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와 헤어지기로 마음먹었다. 이촌역에서 만나 저녁으로 닭한마리를 먹으면서, 다 먹고 지하철을 타러 가면서, 함께 나란히 앉아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결심은 더욱 굳었다.
집에 도착해 그간 미뤄둔 집 청소와 정리를 했다. 책장 구석구석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쓰지도 않으면서 보관해 두었던 물건들을 버리고, 남은 물건들을 새로 산 진열장에 올려두니 속이 다 시원했다. 새 마음으로 살아낼 준비를 마친 기분. 그대로 C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를 향한 내 마음이 더는 자라나지 않는 것 같애. 진부한 내 말에 C는 너무도 담담했다. 형 마음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마음은 뭐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니까. 앞으로도 응원하겠다는 말까지 덧붙여 준 C에게 나 역시 그러겠노라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고민한 시간이 허무하게 느껴질 만큼 우리의 마지막 대화는 청소를 마친 집처럼 깔끔했다.
전화를 끊고 얼마 안 가 잭디를 깔았다. 어플에 접속해 있는 주변 남자들의 사진을 살펴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사람,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거나 놀러온 듯한 낯선 사람. 그중 마음에 드는 이들을 솎아 내어 메시지를 돌렸다. 아무런 답장이 없었다.
금세 따분해져 인스타에 들어가니 피드에 C가 올린 게시글이 나타났다. “당신이 언젠가 추운 겨울에 이촌역 3-1번 출구 근처 노 부부가 하는 붕어빵집에 가보길 바랍니다.” C와 지하철을 타러 가기 전, 그 붕어빵집을 지나친 순간이 떠올랐다. 다음에 여기 오면 꼭 먹어 봐. C답지 않게 어미가 청유형이 아니라 지시형인 것이 마음에 걸렸었다. 어쩌면 C는 나보다 먼저 마음의 준비를 마쳤을지도 모르겠다고, 뒤늦게 생각했다.
연인과 헤어지고서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이 조금은 낯간지럽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C가 나를 향한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잭디를 깔고 남자들에게 메시지를 돌리고 있었다는 것이 끔찍하게 느껴졌다. 다행인 일이다. 내가 얼마나 끔찍한 애인지 C는 영영 모르는 채로 헤어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