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한국 | K드라마에 빠진 자메이카인

타인의 시선은 때로는 정직한 거울이다

by morasafon

레게 음악의 본고장이라는 막연한 이미지 외에 내가 아는 것이 거의 없는 자메이카. 그곳에 살고 있는 Gisela(가명). 하지만 정작 그녀는 나보다 한국에 대해 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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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짜증 나면 얼굴에 다 드러나서 좋아요"


팬데믹 이전, Gisela는 무려 7년 동안 아시아에 머물렀다. 태국, 베트남, 일본, 중국 그리고 한국. 서울과 부산을 여러 번 방문했다는 그녀의 기억 속 한국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저는 섬사람이라 해변을 정말 좋아해요. 그런 의미에서 부산은 정말 매력적인 도시였어요. 해운대 해변 바로 옆에 도시가 펼쳐진 풍경은 처음 봤거든요. 일하다가도 그냥 훌쩍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곳이라니, 정말 멋지지 않나요?"


서울의 밤 문화와 명동의 인파, 길거리 음식도 인상적이었지만,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의외의 지점이었다. 바로 한국 사람들의 '솔직함'이다.


"일본 사람들에 비해 한국인들은 훨씬 직설적이에요.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죠. 저는 그게 정말 좋아요. 상대방의 속마음을 추측하느라 애쓸 필요가 없으니까요. 어떤 사람들은 바쁘고 무례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는 가식적인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일본의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 문화를 언급했다. 속마음과 사회적 체면을 위해 드러내는 얼굴이 다른 것. 물론 그것이 일본의 문화임을 존중하지만, 어느 것이 진짜 얼굴인지 알 수 없어 신뢰를 쌓기 어렵게 느껴졌다고 했다.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한국 문화의 특징 중 하나는 꾸밈없는 솔직함이었던 셈이다. 우리는 그렇게 투명한 얼굴을 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일까.


"한국인들은 왜 자기 나라 스킨케어가 최고인 줄 모를까요?"


Gisela의 K드라마와 K-뷰티에 대한 그녀의 열렬한 애정을 쏟아냈다.


"한국 스킨케어 제품이 세계 최고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에게 이 말을 하면 다들 '정말?' 하고 되물어요. 정작 자신들은 영국이나 프랑스 등 다른 나라 제품을 쓰면서요. 그 나라 사람들은 한국 제품을 사려고 줄을 서는데 말이죠."


몇 년 전 넷플릭스에서 '오징어 게임'을 보고 K드라마의 세계에 입문했다는 그녀는, 이후 수많은 작품을 섭렵하며 열혈 팬이 되었다. 예측을 벗어나는 스토리 전개,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입체적인 캐릭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절반도 안 되는 예산으로 만들어내는 엄청난 퀄리티.


"미국 영화는 너무 뻔해요. 결국 남자 주인공이 멋진 차를 몰고 여자 주인공과 함께 석양 속으로 사라지겠죠. 하지만 K드라마는 달라요. 이야기가 한참 잘 가다가 갑자기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틀어버리죠. '어떻게 저런 전개가 가능하지?' 감탄하게 돼요. 제가 본 K드라마 중에 쓰레기 같다고 느낀 작품은 단 하나도 없었어요."


나는 뜨끔했다. 정작 한국인인 나는 '오징어 게임'을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폭력적인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개인적 취향을 핑계 삼았지만, 어쩌면 너무 익숙함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매일 마시는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듯, 곁에 너무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그 가치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는 것. 그녀가 "와, 저게 비빔밥이구나!"라며 감탄할 때, 그저 평범한 한 끼 식사를 하고 있을 뿐인 것처럼 말이다.


좋아하는 마음이 가장 강력한 동기다


"K드라마나 K-팝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나의 말에 Gisela는 자메이카의 한 15살 학생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학생은 일본 드라마가 너무 좋아서,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일본어를 익혔다고 한다. 책과 유튜브를 보며 홀로 언어를 정복한 것이다.


"동기 부여가 되면 인간은 한계를 넘어서는 것 같아요. '내년에 나올 새 시즌은 자막 없이 보고 싶다'는 열망이 그 아이를 움직인 거죠."


그리고 Gisela는 자신이 일본어를 배우는 방식을 들려주었다. "하루에 딱 3분만 투자해요." 앱으로 간단한 표현들을 익히는 게 전부다. 어떤 목표나 마감 시한도 없이, 20년이 걸려도 상관없다고 그녀는 말했다. 학위나 자격증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오롯이 자신을 위한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Gisela와의 짧은 대화는 내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나의 세상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익숙함이라는 편안한 소파에 앉아, 정작 내 삶의 가장 흥미로운 드라마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혼네와 다테마에(本音と建前)

일본 문화에서 개인의 진정한 감정이나 욕망(혼네)과, 사회적 규범이나 관계 유지를 위해 겉으로 드러내는 입장(다테마에)을 구분하는 개념이다. 이는 갈등을 피하고 조화를 중시하는 일본의 집단주의적 문화의 산물이다. 사람들은 상황과 상대에 따라 두 가지 얼굴을 적절히 구분해서 사용하는 것을 사회적 미덕으로 여기기도 한다. 이러한 문화는 때로 외국인에게 일본인의 속마음을 알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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