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성공에 대한 생각 재정립 - 2

특출 난 개발자만이 성공한 삶은 아니었다

by 모라키무

놀랍게도 직장을 다니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 어느덧 만 4년이 지났고 5년 차 개발자가 되었다. 그분들이 말씀하시던 '10년'의 반을 채워간다. 그리고 조금은 깨달은 것 같다.

인생에서 '성공'이 뭐가 그리 대수겠냐는 것.

그렇다고 해서 인생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냉소주의가 된 것은 아니다. 내가 상상하던, 성공한 CEO들을 보고서 성공만을 좇는 인생이 단 하나의 정답이 아닌 것을 점차 알아가고 있다. 아직 이 직업이 내 적성에 맞는지, 적성에 맞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렇다면 나는 개발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관리자로 남을 것인지 등 수많은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누군가에게 똑 떨어지는 정답을 기대하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으나 결국 정답은 내가 스스로 찾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서서히 깨닫는 중이다.


그래도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멋있는 사람'에 대한 정의를 이따금씩 내리게 된다. 남자들이 흔히 군대 가면 별의별 사람 다 만나본다고 말하듯 회사에서는 직접적으로 또라이를 만나기도 하고 간접적으로 (+와전된) 또라이를 듣기도 한다. 그렇게 여러 인간 군상을 겪다 보면 그 와중에 '인간미 넘치는', '멋있는', '배울만한' 사람에 대한 정의를 재정립하게 되는 것 같다.

일례로 나는 지금 내가 있는 회사의 팀장님께 늘 '말 예쁘게 하는 법'에 대해 배우고 있다. 물론 실천이 잘 되지 않기는 하나 경상도식 말하기에 익숙한 내가 서울 사람이 침착하고 이성적으로 말하는 것을 보며 가끔씩 속으로 감탄할 때가 많다. 하루는 중복 로그인 테스트를 하다가 팀장님이 나와 같은 유저로 로그인을 한 상황이 있었다. 그때 팀장님께서는 '내가 지금 ~한 이유 때문에 이 유저를 사용해야 하는데 로그아웃 좀 해 줄 수 있겠니?'라고 말씀하셨다. 마치 오은영 박사님이 늘 하시는 말투처럼 '다른 사람에게 요청하는 방법'의 정석 같아서 너무 신기했다. 이외에도 가끔 팀장님과 말씀을 나누다 보면 성격이 급하고 다혈질이라 급발진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마다 집에 돌아와서 일기를 쓰곤 한다. 집에 와서 일기 쓰면서 후회할 거면서 왜 그 상황에서는 그렇게 말한 것인지 한심스럽지만 일기를 씀으로써 다음에 화낼 게이지에서 -1을 기대하며 후회의 시간을 가진다. 아마 주변 동료들은 팀장님께서 급발진한 주니어 개발자를 어르고 달래고 납득시키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팀장님이 사람 하나 만들고 있는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런 시간을 지나 어느샌가 뚝딱뚝딱 무언가를 만들고 그 안에서 소소한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 하루 종일 붙잡고 있던 에러가 해결돼서 발걸음 가볍게 지하철을 탈 때, 며칠씩 맡은 업무를 해내지 못해서 우울하다 결국에 해냈을 때의 성취감이 하나둘씩 모여 나의 실력으로 쌓이고 있다. 지난 프로젝트의 결말이 비록 아름답지 않았지만 그래도 내 안에 남은 것이 있다고, 처음에 못했던 것뿐이지 다시 하면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갖게 되었다.


개발자에 한 발 짝 더 다가간 나 스스로를 대견해하며 4년을 되돌아보았다. 그리고 저렇게 누군가(나)에게 귀감이 되는 팀장님을 보면서 다시금 내가 그리는 미래의 모습에 현실성을 부여해본다.

말 이쁘게 하는 상사되기

나도 멋모르고 기어 다니는 시절이 있었음을 잊지 않기

빠르게 변화하는 IT 시장에서 항상 배우고 겸손하기

책임감 갖기

후배에게 귀감이 되는 선배 되기

개발자가 되기 전의 내가 선망하던 사람들처럼 성공을 갈망하고 노력하는 것도 의미 있겠으나 결국 회사에서는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며 결과물을 도출해내는 곳이며 결국에 사람이 '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회사가 어디든 규모가 어떻든 결국은 내가 지금 하는 일과 함께 지내는 사람이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매스컴을 통해 성공 신화를 들려줄 수 있는 것은 궁극적으로 만족스러운 소소한 하루들이 모여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비록 지금 그런 개발자가 되지 못했다고 조급할 필요도, 슬퍼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된 것 같다. 어차피 돈 벌어먹고 살아야 할 인생은 길고 그 안에서 나를 잃지 않고 건강하게 일하는 방법을 하나둘씩 깨달으며 개발자로 살아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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