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밥 짓는 독서지도

독서지도사로 17년 살면서 배운 것들

by 모래쌤

삼성출판사에서 나온 세계문학전집이 우리집에 들어오던 날이 기억난다. 작은아씨들, 왕자와거지, 15소편 표류기, 허클베리핀의 모험, 아라비안나이트, 어린왕자 등등 재미있게 읽었던 책들이 떠오른다. 새 책 냄새가 좋았고, 책장에 주욱 꽂혀있던 책들이 멋졌고,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반했고, 그것을 내가 읽고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껴 열심히 읽었다. 월부책값을 내주시던 아버지의 모습도 기억난다. 책의 중요성을 아셨던 걸까? 누군가 ‘이거 사세요.’ 하면 파는 분이 안타깝게 느껴져 사고 마는 내가 실은 월부책을 팔기 위해 우리 집을 방문했던 그 외판원을 거절하지 못했던 아버지를 닮았던 건 아닐지. 덕분에 나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고, 그렇게 읽었던 책들은 고등학교 시절 학업 스트레스로 괴로울 때 동네 서점에서 한 권씩 책을 사 들고 수학의 정석 위에 펴 놓고 기어코 한 권을 읽어야 가벼운 마음으로 수학문제를 풀 수 있는 아이가 되게 해 주었다. 20대는 책에 등을 돌리고 세상만 보고 살았다. 그러던 내가 책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된다. 대학 졸업후 15년간 일했던 업계를 떠나게 되었을 때 나는 독서지도사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책을 읽는 것이라면 내가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용기를 내게 된다. 그렇게 2007년 시작한 독서지도사 생활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책을 읽는 사람이 점점 줄어든다고 한다. 주변을 봐도 굳이 책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지식을 접할 곳이 많은데 바쁜 세상에 어찌 그 책들을 다 읽냐고 하는 경우가 많다. 책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실은 들어보면 아이들에게 책을 읽혀야 한다는 식으로 말한다. 그 이유는 공부를 잘하게 하기 위해서다. 정작 본인은 책을 읽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 굳이 책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예전과 달라진 것은 맞다. 편리하게 어디서든 지식을 얻을 수 있고, 새로운 지식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책이 시대를 못 따라 갈 수도 있다.

그러면 나는 왜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걸까? 내가 책을 좋아하기 때문인가? 나는 여전히 사람은 죽을 때까지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초적인 모습으로 자연에서 다른 생명체들과 만났을 때 나는 얼마 동안이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사람은 연약한 존재이다. 이런 연약한 존재가 이만큼 지구상에서 살 수 있었던 것. 다른 생명체와 다른 점. 그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 힘을 키워나갈 때만 우리는 비로소 사람으로 살 수 있다. 읽지 않고 산다는 것은 출발점에 서서 몸만 풀고 있는 달리기 선수와 다를 바가 없다. 달려가는 행위가 읽기이다..

그렇다면 독서지도는 왜 필요할까? 독서지도는 달리는 선수에게 레일과도 같은 역할을 해 준다.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안내한다. 나는 이 글을 통해 구체적으로 읽기라는 게 무엇인지, 어른들이 읽어야 하는 이유와 함께 읽고 말하고 쓰는 것의 힘에 대해 그동안 현업에서 경험한 것들을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어떻게 이끌어 주어야 할지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고 지도해 본 경험들을 나누고 싶다. 좋은 책을 고르고 함께 읽고 생각하고 토론하고 쓰는 일이 얼마나 사람을 성장하게 하는 지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2024년 9월부터 나는 17년 몸담았던 브랜드에서 은퇴하고 나만의 수업을 시작한다. 어른들에게 독서하라고 강요하려고 한다. 아이들에게도 더 좋은 책을 골라 함께 읽으려 한다. 좋은 책을 읽고 감동을 나누고 꿈을 꾸는 일 말고 인생에 뭐가 더 행복하겠나 싶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읽기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 좀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길에 나서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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