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보의 힘
63 빌딩에 볼일이 있어 방문했다가 우연히 63 아트 갤러리에서 관람하게 된 스웨덴 사진작가 [에릭 요한슨] 전시.
몇 년 전 대림미술관에서 본 그의 작품은 단순히 그때 그 시절(?) 디자인학과 진학을 위한 입시미술 방법이었던 ‘발상과 표현’을 사진이라는 매체로 구현해 놓은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고, 가볍고 기발하지만 딱 거기까지만이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본 그의 전시는 생각보다 과정이 흥미로웠고, 평소에 보이지 않던 디스플레이까지도 인상 깊었다.
전시회가 과연 값어치(?)를 할까, 주부인 나는 단돈 만원도 아까워 열심히 서칭을 해보니 이전의 에릭 요한슨 전시보다는 훨씬 풍성하고 섹션도 5개나 있다는 정보. 설득당한 난 결국 네이버를 이용해 조금 저렴하게 산 입장권으로 섹션 1 ‘혼자만의 여행’을 관람하기 시작했다.
훠우~ 사진의 소품이나 오브제를 관객의 공간으로까지 연결하는 디스플레이에 박수를. 작품이 작품으로 끝나지 않고 관객의 ‘미적 체험’을 돕는 이런 시도들에 나는 괜스레 마음이 찡하다. 예술교육에 대해 공부하고 있어서 그럴까.
나도 이번에 그룹 전시를 진행하면서 작품을 엽서 굿즈로 인쇄해봐서 그런지, 이런 스케치와 엽서는 꼭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이 엽서들, 애지간한 작품 엽서보다 오히려 매력이 있다!? 작품을 전시할 때 초기 스케치에 손으로 색만 입혀 엽서로 뽑는 것도 꽤나 좋은 방법일 듯하다. 아무리 아이패드가 있더라도, 아날로그 삐뚤빼뚤 손맛의 매력은 넘사벽. 2022년엔 다시 아이디어 노트에 과정을 남겨놓기로 다짐해본다.
이번 전시의 무드가 더 깊이 느껴진 장치에는 작품 자체만이 아니라 각 섹션의 주제에 맞는 배경 컬러, 그리고 섹션마다의 뮤직 플레이리스트 덕분이었던 것 같다. 지니와 노루페인트의 협찬을 통해 전시 내내 눈과 귀, 그리고 정신이 집중하는 즐거움을 느낀다.
올해는 그룹전시에 작가로서 처음 참여해보았는데,
전시 스킬을 익혀 계속 전시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에릭 요한슨의 말마따나,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표현하는 것이 작품 활동과 전시이기 때문이다.
나 포함,
세상의 모든 작가들에게 응원을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