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류 Jul 09. 2020

새내기 학생과 새내기 학부모

줄넘기, 한계를 넘기

줄넘기, 한계를 넘기


예전에 아는 분을 뵙고자 대구의 건설현장에 간 적이 있었다. 그 분과 함께 건설현장을 지키고 있던 분도 합석하여 저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셋이서 함께 술자리를 하게 되었는데, 술이 좀 취하자 처음 본 그분이 자신의 얘기를 하였다. 그분은 자신은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줄넘기를 30분씩 하고 있다고. 그래서 몸무게도 10kg 이상 빠졌다며. 술자리를 파하고 다시 건설현장에 만들어진 숙소에 들어가는 그분이 잠시 후 정말 줄넘기를 가지고 나와서 줄넘기를 시작하였다. 대충 봐도 예삿 실력은 아니었다. 나야 꾸준하게 하진 않지만, 그 후 시간이 날 때면 줄넘기를 하곤 했다.


학교를 10번 이상 출석하게 된 민혁이에게 받은 가정통신문에서 다시 줄넘기를 보게 되었다. 가정통신문에 의하면 1인 1 운동 줄넘기 인증을 매해 실시하고 있다며. 1학년은 양발 모듬뛰기 100회가 목표라며, 하루에 20분씩 연습하라는 숙제가 내려진 것이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1학기에는 이를 실시하지 않지만, 어쨌든 100회는 목표가 되었다.


그 얘기를 민혁이도 들었던 것이다. 그러고 나서부터 저녁시간마다 타던 자전거가 뒷전으로 밀리고 줄넘기가 시작되었다. 사실 2년 전에 태권도장을 정말 잠깐 다닌 적이 있었다(하기 싫다고 울어서 결국 3개월도 못 다녔다). 그곳에서 태권도 외에 줄넘기를 배우기도 했었다. 그때의 기억을 살려서 줄넘기를 시작했으나, 꾸준히 한 것도 아니고 처음이다 보니 간신히 3개, 5개 정도의 수준.


그렇게 엄마랑 하루 연습을 하고 난 다음날, 퇴근을 하고 돌아오니 아빠에게도 줄넘기를 하자며 조르는 민혁이. 오랜만에 줄넘기를 돌려봤다. 처음에 50개 정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민혁이에게 줄넘기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일정하게 뛰어야 하고 일정하게 줄을 돌려야 한다고. 그리고 줄이 올 때 넘어야 한다고. 사실 줄넘기하는 법을 가르칠 게 뭐가 있나. 본인이 터득하는 것밖에 없다.


그래서 리듬을 타라고 좀 더 쉽게 알려주었다. 콩, 콩, 콩, 콩. 이런 박자로 뛰어보라고. 하나, 둘, 셋, 넷. 이렇게 세면서 뛰면 좀 더 쉬울 거라고. 박자를 따라 하지만, 쉽지 않다. 이미 몸에 땀은 비 오듯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머릿속에 분명 100개라는 게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한번 리듬을 타니, 10개는 금방이었다. 그러고 나서 최고 기록 26개. 본인도 뿌듯.


그리고 다음날 다시 도전. 그러나 다시 잊어버린 리듬. 어제의 기록은 18개. 30분 넘게 하니 땀에 젖은 옷은 이미 몸에 달라붙었고, 더 이상 하면 내일 힘들 거라는 게 예상되니 그만하자고 했다. 그럼에도 자신의 기록을 깨지 못한 것도 그렇고, 잘 안 되는 것도 그렇고, 더 하겠다며 눈물을 흘린다.


태권도 다닐 때 울지 않고 다녔다면 지금 울지 않았을 텐데, 그때도 울고 지금도 울고. 어쩔 수 없다. 자신의 한계는 자신이 넘어야 하는 법이니까. 꾸준히 연습을 하는 수밖에. 분명 오늘도 집에 가면 줄넘기를 하자고 조를 것이다. 오늘은 자신의 기록을 넘을 수 있을까? 100개를 넘는 날은 언제 올 것인가. 나 먼저 걸리지 않고 오늘 100개를 먼저 넘어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새내기 학생과 새내기 학부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