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much does your life weigh?
한 여사가 일주일 여행에서 돌아오며 평화가 깨졌다. 그녀는 큰 결심을 한 듯 갑자기 옷 정리를 시작했다. 옷이 500벌, 아니 족히 1,000벌은 되어 보인다. 대부분은 입어본 적 없는 옷들이다. 산재한 옷더미를 한 번씩 들춰야 하다 보니 이른 아침부터 조금 전까지 하루 종일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부시럭 부시럭 쿵쾅댔다. 퇴근 후만 참으면 됐는데, 여사의 정년퇴직과 함께 이제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은 사라졌다.
2년은 참았지만 2달은 더 못 참겠다. 부동산 사이트를 열었다. 그간 못 참을 때마다 스무번은 더 열었었다. ‘끝집’ 말고 ‘끝(에서두번째)집’으로 적당한 후보지를 발견했다. 내일 개들과 함께 집주인과의 면접이 잡혔다. 합격도 전에, 귀찮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이삿짐 리스트를 적어본다. 어차피 이사를 또 가야 하니 ‘끝(에서두번째)집’에는 최최최소한의 짐만 가져가기로 한다. 맥시멀리스트의 뱃속에서 나온 딸이지만 나는 결단코 미니멀리스트가 되겠다며.
영화 <인 디 에어>가 떠오른다. 비즈니스맨인 조지 클루니가 강연하는 장면이 있다. “How much does your life weigh?”로 시작하는 강연이다. 집, 차, TV, 옷, 소파, 침대… 인생 가방에 뭘 그렇게 많이 넣고 다니냐는 것이다. 삶이 너무 무겁지 않냐고. 이 강연이 영화의 주제라기보단 대기업 해고대행전문가인 그의 정 없고 방랑자적 성향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인데, 되려 내겐 울림이 있었다. “What’s in your backpack?” 마지막으로 그는 가방에 뭐가 들었는지, 무엇을 넣을 것인지 묻는다. 이 질문은 마치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묻는 말 같다. 단촐한 이삿짐 가방에 무엇을 넣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