가들이 아이를 키우는데 좋은 환경이라는 것은 이미 너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곳에 갈 수 없고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키워야 하는 현실에서 북유럽 사회의 그럴싸한 복지정책은 상대적인 박탈감만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즐거운 육아를 '복지'가 아닌 '사람'에서 찾는다면 한국에서도 좀 더 행복한 육아를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스웨덴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북유럽 국가 특유의 복지정책을 빼놓을 순 없다. 이 책 또한 스웨덴의 다양한 복지제도를 언급하고 있지만 역시 이 책에서 인상 깊은 부분은 육아와 교육에 대한 스웨덴 사람들의 생각이다.


스웨덴 엄마들은 24시간 아이와 붙어서 돌보아줘야 애착이 형성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보다는 아이가 지내는 안정된 환경을 더 중요시한다. 
어린이는 학습과 발달의 능동적인 주체이며, 지식의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다. 어린이는 강하고 풍요로운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탐구심과 호기심, 학습을 능동적으로 주도할 능력이 있는 존재인 것이다.
"아이들은 벌써 두 살이에요. 스스로 충분히 할 수 있는 나이죠"
스웨덴 부모들은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의 예민한 반응으로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빼앗지 않는다. 아이를 어리다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다 해주려 하지 않는다.
'라테파파'라는 단어는 스웨덴에서 생겨났다. 
한손에는 커피를 들고, 한 손에는 유모차를 밀며 육아하는 아빠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시키는 공부만 해본 아이는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갈 힘이 없다. 
학교에서 꼭 등수를 매기지 않더라도 아이들은 스스로 친구들과 비교도 하고 경쟁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느끼는 그런 마음까지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경쟁을 하며 자신이 잘하는 분야를 찾아가고 있는데, 숫자나 점수로 굳이 부족한 부분을 확인시키는 교육 방법은 잘못되었다.


이 책에 나오는 수 많은 일화 중 현실 웃음이 튀어나온 부분이 있었다. 걷지도 못하는 아이가 모래 위를 기어다니는 모습을 본 작가의 생각과 어김없이 모래를 집어 입으로 가져가는 아이의 모습.


스웨덴 아이들을 모래를 입에 넣지 않는 것일까?라는 생각까지 하며 모래 위를 기어다니는 아이를 지켜보았다. 역시나 아기는 모래를 한 줌 움켜쥐더니 입 속으로 넣었다.


아직 걷지 못하는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 작가의 생각이 내 생각과 너무 똑같아 웃음이 났고 모래를 털어내며 웃을 수 있는 스웨덴 엄마의 태도가 인상깊었다. 



요즘 한창 고민이었던 노리개 젖꼭지에 대한 스웨덴 사람들의 생각도 인상 깊다. 12개월 이전에는 젖꼭지를 떼는 게 좋다는 말에 한창 공갈젖꼭지 없이 재우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번번이 실패 중이었다. 하지만 이 책의 한 구절을 읽고 조금은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고나 할까. 


스칸센에 가면 아이들이 직접 버리는 노리개 젖꼭지를 수거하는 기차가 있다. 스웨덴 부모들은 아이가 충분히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할 때까지 기다린다. 때로는 여섯 살이 될 때까지.



내가 이 책이 정말 좋다고 생각한 건, 이 책의 어느 구절을 노트에 적어놓고 몇 년 후 꼭 내 아이에게 그런 환경을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즐거운 토요일을 만들어 줄 것, 수많은 색깔의 크레파스보다는 한정된 색으로 그림을 그리도록 해볼 것. 수영을 가르칠 때는 영법을 가르치기보다는 물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할 것. 남자와 여자의 삶의 기회가 다르지 않음을 가르칠 것.  


아이들은 로봇이 아니에요. 구디스(사탕,젤리 등 간식거리)를 아예 먹지 않고 참는 건 거의 불가능해요. 대신 아이들한테 사탕을 먹을 수 있는 날을 정해주세요. 스웨덴에서는 '토요일의 구디스'라고 해요. 토요일에만 사탕이나 초콜릿을 먹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거의 모든 스웨덴 아이들이 토요일은 사탕 먹을 수 있는 날로 알고 토요일을 기다리죠.
우리의 상상력과 창의력은 제한된 상황에서 나올 수 있다고 믿어요. 
색이 많다고 해서 상상력이 풍부해지는 것은 아니에요.
스웨덴 스포츠 협회는 수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깊은 물에 점프할 수 있고, 물에 머리를 넣을 수 있으며, 50m 배영을 포함해서 200m를 연속해서 수영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정의한다. 
트럭 운전사, 소방관, 경찰, 의사, 목수의 사진이 프린트되어 있는데, 모든 직업에 남성 사진, 여성 사진이 각 하나씩 두 개가 붙어 있다. 남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같다는 점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명확히 해두었다. 


한국엄마인 내가 스웨덴 육아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한국은 스웨덴처럼 공기가 그리 좋지도 않고 집 근처에 공원이 많지도 않다. 교육 현실도 스웨덴과 많이 다르며 아직은 아빠의 육아휴직도, 유연근무제도 자유롭게 쓸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내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해주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으며 수많은 곳에 북마크를 꽂았다. 너무 많은 구절을 이 글에 담았나 싶기도 하지만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문장들이었다.


라곰은 스웨덴 문화에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적당함'을 의미한다. 스웨덴 사람들은 이런 적당함을 좋아한다. 스웨덴에 와서 보니 한국 아이들은 지나칠 정도로 풍족하게 자라고 있었다. 하지만 부모의 지나친 관심과 애정은 아이들을 의존적으로 만든다. 부모들은 더 많이 해주고도 불안해질 때가 많다. 비움과 채움의 균형을 잃어가는 느낌이다. 아이를 키우는데 '라곰'이 필요하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적당히.


이 책은 그 동안 읽었던 육아서와 확실히 다르다. 사고의 전환을 일으켰다고 할까..
내가 기존에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을 깨닫게 해줬다. 이제는 조금 더 너그럽게, 조금 더 여유롭게, 그리고 조금 더 현명하게, 그렇게 아이를 키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스웨덴은 내가 그 동안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믿었던 육아가 조금 틀려도, 조금 달라도, 조금 느려도 괜찮다고 알려주었다. 나는 이 책이 육아를 하는 아빠 엄마들에게 그런 책이길 희망한다.
                           -에필로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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