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을 떠나보낸 이유 | 어느 남아공 어머니의 선택

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줄 수 있는 유산

by morasafon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를 위해 현재의 땅에 더 안전하고 튼튼한 울타리를 세우려 애쓴다. 그러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Olvas(가명)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그녀는 두 딸에게 가장 좋은 집은 조국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고, 기꺼이 그들을 떠나보냈다. 그리고 엄마로서 내린 이 커다란 결정은 그녀의 삶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30여 년의 직장 생활, 단 하나의 목표


Olvas는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의 지난 삶을 이야기했다. 그녀는 제약, 통신, 석유 산업을 넘나들며 30년 가까이 신사업 개발 전문가로 일했다. 두 딸을 홀로 키워야 했던 싱글맘으로서, 그녀의 직장 생활은 생계를 넘어선 절박한 과업이었다.


“딸들을 끝까지 교육시키고 세상에 내보내야 했어요. 그래서 항상 일해야만 했죠.”


그녀의 목표는 분명했다. 딸들에게 자신보다 더 나은 세상, ‘세계적인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고 안정된 삶의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 그녀의 치열했던 젊은 시절은 오롯이 두 딸의 미래를 위한 디딤돌을 놓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딸들이 마침내 성인이 되어 사회로 나아갈 시기가 되었을 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쌓아온 노력이 조국 남아공에서는 온전한 결실을 맺기 어렵다는 냉정한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


딸들을 떠나보내야 했던 이유

떠나보냄.jpg


“딸들을 다른 나라로 보내야 했던 이유는 복합적이었어요. 단순히 직업 문제만은 아니었죠.”


Olvas는 딸들의 미래를 가로막는 남아공의 현실을 설명했다. 첫 번째는 여성으로서 넘어야 하는 ‘유리천장’이었다.


“능력 있는 여성이라도 남성보다 높은 임금을 받기 어렵습니다. 같은 조건이라면 당연히 남자가 채용돼요. 특정 분야에서는 여전히 여성을 존중하지 않는 문화가 강했죠.”


이는 단지 기회의 불평등 때문만은 아니었다. 더 큰 문제는 삶의 기반을 위협하는 ‘안전’이었다. 그녀는 훗날 태어날지도 모를 손주들의 일상을 상상했다.


“제 손주들이 밖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을까요? 동네에서 자유롭게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요? 남아공에서는 장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만연한 범죄와 불안한 치안은 평범한 일상을 위협했고, 젊은 세대가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 어려운 막막한 현실이었다. 이 모든 것이 그녀에게는 딸들의 미래를 그곳에 맡길 수 없다는 분명한 신호였다. 결국 그녀는 딸들에게 아름다운 조국을 마음의 고향으로 남겨주되, 삶의 터전은 다른 곳에 마련해 주기로 결심했다. 그 목적지는 호주였다.


딸들에게 열어준 최선의 삶의 터전


Olvas의 과감한 투자는 성공적이었다. 호주라는 새로운 땅에서 딸들은 엄마가 바라던 ‘완전히 다른 삶’을 얻었다.


“호주에서는 성별 때문에 차별받는 일이 없습니다. 자격과 경험만 있다면 동등하게 경쟁하고 존중받아요.”


딸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가로 성장해 가정을 꾸렸다. 특히 Olvas가 인상 깊게 이야기한 것은 일과 가정이 양립 가능한 사회 시스템이었다.


“젊은 엄마가 되면 혜택이 정말 많아요. 9개월 가까이 유급 출산휴가를 쓰고, 아이와 충분한 시간을 보낸 후에는 재택근무나 주 3~4일 단축 근무를 선택할 수도 있죠. 남아공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입니다.”


딸들은 이제 호주를 자신의 집으로 여기며 10여 년째 살고 있고, 남아공으로 돌아올 계획은 없다. 엄마가 열어준 길 위에서 자신들의 삶을 성공적으로 개척한 것이다.


이제 나의 길을 찾아서, 나이지리아로

봉사.jpg


딸들을 향한 가장 큰 의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Olvas는 자신의 남은 생을 돌아보았다. 30여 년간 쉼 없이 달려온 비즈니스 세계를 떠나, 그녀는 오랜 시간 마음에 품어왔던 길을 가기로 했다.


“나이가 들면 세상 어느 곳에 있든, 어떤 사람이든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결국 우리는 모두 똑같은 인간이니까요. 그때가 되면 내가 받은 것을 세상에 돌려주고 싶어 지죠.”


이 다짐은 그녀를 아프리카 대륙의 또 다른 나라인 나이지리아로 이끌었다. 그녀는 현재 그곳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제대로 된 공교육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그녀의 가르침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창문이다.


그녀는 한평생 ‘기회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딸들을 위한 기회를 만들었고, 이제는 이름도 몰랐던 아이들을 위해 교육의 기회를 만들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젊음과 시간을 기꺼이 미래 세대를 위한 디딤돌로 내어주었고, 그 마음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한 사람의 이타적인 책임감이 어떻게 자신과 주변의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지, Olvas는 삶으로 증명하고 있다. 세상이 여전히 살만하고 조금씩 더 밝아지는 이유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미래를 위해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는 이들의 작지만 위대한 기여 덕분일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우리 시대에 필요한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