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언어가 한 사람의 마음에 가닿기까지
"이제 영어 다음은 중국어의 시대다." 21세기의 문턱에서, 많은 이들이 중국의 눈부신 경제 성장을 보며 그렇게 믿었다. 나 또한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생각으로 중국어 학습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언어의 벽을 넘을수록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벽이 느껴졌다. 브라질에 사는 Cassidy(가명)는 언어의 실용성을 넘어선, 한 문화가 가진 '매혹의 힘'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Cassidy는 '언어의 용광로' 같은 사람이다. 이탈리아와 영국인 부모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2개 언어를 동시에 익혔고, 브라질로 건너와서는 포르투갈어를 완벽하게 습득했다. 그는 한 아이가 여러 언어를 동시에 배울 수 있는 조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는 이탈리아어를, 어머니는 영어를, 사촌은 포르투갈어를 쓰는 환경이라면 아이는 그 모든 언어를 배울 수 있죠. 사람과 언어를 자연스럽게 연결하기만 하면 되거든요."
그의 말은 언어란 단순히 암기하는 지식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것임을 보여주었다.
나는 중국어를 공부하며 느꼈던 소회를 털어놓았다. 언어의 구조나 표현은 익숙해졌지만, 학습의 열정을 지속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Cassidy는 이 말에 공감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아주 중요한 지점이에요. 어쩌면 이것은 언어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문화가 사람의 마음에 다가가는 방식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지난 세기에 영어가 세계인의 언어가 된 배경에는 미국의 막강한 경제력 외에 또 다른 힘이 있었다. 사람들은 할리우드 영화를 보며 웃고 울었고, 팝송을 흥얼거리며 그들의 감성을 공유했다. 음악, 영화, 라이프스타일로 대표되는 문화적 매력이 먼저 세계인의 마음을 열었고, 영어는 그 문을 통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언어의 확산에는 경제 논리를 넘어, 마음을 끄는 힘, 즉 소프트 파워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사례를 떠올렸다. Cassidy는 BTS나 블랙핑크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브라질의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젊은이들의 열광적인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전 세계 젊은이들이 K-POP에 열광하고 있죠. 정말 대단합니다."
이제 세계의 젊은이들은 K-컬처라는 창을 통해 한국을 만난다. 그들은 K-POP 가사를 따라 부르기 위해, 그리고 한국 드라마의 미묘한 감정선을 이해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한다. 이는 누가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좋아서, 더 깊이 즐기고 싶어서 시작하는 자발적인 학습이다. 과거 미국의 대중문화가 그랬듯, 이제는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언어의 힘을 키우는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Cassidy는 중국의 영어 채널인 CGTN(China Global Television Network)을 즐겨 본다고 했다. 서구 앵커들과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중국 앵커들이 전하는 뉴스를 통해, 현대 중국의 역동적인 발전상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화면에 나오는 사람들은 아주 잘 차려입었어요. 멋진 집과 거리, 빌딩들도 인상적이고요. 지난 30-40년간 정말 엄청나게 성장했죠."
Cassidy는 문화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을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고 했다. CGTN이 국가가 주도하여 세계를 향해 발신하는 정교한 서사라면, K-컬처는 전 세계 팬들의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해석하며 유기적으로 퍼져나가는 현상에 가깝다. 전자가 잘 기획된 '갤러리'로써 중국의 발전상을 보여준다면, 후자는 예측 불가능한 '축제'처럼 놀이와 참여를 통해 퍼져나간다. 사람들의 마음에 스며드는 방식에 있어 이 둘은 서로 다른 결을 보여준다.
한 언어가 세계인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 효용이나 실용성을 넘어서는 것인지 모른다. 그 언어가 담고 있는 문화와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궁금하게 만들고, 기꺼이 그 세계로 걸어 들어오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는 것인지도.
1. 소프트 파워 (Soft Power)
조지프 나이(Joseph Nye)가 제시한 개념으로, 군사력이나 경제제재 등 물리적인 힘(하드 파워)이 아닌, 문화, 가치, 정책 등을 통해 다른 나라의 마음을 사로잡아 원하는 것을 얻는 능력을 의미한다. 강제나 보상이 아닌 매력을 통해 상대를 끌어당기는 힘으로, 현대 국제 관계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는 국가 브랜딩과 공공 외교의 핵심적인 기반이 된다.
2. CGTN (China Global Television Network)
중국중앙방송(CCTV)이 운영하는 국제방송 채널 네트워크로,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 여러 언어로 방송된다. 중국의 시각에서 뉴스와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하며,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 확대와 긍정적 이미지 구축을 위한 핵심적인 미디어 전략 도구로 평가받는다. 이는 중국의 대외 선전 및 공공 외교의 최전선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